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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르시아의 마지막 외출

 

사랑하는 아우 마르시아가

이리도 빨리 우리곁을 떠날줄은

꿈 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혈구탐식증후군이

그리고 림프암이 무엇이길래

평소에 건강하던 마르시아의 생떼같은 목숨을

채 두달이 되지도 않아 앗아간단 말입니까?

평소에 별다른 전조증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짚불 사그라지듯 우리곁을 떠나버리다니

세상이 너무 허망하고 사는것이 너무 슬픕니다.

 

11일부터 15일까지

지인들과 함께 일본여행을 떠나게 되어

 시에틀의 jj님이 하룻밤을 묵었기에

9일 점심으로 월남쌀국수를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어  퇴원하여 몸조리를 하고있던

마르시아에게 전화를 했었지요.

 

pho국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는데

좀 가져다 줄까? 했더니

바깥바람도 좀 쏘일겸 집으로 오겠다며

출근한 아들이 데려다 주었지요.

 

16일에 2차 항암치료를 위해

 재 입원을 해야하니

무엇이던 잘 먹어야 하는데

입맛이 없어 먹지를 못한다고

형님이 pho해 놓았다니 눈이 번쩍 떠 진다고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이 한그릇의 월남국수를 ....

떨리는 젓가락질 보이기 싫다며

혼자서 먹겠으니

 jj와 나는 다른곳에가 있으라고 하더니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고는

너무 배가 부르다며....

입원한지 42일만에

처음으로 한 그릇을 다~먹으니 살것 같다며

평생에 배 부른꼴 못 본사람 같았는데

정말 몸 보신한것처럼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고 따듯해 진다며....

 

 

형님 언제나 맛있는것 만들어서

병원으로 집으로 배달해주고

불러서 먹여주고

내가 이 은혜 어떻게 다 갚냐고

빨리 나아서 형님하고 같이

시카고 준원이네

연준이네 여행 다녀오고싶은데

갈수있을까 ..하더니만

어쩌면 이럴수가 있을까요?

 

그러고도 직업 의식이라서

jj님에게 보험의 혜택이 얼마나 큰것인지

열심히 설명도 하고

마르시아 자신도 림프암 2기 지만

항암치료로 암세포가 다 소멸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는데

암 진단만으로도 고액의 진단금과

 치료비를 모두 받게되어

오히려 덕을 보게되었다고 좋아했었는데..

 

이제 2번째 항암치료후

3번째는 건강한 백혈구를 채취해 놓았다가

백혈구 수가 줄어들면

자신의 백혈구를 주사하는

조혈모세포술을 하게된다며

이런 의학상식을 모를때는

 앞으로 3년정도 살수있겠구나 싶었는데

의사의 암세포가 다 죽었다는 설명과

앞으로 진행될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건강을 도로 찾을수있다고 희망에 부풀어

설명을 자세히 해 주더라구요

 

그러고 한시간쯤 지나자

벌써 소화가 다 되었다며

다른것 맛있는것 좀 내놔보래서

참치 샌드위치 만들어 주었더니

한쪽먹고는 나머지 다 싸달라고...

집에가서 배 고플때 또 먹겠다기에

크림슾이랑 샌드위치도 싸서 보냈는데

이것이 발병후 42일만의 첫 외출이며

마지막 식사가 될줄은 미쳐 몰랐습니다.

 

 

맛 있게 먹고 싸 달래서 가져간 참치 샌드위치

이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되다니...

 

월남국수와 참치샌드위치 사진은

마르시아가 너무 맛있게 먹은것이라

나중에 다 나으면 식대 청구한다며

기념으로 찍어둔 것인데...

 

 

4박5일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막 집에 돌아와

 일본에서 사가지고온 생면으로

야끼소바를 해서 먹으려는 찰라

저녁 8시 50분

귀연이의 전화를 받았지요

엄마가 오늘밤을 넘기기 힘들겠다고...

그래서 미친듯이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 와중에  9시 7분

운명했다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으니

천지가 캄캄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 세상이 갑자기

번질번질한 얼음처럼 보이더라구요.

 

20여년을 성가대에서 같이 활동했고

친 자매처럼 흉금을 털어놓고 지냈는데

급성으로 진행되는 림프암2기라는 진단 받고

 채 두달도 안되어 우리곁을 떠나가다니

 

내가 일본가고 없는 동안

원인모를 고열로 13일 응급실로 입원을 했다는데

본인은 정작 아픈데가 없는데 왜 병원을 가자느냐며

병원에 다시가게 된것을 두려워 했다고 하네요

 40도의 고열이 계속되자

병원측에선 골수검사도 하고

간조직검사를 해야한다며

오후 3시 조직검사 들어가기전 만나본 아우가 있는데

병원 왔으니 다 고쳐줄거라며

안심하고 검사 잘받고 나오라니

대답을 안하더랍니다.

 

결국은 조직검사중 쑈크로 심장이 멎고

심폐소생술로 늑골들이 부러지면서

임파선이 모두 파괴되어

내출혈이 멈추지 않아

순식간에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네요.

 

세상에 이렇게 허망한일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블친님들의 뜨거운 사랑과 기도의 보람도 없이

사랑만 가득받고 갚지도 안은체 가 버리다니

 

4일간의 장례식기간동안

많은 교우들의 연도와  기도속에

금호동성당 천보묘원에 영면한 마르시아는

여러 블친님들의 사랑과 기도속에

천상에서 영생을 누릴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마르시아의 쾌유를 빌며

염려 걱정해 주신 블친님들께

엎드려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블친님 모두 건강에 유의 하시어

밝고 행복한 삶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여러 블친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