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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성큼 다가 온 샴버그의 봄.

2024.3.14 .금요일
며칠 전 싸락눈이 돌풍에 맴을 돌듯 회오리 치더니 오늘은 웬일인지 봄날처럼 따뜻해서 반팔입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한가롭게 보이는 주말이다.

주방문을 열고
앞마당에 나서면
며칠 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봄을 찾아 돌아온 철새..
오렌지색 컬러의 귀여운 로빈이 높은 나뭇가지에 깃들여
짝을 부르는 노랫소리가
어찌나 청아하고  영롱한지..

델라웨어에 서 늘 만나던
붉은 날개 찌르레기도
눈에 띄는 걸 보니
이제 시카고의 봄이
막 시작되려나 보다..

겨울 동안 움츠리고
집안에만 들어앉았던 나도 정민이가 하교한 후
틈을 내어 동네 한 바퀴를
산책 삼아 걷는 게 오늘이
벌써 일주일째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걸었지만
동네가 조성된 지
거의 50여 년 이 지난 동네라서
그때 조경을 위해 심은
나무들은 아름들이 거목으로
집 주변을 보호樹처럼 둘러 선 모습이 든든해 보인다..

코너에 자리 한 우리 집을
나서서 동네를
한 바퀴를 돌면서 몇 가구가 들어섰는지 세어 보았더니
산책로 안에는 모두
10 가구가 들어서 있어
한바퀴를 돌아오면서
시간을 재어보니
15분이 걸린다.

대체로 400평 내지
500 여평의 드넓은 대지
한가운데 집이 들어서 있고  이웃집 과는 담장이 없는 대신 울울창창한 거목들이 경계선에 들어서 있어  
참으로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우리 집도 앞마당 뒷마당에
집을 지을 만큼 대지가 넓으니
잔디를 관리하는 것도
잔디를 깎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이제 4월이면 이 동네
전속 잔디 깎는
훤칠한 키에 훈남인
멕시칸 청년도 만나게 되겠지..

오늘은 동네 한 바퀴 돌고
화단에 쌓인 낙엽들을 걷어내니 추운 겨울 이겨낸
돌미나리가 파릇파릇
새 잎을 내밀고 있고
달래도 초록초록한 새싹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겨우내 켜켜이 쌓인
낙엽이 이부자리처럼
따스했기에
얼어 죽지 않았나 보다.

낙엽을 걷어내다가
뜻밖에 다람쥐 굴도 발견했다.
우리 집 주변에 살고 있는
6마리의 청설모 들은
겨우내 먹이 달라고
테라스를 찾아 오지만
깊은 굴 속에서 태평스레
겨울잠을 자고 있는
한국 다람쥐 두 마리도
곧 귀여운 모습을 드러내겠지?

이제는 허밍버드를 위한
피더도 내어 걸고
온갖 종류의  사랑스런
새들과
귀요미 청설모 다람쥐의
먹이도 준비 해야하는 계절..

진정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이  아지랑이를 앞 세워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