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4일
잘 먹고 잘 지내다 열 시간의 성지순례도 무사히 다녀와놓고 어쩌자고 평지낙상이란 불의의 사고를 당 하다니 죽을 4자 그날의 일진을 탓할 수밖에..
1시에 계약체결 할 일이 있어 은행에서 거래내역서를 뽑으러 갔더니 어제가 10 월 3일 공휴일이었던 관계로 9시에 도착한 은행은 이미 30여 명이 진을 치고 앉았고 내가 뽑은 차례는 37번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평소 때보다
빨랐는지 단차도 별로 없는 시멘트 덧바른 곳을 잘못 디뎌 그 넓은 주차장 바닥에 슬라이딩 하듯이 야구선수 도루 하는 폼으로 그만 엎어지고 말았다.
순간적인 상황에 당황하며
일어나 보려고 애를 써도 몸이 말을 안 듣고 내 옆을 지나던 아주머니가
여기 좀 도와주세요~하고 소리쳐 아저씨 두 분이 뛰어와서 나를 일으키려는데
다리가 마비된 듯 일어서 지지가 않는 거였다 .
한 2~3분을 지체하고 겨우 일어섰는데 어떻게 걷는 건지
걷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절뚝대며 그래도 머리속에선 계속 병원이 먼저라고 찝어주니
맞아 집으로 갈게 아니라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는 게 급선무다 싶어 한나절을 절뚝거리며 두리의원을 찾아갔다.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계는 9시 30분이건만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은 이미 열다섯 명..
의자가 모두 꽉 차서 앉을 자리가없네
환자들 틈새를 서성대며 드는 생각은 오로지..
내가 여기서 치료를 끝내고
제대로 약속한 1시까지
부동산에 갈 수 있을까?
아픈 건 두 번째고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한 사람 한 사람 진료를 받고 떠나는데 내 바로 앞의 환자가 진료실을 들어가고 1시간이 되도록 감감무소식..
죽기 살기로 이를 악물고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앞의 환자진료는 왜 한 시간씩
걸렸냐고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초음파에 내시경 온갖 검사가 이루어지느라 늦었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치료실로 들어오신 선생님
내 무릎상처를 보시고 놀래시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그냥 급하게 걷다가 제 인생에 처음으로 평지낙상이란 걸 당한 거라고 말씀드리니
경추척수증 수술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서 평형감각이 떨어지면 그럴 수도 있다고..
그리고 나이가 80대가 되면 젊을 때와 달리 평형감각이 상실돼서 3살짜리 아기가 떠밀어도 넘어질 수 있다고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하시네..
선생님은 꼭 내 나이까지
들먹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건가..
여하튼 나에겐 한없이 친절하신 선생님 치료가 끝나자 어느새 뒤적여 보셨는지 파상풍주사 맞은 지가 십 년이 넘었다며
항생제 주사에 덤으로 파상풍 주사까지 맞고 왔다.
이렇게 평지낙상이란 커다란 상처는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는 것이 무섭다
그래도 다행인 건 엎어지며 다친탓인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침을 하면 늑골이 결리기는 하지만..
팔목 안 부러지고
손가락 안 부러진 것..
만약에 슬개골 파열이었으면 두 다리 뻗혀놓고 몇 달은 고생했을 터인데 돌이켜 생각해 볼수록 이거야말로 성지순례의 은총으로 조금만 다치게 해 주셨구나 싶은 게..
거기다 무릎이 이토록 심하게 긁혔으면 바지가 당연하게도 찢어져야 정상인데 바지는 피만 묻고 말짱하니 바지한벌도 벌었네
이건 또 무슨 조화지?
성지순례의 기적이 이렇게
나타나 나를 감동 시키다니 자꾸만 감사기도가 입 버릇 처럼 나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위험할때마다
그 위험의 구덩이에서
저를 건져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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