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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Chicago

미국인 이웃의 뜻밖의 배려. 2025.2.13. 목요일.

윈디 시카고의 겨울은
매서운 칼바람으로 유명한데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모든 학교는 수업이 중단되고 휴교령이 내린다..

수요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하루종일 그칠 줄을 모르고
더구나 수요일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이라 집집마다 도로에 면한
진입로에 쓰레기 통을
내어 놓는 날이다.

미국의 쓰레기 통은
한집에 2개씩 일반적인
폐기물과 음식물등을
혼합해서 넣는 쓰레기통과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통으로 구분되어 있고
어른 두 명이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는 대형이지만
뚜껑에는 손잡이가 ..
아랫쪽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누구라도 큰 어려움 없이
운반할 수가 있는데  
수요일 아침 7시  출근하는
아들이 도로변 주차장
진입로에 가져다 놓고
출근했다.

우리 동네 일반 쓰레기
수거차는 오후 2시 30분쯤
재활용 수거차는 3시 30분쯤
스쿨버스가  다니는 시간을
피해서 오는 것 같았다..

4시쯤 눈발이 잦아진
틈을 타 쓰레기통을
가지러 나가는데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이 지만 잘못 디뎌
넘어질까 조심조심
끌고 오려는데
흰색SUV 한 대가
멈춰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머리가 백발인 노인이
혹시라도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지켜보는 건가?
주방 앞 테라스까지  
제자리에 안전하게
가져다 놓은 다음
저녁준비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일주일에 4일 출근하는
아들은 아침 7시 출근에
퇴근은 저녁 9시라  
저녁을 먹고 나면
거의가 밤 10시다.

목요일 아침
일찍 출근한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출근하려고 거라지 문을
열었더니
앞집 아저씨가
우리 집 차고 앞에서
도로까지 눈을
치워주고 계셨다한다.

아들이 늘 밤늦게 퇴근하는걸
알고 있어서일까?
이 칼바람 세찬 추운 날에
남의 집 눈까지 치워주는
친절함이 고맙기 짝이 없다.

작년여름 테라스에
대형 원탁 테이블 가운데
꽂혀있는 파라솔을 접다가  
테이블과 함께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테이블을 일으켜 세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요지부동이라
10분 넘어 낑낑대고 있는데
마침 길 건너 거라지에서
자동차를 손보던 앞집
아저씨가 뛰어와서
도와주신 적이 있다

어찌나 고맙던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단지 땡큐 베리 마치 뿐
연신 고맙다고 절하는 내게
괜찮다고 날씨가 더우니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시던
그 친절하던 앞집 아저씨가
이번에는 눈까지
치워 주셨다니
미국인들의 몸에 밴 친절이
참으로 감동스러웠다.

작년 12월 3일
정민이네 학교가  
플로리다 에서 개최되는
전국 치어리딩 참피온쉽에 출전하러 떠나는 날도
일주일씩  공항주차장에
주차하면 주차비가
감당 안된다며
1킬로쯤 걸으면
공항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두 부녀가  운동삼아
걸어가겠다고
커다란 백팩에
케리어 하나씩 끌고
나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웃분이 지하철 타는곳 까지
태워다 주셨다고 했다.

저녁에 퇴근하는 아들이
신세 진 두 분께
선물하고 싶다며
한국산 사과 2박스를
사가지고 왔다.
사과보다 더 비싼걸 사지
그랬냐는 내말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 주고받기 좋다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이 안되서 이웃간에 큰 다툼이 일어나고 층간소음으로 불상사까지 초래하는 한국의 현실과
담장도 없이 이웃하며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이웃사랑을 비교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수 있는
삶을 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