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준원이가 좋아하는
얼큰 육개장을 만드려고
점심 나절쯤 중앙마트를 들렀다..
2022년 델라웨어에서 코로나로 죽을 고생을 한 후 지금까지 거의 3년여를 식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백질 이라고는
그 잘 먹던 계란 프라이도 꼴이 보기 싫고 냄새는커녕 계란 그림도 보기 싫은데 하물며 고기라니..
어쨌든 나는 안 먹고, 못 먹지만, 손자를 위해서는 육개장을 끓여야겠기에 정육부에 가서
양지 2근을 달라고 했더니
한우 중에도 A+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보기에도 그럴듯한 양지를 포장해서 건네준다.
얼마예요? 묻는 내게 돌아온 대답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자그 마치 소양지 2근에 98000원.
아니 세상에 내가 지금껏
딴 나라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나름대로 고기 한 근에 24000원쯤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늘 미국고기 먹어 버릇해서
특별히 한우를 고집할 일도
없었고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이나 미국산이나 소고기 다른 게 뭐가 있다고...
(한우라는 이름 붙었다고
이렇게 비싸도 되는건가???)
어느 때는 마블링이 눈꽃처럼 섞인 그 비싼 와규 스테이크도 속이 느글거려 한 점을 못 먹는데 한우값을 보고 간이 쪼그라들었는지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
하지만 ..
내 손자가 먹을 음식인데
까짓거 십만 원이면 어떻고
이십만 원이면 대순가
맛 있으면 되는 거지..
고 기한팩에 대파 1단 콩나물 1 봉지를 사들고 육개장 만들 생각에 룰루랄라 집으로 내달았다.
집에서 농사 지은 거라며 지인이 보내 준 토란줄기도 미리 삶아 우려 놓았고 제주도 고사리도 삶아
불려 놓은지라 양지만 삶아 찢으면 육개장은 1시간이면 끝난다.
그래도 육개장에 딱 맞게 토막 난 고기라서 인지 손쉽게 ..
내 맘같이 결대로 잘도 찢어지네.
(흠..비싼 값을 제대로 하는군)
간장 1 공기에 마늘 1 공기 넣어 믹서로 드르륵 갈고
얼큰한 거 좋아하니
고춧가루도 듬뿍 넣어
토란대와 고사리 대파 1단을 듬성듬성 썰어 양념넣어 버물버물
펄펄 끓는 국물에다 넣어주니
대파의 은은한 단맛이 입맛을 돋워주는 얼큰 시원 칼칼한
육개장이 완성 ~~
자고로 국이라면 사발 떼기로 담아야 먹을만하지 싶어
지퍼팩에 1인분으로 700ml 씩 계량해서 담았다.
내가 경추척수증 수술 후 ..
둘째가 잠시 귀국했을 때
움직일 수가 없어서 홈쇼핑에서 유명인의 갈비탕을 주문한 적이 있는데 용량이 800ml
이걸 2인분이라고 했겠다.
그릇에 쏱아부어 보니
이걸 둘이서 먹는다고?
400ml 누구 코에 붙이라고
팩을 열어보고 실망실망...
(욕 안 한 게 다행이지)
먹는데는 진심인 우리 가족은
그런 음식은 노땡큐다.
유명인의 이름을 걸고 버젓이 홈쇼핑에 나와 맛있다고
쇼 호스트 들과 주거니 받거니 호들갑을 떤 음식이 이 정도라니
나 원 참 기도 안 막힌다..
그저그저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 게 장땡이지 싶어
오죽하면 진통제 2 봉지 한꺼번에 들이키고 홈메이드 만들까?
어쨌든 1시간 공들이고
정성 들인 끝에 누가 먹어도
엄지 척 내밀수밖에 없는
육개장이 완성되었네
울 준원이 이거 먹어보고
역씨나..우리 할머니가 만든 음식이 최고라니께~
땀 뻘뻘 흘려가며
쌍 엄지 치켜 줘가며
육개장 들이키는 모습이 눈에 선 해 만들면서도 힘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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