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산소에 벌초도 하고 추석 차례 지낼 준비로 저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 눈치 없는 늦더위는
이마에 땀방울을 쉴 새 없이 흐르게 한다.
우리는 이번 추석에 둘째 아들이 다녀가는 바람에 일찌감치 충혼당을 찾아 참배를 끝냈으니 모처럼 모자의 참배에 그동안 외롭고 적적하게 지내던 요한 씨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지 싶다.
경추척수증 수술이 이렇게 고통이 극심할 줄 알았으면 비틀거리거나 휘청거리거나 그냥 지냈을 것을
수술 후 고통에 대해선 1도 모르면서
퇴원만 하면 씻은 듯이 나을 거란 내 지레짐작은 수술 후 한 달 이 지났건만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엊그제 9일 외래진료를 가서도
교수님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날 다시 찍은 X레이 사진과 CT사진만 봐도 까막눈인 내가 보기에도 어쩌면 수술부위가 그리도 깨끗하고 단정한지 수술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 설명 안 해주셔도 알 것 같다.
그런데 진통제를 하루에 세 번씩 복용하는데도 간간이 찾아오는 참을 수없이 계속되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내 말에 교수님께서 극강의 처방을 내려주셨다
참을 수없이 아플 때 하루 3번씩 먹는 진통제 열흘 치를 처방해 주셨는데 봉투에 아이알코돈 정 5mg (마약)
이라고 적혀있어 무서워서 못 먹고있다.
6주 동안 먹을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걸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여니 시커멓고 묵직한 봉투가 눈에 띈다.
내가 언제 이런 걸 넣어뒀나???
이번 수술 후 냄비 태워먹은 것만
스무 번이 넘기에 내 나름 대로 전신마취 후유증이다 생각하고 있구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다 싶어 꺼내보니
세상에 LA갈비 한 무더기가
그것도 기름기 하나 없는 꽃갈비가
나를 보고 방긋 웃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귀한 선물을 보냈을까 하루종일 궁금했었는데 저녁 늦게 우리 반장님 ..
추석준비하러 마장동 나갔다가
갈비 사면서 내 생각나서 조금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며 수술 후 몸보신 좀 하시라고 보냈다고 하네.
장부님께서 큰 수술을 받으시느라 일주일간 입원하셨는데 간병하느라 초주검이 되어서 퇴원한 것이 8일인데 우리 모두 수술 잘되길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하루지나 시장 보면서 나까지 챙긴 걸 생각하면 평소에 붙여 부르는 수호천사란 말이 어쩌면 그리도 찰떡같이 들어맞는 말인지..
그리고 밤 9시쯤
시킨 적 없는 물품이 배달되었단 문자를 보고 문밖을 내다보니 아이스박스에 담긴 그 무엇인가가..
얼른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보니
우리 구역장 세실리아 님이 전복을 보내주셨네...
왜 내 허락도 없이 선물을 보냈냐고 한바탕 카톡으로 퍼붓고 경상도 아주머니 전복 먹는 법 모르니 가리켜 내라고 졸랐더니 전복장 또는 전복 버터구이 요리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어른 손바닥만큼 큰 전복 이거 10 월 7일 우리 큰 며느리 귀국하면 요리해 주려고 잘 갈무리해 놨다..
입원할 때마다 수술할 때마다
나를 위해 몸 바쳐 간병해 주고 온갖 도움 주던 세실리아 님께 내가 선물을 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도리어 앉아서 선물을 받고 있다니..
이웃 사랑에 코끝이 찡해지고 감동의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오늘은 13일
나름대로 대청소를 하고 흐르는 땀을 주체못해 샤워까지 하고 어쩐지 문밖을 내다보고 싶은 충동에 현관문을 열었더니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귀한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
세상에 우리 집이 여긴 줄 어찌 알고..
들째 아들 초등학교 동창생이
샤인 머스켓 망고 포도 1 상자를 문 앞에 두고 갔네..
세상 이렇게 고마울 수가..
68년생 아들의 초등여자동창생이..
이번 귀국길에 민선 씨를 만나 두 부부와 인사도 나누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혼자 추석을 지낼 초등동창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문 앞에 과일 상자를 두고 간 그 깊은 사랑을 생각하니 고마움에 눈물이 난다.
"민선 씨 오래오래 행복하고 축복 가득한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누구는 우리들의 삶이 힘들고 고단한 삶이라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 깊은 이웃들이 있어 내 노년의 삶은 여유롭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한가위를 맞아 제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가정이 즐겁고 행복하시고 하느님의 크나큰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멘 아멘.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양성모성지 순례 2. 2024.10.3일 (2) | 2024.10.06 |
---|---|
남양성모성지 순례1. 2024.10.3일 (0) | 2024.10.06 |
그래..이제서야 내마음이 편안해지네 (9) | 2024.07.23 |
사랑을 베푸는 이웃이있어 행복하다. (4) | 2024.07.21 |
걸어다니는 종합병동.. (2) | 2024.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