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23일.
오늘은 순천향병원 수술 전 검사를 위해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버스정거장에 도착하니 오전 7시
밤새 내리던 비도 멈추고 바람도 살랑댄다.
지난 15일 흉부 CT X~RAY 골밀도
폐기능검사 심전도 등 한나절에 걸쳐 검사를 받았고 오늘은 마지막 남은
거의 2시간에 걸친 근전도 검사와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등등 진료받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너무 오래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엉덩이 종아리 발목까지 쥐가 나서 혼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모든 검진에 특이사항이 없기에 수술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6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면서
입원을 하자면 2주는 더 남았지만
우선 제멋대로 자라서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깔끔한 보브스타일로 커트를 하니 조금은 단정해 보이니 다행..
다음 행보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 정육점을 들렀더니 갖 도축한
돼지 등뼈 4근에 10000 원 이라니
횡재 만난 것처럼 넝큼 사들고..
하루종일 진료받느라 지쳐
발가락이 제멋대로 뒤틀리며 아파오니 집에 갈 땐 허덕거리며 오르막을 오를게 아니라
돈 아끼지 말고 마을버스 타야겠다 싶어 우리은행 앞 길을 건너는데 낯익은 노숙자 할아버지가 삼거리 쉼터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초췌한 몰골에 칙칙한 겨울 옷..
1센티 정도나 길어나 매 발톱처럼 구부러진 손톱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래... 방금 15번 마을버스가 올라갔으니
다음 버스 시간까지 25분의 여유가 있겠다 싶어 길을 다시 건너
다이소에 가서 우선
손톱깎이 하나를 샀다.
노인이라 다루기 쉬운 큼직한 손톱깎기로 사려고 했지만 패널에 걸려있는 가지각색 손톱깎기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1000 원짜리들 뿐이었다.. 그래서 제일 큰 걸로 골라
할아버지께 위생을 생각해서 손톱을 짧게 깎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드렸더니 금방 나를 알아보신다..
저번에 통닭튀김 사주신분.. 하면서
나에게 꼭 필요한 손톱깎기 어찌 알고 사 주시냐고..
의자 옆자리에는 복숭아 2개와
막걸리 2병..
한 병은 헐어서 반쯤 마신 상태다.
식사는 하셨냐니까 아무 말이 없다.
빈속에 먹기 쉽다고 막걸리만 마시면 탈이 나지 않겠냐며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랬더니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럼 혹시 중국집 볶음밥이나 잡채밥 짜장면 뭐든지 식사거리를 말씀하시면 사다 드리겠다고 하니 한참 생각하시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짜장면이 너무 드시고 싶단다.
시장본 돼지등뼈를 할아버지한테 맡기고 일미향으로 달려갔더니 때마침 정기휴일이라 문을 닫았네
할 수 없이 일미향 부인이 운영하는 이모네 순댓국집에서 따로 특 순댓국 하나를 시켰다.
플라스틱 배달용기가 있으면 수저랑 챙겨달랬더니 눈이 휘둥굴 해진다.
저기 노숙자 할아버지 드리려고 하니 푸짐하게 담아 달라고 하니
나보고 이런 거 안 해도 된다며 저 할아버지 건물도 있고 신용카드도 가지고 있어 당신 먹고 싶은 것 사 먹는 것도 봤다며 돈 많은 부자니까 앞으로는 할아버지 때문에는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하네.
그 할아버지 건물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그래도 인심 좋은 순댓국집 아줌마가 나를 봐서인지 뽀얀 국물도 한국자 더 넣어주고 밥도 넉넉히.. 깍두기와
매운 양념소스도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 주셨다.
파란불이 들어오자 부리나케 길을 건너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돼지등뼈도 옆자리에 놓아둔 채로 있고.. 중국집이 문을 닫아 순댓국으로 사 왔으니 해장국으로 밥 말아 드시라고 했더니 아이고 세상에
너무나 잘 먹겠다며 뜨거운 국물을 떨리는 손으로 마구 퍼 드신다.
이 습하고 찌는듯한 더위에
두꺼운 겨울옷차림..
더부룩한 머리에 길게 자란 수염 하며..
정말 내 맘 같아선 목욕탕에서 받아만 준다면 시원하게 샤워라도 한번 하시라고 하면 이 여름날이 얼마나 개운하고 상쾌할까..
그저 바라보기도 안타까웠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제발 할아버지에 대한
건물주라는 소문이
유언비어가 아닌 진실이기를..
진실로 건물을 가진
돈 많은 할아버지 이기를..
당신이 소지하고 있다는 신용카드로 무엇이건 먹고 싶은 것 흔쾌히 사 먹을 수 있는 능력자 이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어본다..
뜨거운 국물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멀리서 카메라에 담으며
돌아서는 발걸음 앞에
눈물방울이 뚝뚝뚝 떨어진다..
할아버지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비록 만 원짜리 순댓국이었지만
진수성찬 상차림을 앞에 둔것 처럼
맛있게 드시는 그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내가 이웃들로부터 받아온
크나 큰 사랑에 감사하며
이렇게라도 작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신 좋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더욱 선하고 착한 마음가짐 으로
비록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남지 않은
내 마지막 삶을 유종의 美로 이끌어주는 지름길이 아닐까하는 상념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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