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시카고에 도착한 지 어언 45일
아이들이 남다른 직장에 책임자로 있다 보니 보편적인 근무와 달라 겨우 일요일 시간을 내는 것이 손녀 유리의 성악레슨이 있어 두 달이 가까워 오지만 주일미사 참석이 용이하지 않다.
오늘 모처럼 둘째가 하루종일 쉬는 날이라 어제부터 목요일 10시 30분 미사를 가자고 보챈다.
우리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성. 김대건성당..
유리와 정민이의 첫 영성체도
유리의 견진성사도
성. 김대건 성당에서 받았으니
우리 성당이나 마찬가지다.
둘째의 직장도 그러하지만..
어쩌다 보니 코로나 이후 한 번도 성당을 찾지 못하였다고
오늘은 꼭 어머니 모시고 성당을 가고 싶다고 했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미사 10분 전 도착한 성당은 평일 미사지만 50여 명의 교우들이 참례해서 장괘틀에 꿇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10 월 22일 금호동성당의 미사를 끝으로 오랜만에 참례한 성당엔 2개의 보랏빛 대림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곧이어 시작된 미사 전례는 입장하신 신부님이 예전 신부님이 아닌 새로 부임하신 듯 둘째도 처음 뵙는 신부님이라고 했다.
하긴 4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차분하시고도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십자가의 성. 요한에 대한
신부님의 강론이 참으로 감명 깊었다.
오랜만에 성체를 모신 목요미사가 끝나 퇴장하신 신부님께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셨다.
아마 처음 본 낯선 교우라서
그러하신 듯.. 그리고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혹시 고백성사가 필요하면 도와주시겠단다.
네 신부님 판공성사가 필요합니다.
작년 부활 판공성사 이후 고백성사를 못 봤다니까 제의를 벗어놓은 다음
고백 성사를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시며
고백소로 안내되었는데 어찌나 차근차근 다정하게 말씀하시는지 죄를 고백하기도 전에 주체하지 못할 눈물 콧물이 계속 쏟아졌다..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이제 내 나이가 몇인데 착하게 살자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기억도 못하는 사이
지은 죄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신부님께서 사죄경을 읽고 보속을 주시는데 신부님 감사합니다 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내가 고백소를 나오자 뒤이어
아들이 고백소로 들어가고 한참 후 신부님께서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어깨동무를 하고 나오셨다..
참으로 인자하신 신부님..
어머니 덕분에 4년 만에 성사를 보고 나니 찜찜하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며 저녁식사 때는
두 모자가 동시에 식사기도를 올렸다.
+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저희보다 더 어려운 가정도
축복하여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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