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5.
운전면허증..
십여 년 동안 지갑 속에 고이 모셔왔던
운전면허증
이제는 내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한 장의 카드일 뿐..
76년에 면허를 따고 난생처음 자가용을 몰면서 아이들 삼 남매 등, 하교시키던 그 시절이 그립다.
간 큰 아주머니..
운전 연수를 끝내고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통학을 위해 아이들 삼 남매를 태우고 나섰을 때
얼마나 긴장했던지 등줄기에 비 오듯 흐르는 땀에 아이들이 틀어놓은 라디오 볼륨을 줄일 줄도 모를 만큼
정신줄이 빠져서 문화동 네거리 한가운데 덜컹하고 멈춰서 두 번씩이나 신호가 바뀌도록 꼼짝달싹 못하고 덜컹대고 있던 내게
교통정리 하던 모범운전사 아저씨가 달려와서 네거리의 차들 올스톱 시켜놨으니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클러치에서 발 떼라고..
지금은 벌벌 떨지만 한 달 후는
씽씽 날아다닐 거라며 안심시켜 주던 아저씨 얼굴이 지금도 문득문득 떠 오른다.
지금 같으면 온갖 쌍욕 다 먹었을..
그 시절 운전자들은 참으로 양반들이었지 싶다.
그때는 왜 그리 클러치와 액셀의 간격을 못 맞춰 계속계속 시동을
꺼트렸던지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렇게 식겁을 먹은 후
40여 년을 교통신호 한번 어기지 않고 범칙금 한 번도 내어 보지 않는 모범 운전자로 살아왔건만
어느덧 자동차는 아이들에게 드나들다 보니 6개월씩 주차장 신세를 지게 되고 멈춰있는 시간만큼
자동차는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자
자동차가 꼭 필요한 친지의 딸에게 선물로 넘겨줬다.
그러고도 혹시 몰라 면허증만은 갱신에 갱신..
드디어 올해 말까지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7월 이사를 해놓고 동네 사진관에서 면허증사진을 찍고
성동경찰서에 면허갱신 신청을 하니75세 이상은 3년에 한 번 면허를 갱신해야 하고 서류를 내어주며 치매검사까지 받아오라는 거였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치매검사..
일단 신청을 해놓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나보다 10년 아래 아우가 하는 말 자동차가 있어도 그만둘 나이에 차도 없애놓고 그 면허증 이 무에 그리 필요하냐고 핀잔을 준다.
엉 기념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내 말에 깔깔 웃는다.
어차피 운전 안 하면서 속 편하게 반납하라고
낼 모레면 팔십 노인이 운전은 무슨..핀잔아닌 핀잔이다
두고두고 곱씹어 생각하니
그 말이 백번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혼자 살면서 자동차 새로 구입해서 운전하리?
대중교통 이렇게 편리한데 뭐 하자는 거임
가지고 있어 봐야 무용지물인
면허증 깔끔하게 반납하자~
그리하여 금호동4가 주민센터를 찾았더니 노인전담
친절한 직원이 정든 면허증 가져가고 십만 원이 들어있다는 어르신교통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나는 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건만 세상사람들은 이미 나를 노인으로 치부한 지 오래되었다는 걸
실감하며 이제는 하나하나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남은 일생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려놓았음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 성.김대건 성당 대림2주일 미사 (2) | 2023.12.18 |
---|---|
요한씨를 만나러 충혼당으로 (1) | 2023.11.10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0) | 2023.09.25 |
담낭적출 (4) | 2023.09.03 |
죽을 병 에도 살 약 있다? (1) | 202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