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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2023.9.11. 일
시계수리 명장이란 말에 현혹되어..

옛말 그른 게 없다더니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걸...
그리고 또 한마디 속담도 생각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옛 선인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이치에 딱 들어맞는 낱말로 후손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는지 참으로 지혜롭고 뛰어난 혜안에 존경심이 마구마구 우러나온다..

미안스럽게도 차고 있을 땐
가치를 별로 느끼지 못한 시계...
휴대폰만 열면 확인되던 시간
없으니까 나도 몰래 자꾸만 시계 없는 빈 팔목을 들여다보며 한숨 짓는다.

47년을 자나 깨나 껌딱지처럼
왼쪽 팔목에 붙어있던 내 시계..
샤워하느라 테이블 위에 풀어
놓다가 놓쳐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그때 까지도 몰랐다
유리가 깨진 줄을..

이튿날 약속시간 확인하려고 보니
문자판이 잘 안 보여 이제는 시계 보는 것도 돋보기를 써야 하나 보다 하면서 돋보기를 쓰고 보니
세상에 시계 유리가 왕창 깨져있네.

담낭염 진단을 받고 계속 병원을 다니던 중이라 시계는 일단 뒷전이었고 10년 전쯤에는 롯데 에비뉴엘 롤렉스 매장에서 분해청소 40 만원에 맡긴 적이 있고 아이들의 시계를 역삼동 A/S 센터에 고액에 맡긴 기억이 있어  주소를 알려고
인터넷에서 롤렉스 A/S를 찾아보니
X 대 롤렉스수리 전문
시계명장이라는 사이트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일본의 유명한 백화점의 시계센터와도 계약을 맺어 시계를 수리해 비행기로 공수해 준다는 시계명장..

시계수리 명장이라는 말에 신뢰감이 생겨 일단 전화를 했다.
47년 동안 차던 시계인데 유리가 깨졌다 정품 사파이어 글라스로 유리교환 하는데 얼마냐?
그리고 하루에 2분 정도 더디 가는데 이것도 바로 잡을 수 있느냐?
수리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느냐
다 꼼꼼히 따져 물으니
롤렉스 정품 유리뚜껑 교환
10만 원과 분해청소 20 만원..
뭐 이렇게 싸다구요?
진품 사파이어 글라스로 유리 교환인데 10 만원이 맞다고요?
그리고 시계명장 인정받은 것 일본 백화점과 계약수리도 확인한 후
8월 18일 내 발로 찾아가서
시계수리를 맡겼다..




되게 착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라
안심하고 저렴한 비용에 맡긴걸
엄청 다행으로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시계 맡긴 지 나흘 만에
백화점 A/S 맡기면 한 달은 걸렸을 시계분해청소 완성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맞아 백화점 롤렉스전용 수리센터에서 고객들이 맡긴 수수백개의 시계를 수리하는 것과 내 것 1개를 수리하니 이렇게 빠른 게 정상이지.. 하면서
저렴한 값으로  시계를 수리했다고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22일 드디어 시계를 찾았고  생활방수가 된다는 롤렉스 오랫동안 시계 찬 채로 설거지며 세수를 해왔는데 명장님의 부탁은 가급적 물 일은 피하라는 이야기다..

시계를 찾아오고도 병원 드나들며
입 퇴원하느라 집에 고이 모셔두었던 시계 9월 10일 성당 미사를 가려고 늘 하던 대로 물을 멀리하라던 명장의 부탁을 깜빡 잊고 역시나 시계를 찬 채로 세수~

그때 까지도 몰랐다
내 시계 상태를..

10시 30분 성당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시계를 확인하니 시곗바늘이 안 보인다..
젠장 이제는 돋보기 늘 지참하고 다녀야겠구나 하며
휴대폰으로 시간 확인..

미사 끝나고 귀가하고도
꿈지럭 대다가 밤 9시쯤 시계확인..
또 또 안 보인다
구시렁대며 돋보기 장착하고
시계를 확인했더니
세상에 세상에나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일이지?
시계 유리안에 가득 찬 습기와
미세한 물방울들..



이게 뭔 일이지?
몇십 년을 문제없이 차던 시계가 수선 맡긴 후에 이 사달이 나다니..
그때 갑자기 시계수리 명장에게 속았다는 느낌에 분해서
억울해서 쓰러져 죽는 줄 알았다.
뭐 시계 명장이라고?
정품 유리냐고 제3. 제4
확인까지 하고 확답을 받았는데
2대에 걸친 명장이 사기꾼???
47년 동안 그 숱한 물일에 심지어는 시계 찬 채 샤워를 해도 한 번도 없던
습기에 물방울까지 맺히다니
이 사람 진짜 명장이 맞는 걸까?

이 시계 내 손녀에게
유품으로 남겨줄 작정이었는데 시계유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계 몸통을 바꿔치기했으면
이 일을 어쩌나 부들부들 떨면서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더니
입술이 다 부르텄다..

이 일을 어쩐다?
경찰서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사기당했다고 고소장을 써야 하나?
일단 진품인지 가품인지 진위를 가리는 게 우선이다 싶어
9월 11일
퇴원 후 첫 외래진료를 마치고 현대백화점을 찾기로 했다..
10시 압구정에 내려
30분을 백화점 입장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며
명장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시계상태를 알리고 교환한 유리가 롤렉스 정품 사파이어 글라스가 맞느냐고 물었다..

자기는 그걸 정품으로 알고 교환했는데 습기가 찾다 면 열 번이라도 무료로 수리를 해 주겠다고..
제발 오시기만 하라고..

정품으로 알고 가.. 아니라
정. 품. 이냐 아니냐만 말하라고...

지금 현대백화점 롤렉스매장에서
이 시계유리가 정품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 찾아가겠다고 하니까
사모님 원하시는 게 뭔지 원하는 대로 해 드릴 테니 오셔서 이야기하자고
제발 오시기나 하라고 애원하는 거였다.
마침 모든 통화는 자동으로 녹음 되기에 확실한 증거확보도 해 놓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10시 30분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첫 번째로
입장해서 2층의
롤렉스 매장을 찾았다.


내가 첫 손님이라
고가의 매장에 선뜻 들어가 겨우 서비스센터 연락처를 묻기가 주저되어 매장 밖에서  서성거렸더니 직원이 나와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서비스센터 연락처가 필요하다는 내 말에 매장에 서비스센터를 같이 운영한다고 해서 들어가 상담을 받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상담사는
교환된 유리는 확인결과 모조품이 분명하며 습기가 찬 것은 조립하면서 잘못되어 용두를 통해 물이 들어간 것 같다며 분해청소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3개월이며 수리비는 1,340,000원가량이 드는데
수리를 맡기겠느냐고..
백발에 병색이 완연한 내 꼬락서니를 보고 걱정되는 듯 물어왔다.
한 달 반쯤 후에 출국인데 그 안에 안되냐고 했는데 최소한의 시간이 3개월 이라니 그냥 맡길 수밖에
오랫동안 홀대받은 시계줄은 싸구려 티가 물씬 나기에 꼼꼼히 시계줄도 광을 내 달 라고 했더니 새로 사는 시계와 똑 같이 만들어 준다고 해서 9월 11일 드디어 큰맘 먹고 현대
백화점 매장에 A/S를 맡겼다.

요즘 시계가 없으니 어찌나 불편한지
보관료가 없다니 내년에나 귀국하면 시계를 찾게 되는데 며칠 전 매장에서 연락이 왔다.
문자판이 습기로 상처가 많은데 문자판을 교환한다면 340 만원 가량이 든다고..
문자판까지 교환할까 묻는다..
얼른 계산해 보면 오백만원 이란 큰 돈이다.
그럴 바에 새 시계를 사는 게 났지 47년 된 골동품시계에 그 돈을 쳐들일 수는 없지 싶어 상처가 있어도 괜찮으니 그 문자판 깨끗이만
닦아 달라고 했다.

인터넷의 광고만 보고
시계장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홀려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값이 너무도 크다..

싼 게 비지떡 ~
그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닫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 또한 나처럼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는게 아닐까?

백화점에 시계수리를 맡기고
명장을 찾아갔었다.
속여먹은 생각 같아서는
수리비까지 물어내라고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착하게 살자...
가짜지만 그 아저씨
유리를 8만 원 주고 사서 2만 원 이득보고 교환 한 거라고 하는데 수리비로 받은 20 만원은 돌려주겠다기에 받아왔다.

끝까지 꼬투리 잡고
물고 늘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그 아저씨가 너무 불쌍해서
좋게 좋게
진짜 화 안 내고
아저씨 명장이라면 명장답게 부끄러운 짓 하지 마시고
신의를 지키세요..
그 말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섰다.

내가 이러는 거
설마 바보짓은 아니겠지..
남의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 피 눈물 난다는데..
어쩌면 나는 착하게 잘 살고 있는 거라며
내 맘대로 해석하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운 건
아마도 잘했다는 뜻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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