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4일 토요일.
귀국한 지가 어느덧
다섯 달이 가까워 오건만..
여러 가지 사정상 지금껏 충혼당을 찾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천근만근 쇠덩이로 짓누르는 듯 무거웠었는데
토요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충혼당을 찾기로 다짐다짐하며 금요일 장을 보면서
요한 씨가 좋아하는 소주도 큼직한 걸로 준비하고
파리바게뜨 들러서 크림빵이랑 단팥빵 도너스도 사고..
요한 씨가 생전에 좋아했던 복숭아
통조림대신 집에서 직접 만든 황도조림도 병에 담아놓고..
토요일 아침 일찍 떠나리라 생각하고 배낭에 넣어 머리맡에 두고 누었는데
밤 새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경련으로 제멋대로 꼬이기 시작하더니 어떤 방법으로도
경련이 멈춰지지 않아 뜬 눈으로 날밤을 세웠다..
맞아 너무나 늦도록..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 다닌다는 핑계로 제때에 충혼당을 찾지 못한 내가 서운해서
요한 씨가 벌주는 건가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밤새 발 주무르며 씨름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아침
오늘따라 무척이나 흐린 토요일..
새벽 일찍 목욕재계를 하고
8시쯤 카카오택시를 부르니
5분 안에 곧 도착한다는 메시지에 허둥지둥 1층에 내려가서 보니
세상에 비가 내리고 있었네..
또다시 우산을 가지러 헐레벌떡 13층을 왕복..
그러고도 몰랐다..
현충원 다다라서
제례상을 차리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술이랑 빵봉지 두고 왔네
어쩔 도리 없는
내 정신머리 하고는..
혀를 끌끌 차면서
너무 여러 군데 아프고 수술까지 받다 보니 정신머리 나간 거
요한 씨도 이해해 주시겠지 하며
진즉 찾아보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금껏 고생 없이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거 모두 당신 덕분
이라며 간소한 차림이지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 절을 올리고 나니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돌아오는 길은 빗방울도 잦아들어
고요에 쌓인
낙엽 지는 가을빛 확연한
현충원을 둘러보며
애국 충절의 고귀하신 영령들의 묘역을 태극기와 꽃다발로 정성을 다해 가꾸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며..
현충원에 고이 잠드신 수많은 영령들이 부디부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복락과 참 평화를 누리시길
마음을 다해 기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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