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한 기억의 편린 15.
15. 스쿨서점의 추억
내 고향 영주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에 곱게 접힌 채
남아있는
영주 스쿨서점...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1954년 문을 열었다는
3대를 이어오는 노포서점
이라고 나오네
오래된 내 기억 속의 스쿨서점은
옛 영주극장과 옛 조흥은행
양쪽에 큰길을 두고
삼각형 섬처럼 자리한 오래된 건물에 스쿨서점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참고서라는 학습도우미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학교에서 배급받는 교과서 말고는 참고서는 필요한 사람이
따로 구입한다는데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쯤은 수십 마지기 문전옥답도 농지개혁으로 소작인 들에게 빼앗기고
하루아침에 기울어진
가세는 삼시 세끼 밥 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지경에 있어
엄마는 내게 참고서를 사 줄
만큼의 딸의 학교생활에 신경써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낳아만 놓으면 제절로 크는것 처럼
내게 잔 신경 써주는 사람도 없어 나 혼자 잡초처럼 스스로 알아서 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낮 놓고 ㄱ자도 모르는 무학의 엄마 밑에서 커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를
혼자힘으로 겨우겨우 깨쳤는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나는 바보가 아니었으면
햇똑똑이였나?
그늠의 분수가 그렇게도 이해가 안 돼서 2/1 보다 12/1 이
언제나 더 크다고 생각했으리
만큼 공부에 기초가 없었던 ...
가뜩이나 부족한 수학실력은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수학 대수 기하 라는
글씨만 봐도 트라우마에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내가 특별히 좋아하고
두각을 나타내서 날고 뛰는
국어 역사 지리 생물시간에는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은걸 생각하면 어깨가 들썩 거렸었지..
친구들의 참고서를 잠깐씩 빌려보며 스쿨서점에 가면 공부
잘 하는데 도움되는 책들이 쌓여있다는 친구들의 말에 하교 후
어느 날 스쿨서점을 찾았다.
키 작은 단발머리 중1학년 학생의 눈에는 낮으막한 서점을 꽉 채운 온갖 종류의 책 들과
종이냄새 인쇄냄새..
좁은 복도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틈에 나도 용기를 내어 슬그머니 끼어들어 참고서를 꺼내 들고 갖 고등학교를 졸업한것 같은 서점오빠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참으로 착하게 생긴 서점 오빠..
쌍꺼풀진 눈에 늘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친절한 오빠였다. 내가 그토록 출근부에 도장을 찍듯이 매일같이 서점을 분주하게 들락날락 거렸건만
한 번도 책을 그만 보라고 빼앗거나 거두어 가는 일 없었고
눈치를 주거나 불편한 내색 없이
늘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착하디 착한 오빠
나는 중학교 3년 동안
돈 한 푼 내지 않고도
공짜로 수많은 책을 볼수 있었고
내쫓기지 않는 다행스러움에
날이면 날마다
스쿨서점 한쪽 귀퉁이에
망부석처럼 붙어 서서
날이 저물도록 죽어라고
참고서만 들여다보고 있었지..
그리고..
65 년이 훌쩍 지난 세월
지금 만나도 그 얼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키가 그리 크지 않고
잘 생기지도 않았지만
착한 눈 착한 얼굴의 친절하던
서점 오빠..
지금은 90살이 훌쩍 넘었을
그 오빠는
어디서 무엇하며 살고 계실까?
지금이라도 만나 뵐 수만 있다면
그때의 그 고마움을 말씀드리고
그때는 정말 고마웠다고
맛있는 밥 한 끼 작은 선물 하나라도 사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5월 말 귀국하게 되면
꼭 고향 영주에 가서
스쿨서점을 찾아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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