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한 기억의 편린.
9.D.D.T. 와 간염.
큰 형부의 월북으로 삼 남매를 데리고 방물장수를 하며 죽을
고생을 하며 시래기죽으로 연명하던 큰언니가 친정으로 돌아왔다.
언니가 돌아올 때쯤 우리 집은 형편이 좀 좋아진 것이 엄마가 보부상처럼 상동광산을 드나들면서 번 돈으로 다시 중앙여관을 열었고 그때부터는
상동광산으로 드나드는 도매상과 소매상등 장사꾼들의 집합소로 우리 집 중앙여관은 늘 만원사례였고 또 5일 만에 서는 영주 장날에 면소재지에서 장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장국밥과 비빔밥 그리고 관공서 공무원들이 늘 예약하며 찾는 음식점으로 다시 옛날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을 때였다
나와 한 살 터울의 조카 영숙이 규영이 규철이등 친정살이 언니네 식구네 명과 엄마와 내가 안방에서 살게 되고
사랑방에는 아버지와 큰엄마 상덕이 계덕이 두 오빠가 거처하고 6호실에는 고등학생이던 효덕이 오빠가 거처했다.
피난 이후 난장판 같은 세월에 빈대와 벼룩 머릿니는 왜 또 그리 극성이던지
참빗으로 머리를 빚을 때마다 쏟아지는 머릿니는 디디티.라는 가루약을 뿌려 이를 잡았고 방구석마다 디디티 분말을 뿌려두어 빈대와 벼룩을 예방한다는 그 D.D.T. 가 얼마나 무서운 독성을 가진 살충제 인지는 그 당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해충 잡는 명약으로 알려졌으니.
나도 오늘 DDT와 D.D.T.
이렇게 구글에 찾아보고 암을 유발하는 살충제란 걸 알게 되었다
동란이 끝나고 미군의 주둔과 함께 D.D.T. 와 다이야찡. 아까징끼. 페니실린이라는 약도 알게 되었다.
그 사변시절 모든 것이 파괴되고
위생시설이 철저하지 못해서인지 상처로 곪아 터지고 염증으로 부어오르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누런 진물 흐르는 헌데딱지를 달고 살았다.
나도 종아리와 두 무릎에 헌데가 생겨 걷지를 못하고 두 다리를 뻗혀놓고 산적이 있다 그 시절 다이아찡 알약을 부셔서 상처에 뿌리면 낫는다고..
그때는 다이아찡이 만병통치 약
이었던 시절이다..
너무나 궁핍하고 절박했던 곤고의삶.
모든 이들의 이성이 마비된
그 혼돈의 시절 여섯 살 어린 나는 오랜 기간 중병으로 목숨을 부지 못할 줄 알고 내 엄마는 늘 울부짖었다.
"저 빌게 뜯어먹은 것 같은
막내딸내미 열 살까지만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나는 빌게 란 낱말의 뜻은 몰랐지만 아마도 "비루먹다"를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내 생각에 6개월쯤 누워 지내지 않았을을까 싶다.
엄마한테 기대앉아 미음을 떠 넣어주면 삼키지 못하고 다 뱉어내고 얼굴은 마른 버짐이 피고 팔다리는 뼈만 남았고 가는 목이 어떻게 머리를 받히는지 싶게 머리도 가누기 힘든 지경이 있을 때 이부자리에 말아 한쪽켠에 밀어놨을 때 둘째 언니가 결혼식을 했다.손님들이 안방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고 있을 때 죽은 듯 늘어져서 엎드려있던 내 항문에서 회충이 나왔다고 영숙이가 소리 질렀다. 엄마 이모좀 와봐 하고
그래도 아무 느낌도 없고 꼼짝할 기운도 없는 나는 죽은 듯이 엎드려있을 뿐 정말 죽은 목숨 같은 세월을 보냈는데
2000년쯤 우리 가족이 다섯명이 B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으러 두리의원에 갔을 때 검사를 마친이용건 선생님이 나에게는 간염을 앓은 병력이 있어 예방접종이 필요 없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 어렸을 적 오랜 시간 누워 지냈던 것이 간염에 걸렸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났다.
그 시절 무 배추등 모든 채소는 인분을 거름으로 썼고 우리 집은 폼푸가 있었지만 대다수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고 우물가에서 빨래하고 머리 감고.. 화장실도 우물과 지척에 있었던 시절이니 간염 또는 황달병 환자가
그리도 많았던 시절.. 병명도 모른 채 장시간 앓아누웠던 내 병명은 간염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8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게 축복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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