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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손자에게 나의 뿌리알려주기

섬돌밑에 숨겨진 비밀

나의 증조부님이신
張, 甫자 登자 할아버지는 아마 갑자기 돌아가신듯 하다.
섬돌밑의 비밀을 아버지께 미리 유언이라도 남겨 주셨더라면
상황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아버지 나이 18살
지금으로 말하면 하이틴..
모든 가정사를 진두지휘 하시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변고에
갑자기 대소사의 일을 책임지게된 아버지는 크게 상심하셨으리라 18살 어린 새서방님이 무얼알았을까?

하인들은 가장이 되신 아버지
보다 할머니에게 모든 분부를 받고 대소사의 집안일을 처리하니하루하루가 그저 무료하기만 한 아버지는 허구한 나날을 동네 청년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밤마실에 화투도 치고 하셨단다.
재력이 받쳐주었고 그때까진 세도가의 새서방님이 었으니
무엇하나 아쉬울게 없었으리라.

바가지를 든 가난한 동냥어치들이 아침저녁 대문앞에 줄 을서도
그냥 내보내는법 없이 보리밥이라도 한사발씩 안겨주었고
인심좋다는 동네사람들의 칭찬에 어린 마음에도 뿌듯함을 느끼셨다고 하셨다.

어느날 아침 마당을 쓸던 하인이 이것좀 보시라며 엽전 몇닢을 내밀더란다.
이게 어쩐 엽전이냐고 물으시니 이상하게 마당을 쓸다보면 몇개씩 떨어져 있는데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혹시 서방님께서는 짐작가는것이 있느냐고...
그 엽전이 땅에서 솟았을까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나도 전혀 아는게 없다...라고하셨는데
그 말씀을듣던 할머니께서 혹시 모르니 그 엽전이 어디에 떨어져 있더냐?
물으셨고 항상 섬돌밑에 한두닢씩 떨어져 있었다고...

그리하여 아무것도 모르던 아버지는 섬돌을 고아놓은 가마니떼기를 열어보라고
하여 돌을치우고 가마니를 열었더니 거기에 엽전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했다.
지금처럼 금고도 없고 고방 같은곳에 돈을 감출수도 없고..
아무도 모르게 디딤돌 밑에 숨겨놓은 엽전이 가마니가 낡아 지면서 밟고 오르내릴때 마다 벌어진 틈새로 엽전이 흘러 나온것 이라고한다.

누구에게도 발설 하지말라고 하인에게 신신당부 했건만
하지말란 말 까지 붙여 귓속말로 전한것이 가근동이 다 알게되고
산적들의 화살이 날아오는 빈도가 점점 더 높아 졌다고 한다.

화살에 적힌 내용을 관청이나 어떤 누구 에게라도 발설하면
가족을 몰살하고 집과 사당을 을 불 사른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에
혼자 남으신 연로한 할머니가 도적의 손에 피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피눈물을 흘리며 마지막엔 논,밭을 팔아가며 남몰래 돈을 만들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그 어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원통 절통함이 뼈에 사무친 세월이 억겁처럼 길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애처롭고 불쌍하신 우리 아버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