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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추석 합동 위령미사

201001 추석 합동 위령미사 

찬미 예수님

1.우리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참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 그래서 너무나 당혹스럽고 힘들고 지치는 삶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한가위가 되었는데도 그리운 가족간에 얼굴도 보지 못하고, 심지어 차례나 성묘도 인터넷으로 하는 참으로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가을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그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극심한 마음의 어려움과 스트레스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책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더 굳어가고 있으며, 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의 폭력이 사회곳곳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가족간에도 따뜻함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까요?  

3.가을에는 무엇보다 풍요로움과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데 뭔지모를 긴장감과 우울함이 가득합니다. 
가을에 느낄 수 있는 뭔지모를 뿌뜻함도 없습니다..
황금빛의 논을 바라보면 풍요로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
단풍으로 물드는 나무들을 보면 아름다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석양에 넘어가는 해를 보면 숙연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4.이 가을, 이 한가위에 우리는 함께 모여 있습니다... 어떤 집안이든지 다 집안의 내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던지 그 인생의 역사가 있게 마련입니다...이제 모든 것을 다 마치신 분들을우리는 이 미사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한분 한분의 삶이 다 소설과 같을 정도로 치열하고, 아름다웠고, 슬펐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 하나 예외없이 모든 이의 삶이 다 슬프면서도, 고통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속에 있는 수많은 애환과 애증의 역사속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들을 추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나고 보니,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보니 그분들의 깊은 마음이 전해지고, 이해가 되어지는 부분들이 있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속에 내가 몰랐던 고통들이 이해되어지고, 그분들의 삶속에 내가 몰랐던 사랑들이 이해되어지게 마련입니다...

5. 모든 사람이 다 완벽한 사랑과 평화속에 자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많은 상처속에서, 고통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현실속에서, 태어나고 자라게 마련입니다..  해서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불신과 미움, 또 때로는 증오속에 우리는 갈등하며 아파하며 고통스러워 하며 살아옵니다.. 그러나 시간과 세월은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그때는 몰랐던 그분들의 마음을,.  그분들의 삶속에 있었던 치열한 삶의 과정들을,  그 세월속에 숨어있는 사랑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쭙잡게 고백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해하노라고,, 이제는 사랑할 수 있겠노라고,,, 그때의 어리석음들을 용서해 달라고,,,, 이제 나의 마음을 받아달라고 우리는 여기서 이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간은 앞서가신분들과의 진정한 화해와 용서의 시간인 것입니다.

6.돌이켜 생각해보면 여기에 계신 분들은 다 나름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사랑의 표현이 미숙한 가운데에서도 깊은 사랑의 마음을 갖고 계셨던 분들,,, 나를 지켜주시고, 가정을 지켜주시고, 이 사회를 지켜 주셨던 분들이십니다... 남들보다 가난하고, 차별받고, 억울한 사회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삶과 자녀들, 가족들과 가정들을 지켜 주신 분들이십니다...

7.세상사람은 다 몰라도 하느님께서만은 그분들의 마음과 그 삶의 이면을 다 알고 게실 것입니다.. 그분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그 진실함과 그 사랑을 다 알고 게실 것입니다.. 그분들의 삶의 애환과 고통과 억울함까지도 하느님께서는 다 헤아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 하느님의 사랑덕분에 그분들은 이제 모든 것을 마치시고  우리의 기도속에 평화로이 머물고 게십니다..

8.살아있을때는 서로 미워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사랑도 했지만 이제 모든 삶을 끝낸 후에는 진정으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계실 것입니다... 삶의 모든 여정을 마치고 나면 아마도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다 깨우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인순이의 수많은 노래중에서 특히 아버지라는 노래에서 깊은 감동과 공감을 느낍니다.. 아버지라는 노래를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걸음도 다가 설 수 없었던
내 마음은 알아 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 왔는지
눈물이 말해 준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 했었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 했었다

 제발 내 얘길 들어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
--참으로 애절한 노래입니다.. 인순이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이 노래는 우리 가슴속에서도 똑같이 외치고 싶은 앞서간 이들에 대한 사랑과 미움에 대한 노래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이분들이 앞서가있다보니 우리의 가슴속에서는 미움과 상처보다는 애잔한 마음과 사랑했던 그 순간, 그 추억들이 우리 가슴을 흩고 지나갑니다..

살아있을 때 왜 그리 잘해 주지 못했는지, 왜 좀더 사랑을 해 주지 못했는지, 그 많은 시간들을 미움속에서 상처속에서 아파했는지 후회가 가슴에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

지나가보면 누구나 다 불쌍한 사람들이고, 그의 삶안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었는데도 왜 그리 따지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이해하지 못했는지 회한이 가슴에 가득찹니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싶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

이제 고백해보게 됩니다.. 나의 미움과 상처속에는 진정한 사랑이 또한 함께 있었노라고, 그대들을 미워했지만 동시에 진심으로 사랑했었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노라고 고백해보게 됩니다...

9.우리가 오늘  바치는 모든 기도는 이 세상과 저세상이 서로 통하는 다리와 같은 기도일 것입니다...

저세상사람들은 우리에게 말은 못하지만 우리를 위한 기도를 통해 우리를 격려하시고, 여전히 사랑한다 말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 세상사람들은 저 세상사람들을 만지고 얼굴을 볼 수는 없어도 그분들을 위한 기도를 통해 여전히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노라고, 다 이해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0.기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그분들에게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평화가 되는 것이고,, 그분들의 기도는 우리들에게도 마음의 평화와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11.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신앙을 통해 산자와 죽은자를 연결시켜 주고 계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인 것입니다....

13.이 아름다운 가을에, 우리의 이 어려운 인생도 우리 가슴속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자유로울수 있을 것이고, 우리안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고, 이 아름다운 가을의 석양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비워낼 수 있을 것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관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4.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계신 모든 연령들을 위해 잠시 침묵가운데 기도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