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9주일 2018
1.날씨가 여전히 덥습니다. 그래도 약간 더위가 숙어진듯도 합니다.
요즘 너무 덥다 보니 농작물을 키우는 농부들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농작물들이 더위을 이겨내지 못하고 타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 오리, 닭등을 키우는 축산농가도 이 더위에 동물들이 폐사하지 않도록 신경이 곤두서있습니다. 배추 한포기가 만원에 가깝다 하니 우리 서민들의 삶도 팍팍하기만 합니다.
2.농작물이든 축산물이든, 해산물이든 생명을 키우는 일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3.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수없는 노력을 해도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농사입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어떤 인간의 노력도 허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쉽게 성취감을 맛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자연의 생명은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그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고, 사람의 생명과 인생은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어야만 그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농부와 어부들은 참으로 겸손함이 그 몸속에 배어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4.마찬가지로 가장 귀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들도 농부와 어부들처럼 진지한 겸손함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기새끼라 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주신 진정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어떤 성취감도 만족감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5.사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적인 생명을 키우는 사제들은 누구보다 더 깊은 영성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끌고,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사제 개인의 인간적인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의 영혼을 활성화시키고, 그 영혼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제와 교회의 작은 노력속에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제의 작고 보잘것없는 마음과 능력을 통해 당신의 크신 일을 하시는 분이심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사제들은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하느님께서 하시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비워내는 일에 사제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6.엊그제 드디어 저의 강론집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당신은 복되십니다 라는 제목으로 700페이지, 650페이지 두권으로 나왔습니다. 책을 내는 일은 출산과 같다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더군요. 책을 보니 디자인도 쌈박하고, 아주 튼실한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마치 쌍둥이 두아들을 낳은 듯한 묘한 기분도 듭니다.
7.발간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1.)저는 깊은 학문을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기도에 매어달린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30여년간 교회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평범한 사제입니다.
2.)이곳 금호동 성당에 오면서 저는 세가지의 실천사항을 결심했습니다. 첫째는 신자들을 야단치지 않기, 둘째는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셋째는 매주 강론을 철저히 준비하기입니다.
3.)5년의 임기를 마쳐가는 요즘 저는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부족하기는 하지만 저의 결심들을 어느정도는 실천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4.)신자들이 신부님 강론을 다시 들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예지 출판사의 사장님께 조언을 구했는데 정말 뜻밖에도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5.)저는 순간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저의 글을 책으로 낸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6.)저의 지나온 글들을, 그 글들속에 있는 세월들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가슴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로 뛰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저의 글은 제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그분이 이끌어 주신 것이었습니다.
7.)이제 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을 통해서, 저의 글을 통해서 함께 하신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을 드러내야 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8.)그래서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감동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족하고 부족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큰 수정없이 있는 그대로, 부족한 그대로 출간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9.)분량이 꽤 많습니다. 1200페이지가 넘으니 어찌할까? 하다가 삭제, 편집하지 않고 두권으로 출간하기로 호기를 부리고 말았습니다.
10.)일정한 주제도 없고, 맥락도 없으니 그때그때마다 아무곳이나 펴서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은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겠습니다. 그저 편하게 마음으로 읽고 느끼시면 될 듯합니다.
11.)부족하기만 하지만 하느님께서 쓰시고 싶으신 대로 쓰시도록 제 마음도 내려놓고자 합니다.
12.)제 삶을 통해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입니다. 아멘.
8.저의 삶에 하느님께서 그토록 많은 사랑과 인내를 보여주신 이유는 그 하느님을 깨닫고 증거하라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가 이책을 읽고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인생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저는 그저 하루, 하루, 부족하지만 뚜벅뚜벅 걸어왔을 뿐입니다. 때로는 허우적거릴 때도 있었고, 때로는 교만에 가득차 잘난 맛에 살아왔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기다려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제 삶에 함께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9.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저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끊임없이 당신의 빵을 먹여 주셨습니다. 그 빵 하나하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하루하루의 빵을 통해 제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살려주셨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결단코 저의 자랑이 아닙니다. 저의 이야기는 제 삶에 하느님께서 어떻게 함께 하셨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직도 깨닫지 못한 그분의 사랑이 너무 너무 많습니다. 제 삶의 존재이유는 하느님께서 이미 제 삶을 통해 주신 그 수 없는 사랑을 깨닫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10.우리에게 생명의 빵이 되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이웃들에게 생명의 빵에 대한 증인이 되라고 강력히 촉구하십니다.사랑을 받고 그저 자기안에서만 꿀꺽 삼키는 사람은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며, 더 이상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받은 사랑을, 깨달은 사랑을, 깨우친 사랑을 증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더 높고, 더 깊은 또 다른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음식을 먹지 못하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생명을 먹지 못하면 인간의 영혼은 살 수 없습니다. 영혼이 무너지면 정신이 무너지고, 마음도 육체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일단 영혼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도, 마음도, 육체도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보이는 육체에만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그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삶의 자세는 잘못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적인 양식을 받아먹지 못하면 인간은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모든 것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12.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영육간에 건강하기를, 그래서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일단 영혼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해지는 것이며, 그래야 우리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너희는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세상의 빵만 먹으면 죽고 만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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