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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연중 제 16주일강론

연중 제 16주일 2018

 

1.날씨가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에는 에어컨도 없이 지낼 수 밖에 없는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더 더욱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2.성당에서만큼은 시원하게 계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그런데 평소부터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있는 어르신들이 알아서 스윗치를 끕니다.

 

3.어느날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성체조배실에 악취가 난다고 알려 오셨습니다. 사실 우리 본당의 성체조배실은 여름이 되면 습기가 많이 차는 곳입니다. 성모님 정원앞에서 배어든 물이 벽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체조배실 공사를 할 때 아주 특별한 장치를 해 두었습니다. 썬택이라는 설비인데 자동적으로 습기와 악취를 제거하는 장치입니다. 화장실에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전기를 아낀다고 스윗치를 내린 것입니다.

 

4.사실 지하강당도 습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외부온도와 내부온도가 너무 차이가 나다보니 결로등도 많이 생기는데 본당직원들의 노력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5.성당에 오시면 시원합니다. 이 무더운 여름, 고생하지 마시고, 성당에 오셔서 시원하게 피서도 하시고, 예수님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6.우리가 예수님을 만나자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내적인 힘과 용기와 위로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우리가 주님앞에 나와 앉아 있기만 하면 됩니다. 주님앞에서는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저간 사정을 다 아시는 그분께서는 다 알아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유익한 것을 베풀어주시기 때문입니다.

 

7.어떤 사람은 기도할 때 분심이 많이 들어서 걱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기도는 주님께 집중해서 뭔가를 깨닫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노력이 아닙니다. 기도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는 일이 아닙니다. 분심, 그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내면에서 솟구치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분심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입니다.

 

8.기도는 쉬어가는 것입니다. 이 바쁘고 힘든 일상사에서 그저 편히 쉬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주님앞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바쁜 오감을 멈추는 것입니다. 생각도 하지 말고, 느끼지도 말고, 그저 주님앞에서 속세말로 멍때리는 것입니다.

 

9.그리하면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 주십니다. 기도의 주도권은 주님께 있는 것이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그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10.진정한 친구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게 마련입니다. 그런 친구앞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다 할 수 있습니다. 괜시리 머리를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미사여구를 쓸 필요도 없고, 위장과 포장, 분장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됩니다. 신뢰가 있기에, 우정이 있기에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짜 친구들앞에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아집니다. 진정한 친구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정말 재미가 있고, 즐겁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이야기 하여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풀립니다. 그야말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그저 즐겁고 기쁠뿐입니다. 친구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삶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고 깨닫는 기쁨이 있을 뿐입니다.

 

11인생에 그런 진정한 친구 한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

 

12.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 세상에서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13.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 머릿속에서 너무 관념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나 크신 분, 하늘에 계신분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한없이 초월하시는 분이시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세상 가장 깊숙이에 내재하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성장기를 거치셨으며,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이 세상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대해 열정을 갖고 사신 분이십니다. 이 세상의 어둠과 죄악에 대해 누구보다도 고민하셨고, 하느님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고민하신 분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자비를 충만하게 갖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불의앞에서는 참지 못하셨지만 불쌍한 사람앞에서는 그 연민이 한없이 크신 분이셨습니다. 한없이 지치고 힘든 상황속에서도 당신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모든 것을 내주시고, 모든 것을 나누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14,우리가 신앙생활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바로 예수님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나의 삶과는 상관없는 너무나 크신 분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5.그분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즉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이고,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우쳐주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진실한 애정과 측은한 마음으로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십니다. 나의 속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십니다. 내 험난한 인생살이의 그 숱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하십니다. 내 삶안에 있어왔던 슬픔들, 고통들, 상처들에 대해서 듣고 싶어하십니다. 내 안에 있는 기쁨과 희망과 의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하십니다.

 

16.그분은 나의 마음과 인생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어하십니다. 친구와의 대화는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이고, 또 마음을 다해서 듣는 관계입니다. 그분은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하시고, 우리의 삶에 대해서 듣고 싶어하십니다.

 

17.이 세상을 살기 정말 힘드시죠? 날씨는 덥고, 누굴 믿어야 할지도 아리숭하고, 도대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헷갈리고, 답답할때가 많으시죠? 기쁨도 있지만 그것은 하나일뿐, 아홉 개의 고민과 고통속에서 속이 숯검뎅이가 되도록 타들어갈 때가 많으시죠?

 

18.그저 아무생각없이 주님앞에 나와 앉으시면 그 모든 인생의 십자가와 고민과 고통이 술술 풀려나갑니다. 기도할 줄 모른다고요? 그저 주님앞에 나와 앉아있는 것이 기도입니다. 온갖 분심, 그것은 우리가 주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들인것입니다. 기도는 고도화된 정신 집중이 아닙니다. 그저 편하게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고된 삶을 이야기하고, 조용하게 그분께서 우리 마음에 이르시는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마음속에서 강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용하게, 나직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속의 깨달음을 이끌어내십니다. 기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맙시다. 그저 하루중에 편한 시간, 좀 쉬어가는 시간이 기도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우리의 하루를 지켜줄 것이고, 우리의 인생을 지켜주는 너무나 고귀한 주님의 은총이 되어줄 것입니다.

 

너희는 따로 조용한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