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5주일 2018.7.15. 농민주일
1.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없어서 하늘도, 구름도, 산야도 이쁘고 아름답습니다. 공기도 비교적 쾌청합니다. 숨쉬기도 좋습니다. 덥긴 하지만 미세먼지가 없는것만으로도 견딜만 합니다.
2.일년반 전부터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금호동본당에 오기전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치아에 대한 전반적인 치료를 받았는데 또다시 아프기 시작한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이곳 저곳 치과를 알아보았습니다. 한 신자분이 치과는 정말 실력좋은데를 다녀야 한다며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여태까지 다녀 본 치과중 가장 아프지 않았고, 젊은 의사임에도 실력이 좋은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치아에 대한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어금니를 진찰하더니 아무래도 임플란트를 하는게 좋다고 합니다.
3.일년반이라는 시간을 통해 두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습니다. 새로운 치아가 그것도 어금니가 두 개 생겼다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었습니다.
4.사실 저는 부모님께로부터 골격하나만큼은 너무 좋게 태어난 것 같습니다. 동창 의사는 신부님은 웬만한 병이 와도 골격이 워낙 좋아 다 이겨나갈 것이라고 조언을 합니다. 사실 제 치아도 원래는 참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관리를 소홀히 한데다가 그동안 좋은 치과의사를 만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5.이제 새로 생긴 두 개의 어금니가 참 든든하고, 기쁘기까지 합니다. 그동안의 관리소홀에 대해 반성하면서 새로운 치아에는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6.엊그제 주교님과 면담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올 봄에 사제연수프로그램중 제주도 엠마오의 집 연수를 신청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서울교구의 젊은 신부들이 오랫동안 본당신부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사정체현상 때문입니다. 저라도 본당을 비워줘야 하겠다는 생각에 연수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본당신부라는 직책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사제의 삶을 살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본당신부로 있으면서 내면이 고갈되고, 지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고 새로운 삶에 대해 갈망을 갖고 있는 저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7.주교님께서는 기쁘게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금호동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8.금호동에서의 삶이 어떠했냐는 주교님의 질문에 저는 저에게 주신 사제직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고, 기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9.이제 아주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마음깊은 곳에서는 기쁨과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결정은 제가 하는 것이지만 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 삶안에 함께 하시는 주님께서는 제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함께 해 주심을 보다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저를 정말로 사랑하시기에 제가 가는 길에 항상 함께 하셨고, 모든 기쁨과 슬픔에 또한 함께 하여 주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저의 기본적인 성향은 열정과 투지, 그리고 끈기입니다. 그동안의 사제의 삶을 보면 그런 열정으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성향마저 자제시키시고, 마음을 비우게 하시고, 또 때로는 저 자신을 온전히 버리게끔 하시는 주님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이제나마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저 자신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하느님의 뜻안에서 살게끔 이끄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새로운 치아와 함께 새로운 마음,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삶으로 이끄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11.물론 제주도 연수는 삼개월이고,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분께서 이끄시는대로, 저를 쓰시고 싶으신대로 그저 맡겨드리겠다는 마음뿐입니다. 그분께서 저를 어떻게 이끄실지 전혀 예상을 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준비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만 있을뿐입니다. 다만 여태까지와는 달리 저의 의지, 감정, 생각까지도 다 그분께 맡겨드릴 뿐입니다. 여태까지 저의 삶을 이끌어 오셨듯이 앞으로도 이끌어주실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제 삶의 주도권은 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12.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제자를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며, 신발은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고 하십니다.
13.길을 떠날 때 빵, 여행보따리, 돈, 의복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생존조건인 그 모든 것을 하나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것일까요“
14.하느님께서 필요한 것은 다 마련해주실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이 세상에 의지하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나를 전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을 전하는 것이니 하느님께서 주시는 능력과 섭리를 온전히 믿으라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들꽃마저도 화려하게 입히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이끄심을 온전히 믿으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면 그 모든 필요한 것들을 필요한만큼 받는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결코 혼자가 아니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이니 그분의 현존하심을 굳게 믿으라는 것입니다.
15.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는 곧 하느님께 대한 사랑인 것입니다. 어린 아기가 엄마품에서 평온하게 있을 수 있듯이 모든 인간적인 걱정, 세상적인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음속에 늘 존재하는 두려움, 욕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16.그리하면 더러운 영들을 제어하는 권한과 병을 고치는 능력을 받게 될 것이고, 전하는 말씀들이 사람들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구원으로 꽃피어날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입니다.
17.작년 동창신부들과의 이태리 자유여행때 아씨시에서 강하게 느꼈던 체험이 생각납니다. 프란치스꼬 성인은 정말 예수님을 깊이 사랑하셨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예수님의 상처, 즉 오상을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바치기도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인에게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오상과 함께 하느님의 큰 능력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병을 고치는 능력, 온갖 마귀들을 쫓아내는 능력, 자연과 소통하는 능력,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둠을 쫓아내고 사랑과 평화를 심어내는 능력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시는 특별한 능력까지도 허락해주셨습니다.
18.우리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부족한 우리에게도 하느님께서는 전능하신 당신의 능력을 선물로 주실 수 있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19.정말 우리가 하느님께만 의지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다는 것을 저는 저의 사제의 삶을 통해 강하게 느끼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의지하지 못하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하게 채워주심을 수시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려웠던 상황속에서도 단한번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충만하게 살아온 게 아닐까 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삶에 때로는 고통도 허락하셨지만 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하게 채워주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하느님은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믿고, 의지하고, 신뢰한다면 내가 내 삶을 이끄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의 삶을 잘 이끌어주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인생의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신발은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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