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5주일 2018.4월29일
1.우리는 엊그제 참으로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하였습니다.. 폐쇄적이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북한의 정상과 수뇌부들이 남한을 방문한 것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듭된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으로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고, 전세계의 우려을 자아내던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뜻밖의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내에서 전체인민회의를 개최하면서 정책의 변화를 보이던 북한의 지도부가 이번 판문점정상회담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역설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북한의 노동신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2.일제치하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김일성은 그토록 잔악하게 세계를 유린시키던 일본이 나카사끼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두발로 두손 두발 다들고 항복하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런 결심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 핵이면 된다.. 전세계를 집어삼킬것만 같던 일본도 핵두발로 항복하지 않았나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말 거야” 북한에서 정권을 잡은 김일성은 바로 그때부터 핵개발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 걸게 됩니다.. 이런 김일성의 노선은 그의 아들 김정은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 무수한 반대와 제재, 협박과 호소가 있었지만 핵무기개발은 북한에게 있어서는 당면한 과제였고, 자신들의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국제사회의 수많은 노력들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에게는 무수한 압박으로 이어졌지만 북한은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당연히 김정은위원장에게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핵무기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평생 국가과업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제 핵무기만 있으면 미국도 무서워할 것이 없다고 미국까지도 협박하던 그들이었습니다..
3.한참 오래전에 중동의 국가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중동인이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남쪽코리아냐 북쪽 코리아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남쪽 코리아라고 했더니 인상을 갑자기 찌푸리더니 자기네는 북쪽 코리아가 더 좋다고 합니다.. 의하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네는 미국을 너무 싫어하는데 전세계에서 미국과 맞짱뜨는 나라는 북한이니, 북쪽코리아가 더 좋다는 설명이었습니다...
4.정말 전세계에서 미국과 맞짱뜨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핵무기도 거의 다 완성되었으니 한번 해볼테면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바로 얼마전까지의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갑자기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에 속고 속아온 우리들로서는 정말 의아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 두나라의 정상이 자기들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위장된 평화를 가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불신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제 뉴스에서 통일촌에 사는 한 할머니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책임있는 두 정상이 한이야기이니 책임지고 실천할 것이 아니냐라는 소박한 이야기가 가슴에 다가옵니다...
5.정말 이번에는, 이번에는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습들이 거짓이거나, 위장이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사심이 아니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남한과 북한이 함께 걸어가기로 한 이 평화와 번영의 길이 흐트러짐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6.그런데 갑작스럽게 북한이 왜 이런 변화를 보이는 것일까요? 아마도 여태까지의 노선으로는 자신들의 정권도, 자신들의 인민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과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자신들도 국제사회에서 변화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이제 비로소 깨달은 것은 아닐까요?
7.바로 그런 변화를 위한 깨달음이 하느님의 은총이요, 성모님의 간구하심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도저히 변화될 것 같지 않던 북한이 변화돠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은 당시 쏘련의 변화를 위해서 누구보다도 신자들이 간절하게 묵주의 기도를 바칠 것을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성모님의 메시지를 받은 열심한 신자들은 파티마 성당 주위를 무릎으로 기면서 고통과 인내의 묵주기도를 바쳐왔고, 지금도 그 기도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우리 수많은 신자들이 자신들의 삶의 고통을 통해 하느님을 찾게 되었고, 그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인 이 분단상황의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 오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우리 한민족을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천주교의 창립역사때부터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하시어 선교사의 도움없이 자발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던 사람들에 의해 신앙이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그 엄격한 조선의 유교를 뚫고, 수많은 순교자의 피를 바탕으로 우리의 신앙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비와 위기때마다 우리와 함께 하셨고, 때가 무르익자 이제 남북한 지도자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이와같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게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8.그래서 이번만은 믿어보고 싶습니다.. 서로를 헤치는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 한민족, 한겨레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로 함께 득이 되는 통일의 앞날을 강하게 희망해보고 싶습니다... 진정한 평화관계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윈윈하는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9.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남한과 북한은 한언어를 쓰는 한민족이고, 형제들이다.. 그러니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와 원한이 되었다하더라도 이제 시간이 흐를만큼 흘렀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정말 엊그제 회담모습을 보니 통역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생각과 문화는 너무 많이 달라졌지만 가슴 한가운데에는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이제는 여야를 떠나,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남북한의 이 훈훈한 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1.우리 금호동 지역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남북분단의 아픔을 가장 피부로, 삶으로 체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격변의 역사는 우리 서민들에게는 정말 삶의 고통이었고, 상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 격변의 세월앞에서, 수많은 삶의 노고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오셨고, 버텨 오셨습니다.. 때로는 그 부모님들의 삶의 상처는 자식들에게까지 치명적인 삶의 상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잘못된 정치인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구겨지거나 망가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누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사심없는 일꾼인지를 분명하게 분별해내야 하겠습니다.. 내가 잘못뽑은 정치인들이 바로 나의 구체적인 삶을 망가뜨리고, 나의 삶에 한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12.우리의 삶에 기쁨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하는 정치인들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 변화의 시대, 그 어떤 누구라도 이 변화를 거부해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도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시어 진정으로 국가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사심없는 정치인들이 될 수 있도록, 진정으로 지금의 모습에서 변화된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13.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고 단언하십니다..
우리 삶의 수많은 슬픔과 고통과 상처들은 바로 이 말씀을 깊이 새겨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우리 생명의 근원인 하느님을 무시하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때로는 신자이면서도 실생활에 있어서는 나의 힘으로, 나의 노력으로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14.우리는 때로는 너무나 쉽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바로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안에 머무르지 못하면, 주님도 내안에 머무시지 못합니다.. 우리가 주님안에 머물지 못하면, 이 삭막한 세상을 내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리되면 우리삶이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겠습니까? 가뜩이나 어려운 세상 혼자만의 힘으로 살려고 하는 우리 내면 깊숙이에 있는 교만함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우리가 주님과 함께 있으려 노력하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우리 삶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변화를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그 딱딱하고, 획일적이고, 일방적이고, 변덕이 죽끓듯 하는 북한 정권도 변화시켜 주시는 분이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실 리가 없는 것입니다. 비결은 단 하나, 우리라도 주님안에 머므는 것입니다.. 그럼 모든 인생의 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인생 쉽게 살기 얼마나 쉽습니까? 그분은 사랑의 하느님이시니 우리 마음 깊숙이에 숨겨져 있는 사랑을 끄집어 내어 그분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는 나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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