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4주일 2018 성소주일
1.봄의 신록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연초록의 새잎들은 우리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추운 겨울, 어디에 숨어 있다가 어찌 봄이 왔는지를 알고 다 터져 나오는지
이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2.조경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무들은 가을에 낙엽을 떨어뜨리면서 그 자리에 새순이 돋아날 수 있는
눈을 남겨 둔다고 합니다..
참 자연의 신비가 묘합니다.. 이미 떨어지는 낙엽의 바로 그 자리에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3.이번 봄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봄이 그리 찬란하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무의 새순, 그 순하디 순한 연록색의 새 생명들은
우리 마음속에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었고,
이제 때까 되니 움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4.이 부활시기도 그와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이라는 마지막 절망속에 이미 부활의 새싹이 준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절망속에서도 희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둠속에서도 이미 빛은 준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좌절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위한 용기가 이미 준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이고, 특히 부활의 신앙인 것입니다...
5.언젠가 똥파리라는 영화를 티브이에서 본적이 있었습니다..
술과 폭력으로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빠트린 아버지가 그의 아들의 타락과 좌절을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아야만 하는 참으로 비극적인 영화입니다...
술주정과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속에 태어나고 자란 주인공은 그 아버지보다 더
폭력적인 사람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에게는 양심도, 상식도, 법도 없었습니다..
하는 말마다 다 욕이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아버지에게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증오심을 갖고
폭력을 휘두르며 무시하고, 행패를 부립니다...
어느날 어떤 당당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학생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의 그 무자비한 폭력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 아들은 그 여학생에게 마음이 가게 됩니다.. 어느날 한강변에서
그 여학생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한없이 서렵디, 서럽게 울어댑니다...
자신의 마음깊은 곳에 있는 상처와 자신의 지금의 그 처참한 모습을 스스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주변환경이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상처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됩니다...
6.저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아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음속에 어렸을때부터의 깊은 상처는 그의 인생을 방해하는
너무나 크나큰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는 그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사람들을 너무나 부정적으로 보았고,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다 폭력적이고 위압적이었습니다..
결국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7.그의 비참한 말로는 어떤 면에서는 아주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는 도저히 사회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고,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증오를 다스릴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동안의 사랑이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긴 했지만 여전히 그는
그 자신의 상처속에 매인 불쌍한 사람이었고, 처절하게 슬픈 사람이었습니다..
8.보통의 경우에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상처는 대물림되는 것이며,
자신이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주위의 사람들에게 입히게 마련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러합니다..
9.저는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불쌍해서 눈물이 흘렀으며,
또 한편으로는 저의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시고, 사랑해주셨기에 그 사람과 같은 인생의 행로를
걷지 않게 되어서 흐르는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제가 하느님을 몰랐다면, 아니 하느님께서 저의 삶을 이끌어 주시지 않았다면
저의 인생행로는 어찌 되었을까를 상상해보면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하느님은 참으로 떨어지는 낙엽의 그 절망과 비애속에서도
새로운 삶과 새로운 생명을 위한 눈, 움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모진 겨울의 칼바람을 이겨내게 해주십니다..
그 속에서 인내와 굳건함을 키워내십니다..
새로운 생명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당신의 아픔속에 나의 아픔을 묻으시고,
함께 견디시고, 희망을 잃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십니다..
봄이 오기를, 봄이 와서도 또한번 모진 봄바람을 날리시며 땅으로부터
생명이 움터 나올 수 있는 수분을 찾게 하십니다..
여름의 무성한 잎들은 가뭄을 견뎌내야 하고, 태풍또한 견뎌내야 합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과 장마도 견디어 내야 합니다...
그 고통들은 생명을 위한 고통이었습니다..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그안에 이미 고통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무는 바람에 선들거리며 즐거워 합니다..
나무는 그 고통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결실을 위해서는 기쁘게, 감사하게
그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결실의 기쁨도 잠시, 나무들은 비장하게 자기를 살려 주었던 나뭇잎들을
가차없이 떨구어 냅니다..
한편으로 보면 너무 비정합니다..
그 모진 추위와 그 험한 역경들을 나무를 위해 다 이겨냈건만
그 역할이 끝났다고 모질게 나뭇잎들을 떨구어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비정함속에, 그 죽음속에 또 다른 생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자연의 동식물들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 그 질서를 찿아야 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나름대로의 값을 치루어내야 합니다...
아프고, 또 아플 수 밖에 없는 인생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자유와 행복을 위한 깨달음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러한 깨달음의 길을 잘 걸을 수 있도록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켜주시며, 이끌어 주십니다..
이 세상의 쾌락에 의한 행복이 아니라 우리안에서 영원히 샘솟는 행복을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인생에 함께 하여주시는 것입니다...
그 행복이 진정한 자유이며,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 행복이 우리안에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욕심이나 탐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이 세상의 보이는 것으로부터 비로소 자유롭게 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와질 때 비로소 영원하신 그분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12.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성소란 성직자, 수도자의 성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고백합니다..
“신부님은 좋겠습니다.. 임기가 되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니 말입니다..
저희 결혼한 사람들은 임기가 없습니다.. 죽을때까지 임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한사람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아마 신부님들은 상상조차 못하실 겁니다..
저희들에게 있어 한사람하고 평생을 산다는 것은 거의 순교와 같은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
저는 그 고백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아! 나는 맨날 사제성소만 가시밭길인줄 알았는데 결혼성소도 때로는
그보다 더한 가시밭길이구나 하는 느낌때문이었습니다..
13.오늘은 자기가 가지 않은 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제,수도성소길에 있는 사람들은 결혼성소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결혼성소길에 있는 사람들은 사제,수도성소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14.하느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길만이 어려운 길이 아니고,
하느님께서는 모든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함께 하시는
고통과 인내의 길을 허락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15.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성소, 즉 거룩한 부르심인 것입니다..
내 인생길은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길인 것입니다..
나 혼자서만 살아가면 그 길은 타락과 절망의 길이지만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면
그 길은 고통속에서도 기쁨과 행복이 존재하는 정말 아름다운 길인 것입니다..
나 혼자서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내 인생을 허락해주셨으니 내 인생에 대해 하느님도 함께 책임을 지시는 것입니다...
혼자서 힘들어 하지 맙시다.. 혼자서 절망하지 맙시다.. 혼자서 포기하지 맙시다..
하느님과 함께 하면 어둠속에서도 빛이 비쳐나오고, 절망속에서 희망이 솟구치며,
죽음속에서도 부활의 새생명이 움트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
내가 내양들을 위하여 내 목숨을 내놓기 때문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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