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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2018.4.8일 한식미사

한식미사 2018.

 

1.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활짝 피어난 벚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화사하게 하지만 미세먼지, 황사가 우리의 몸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봄이 봄다웠으면 좋으련만 우리가 사는 이 환경은 참 어렵고, 힘듭니다.. 그 화사하고, 찬란한 봄은 어디로 갔는지요?

 

2.언젠가 여행을 했던 호주가 생각납니다.. 그 맑디 맑은 하늘, 그 속에서 춤추는 듯한 구름의 자태들, 피부를 기분좋게 하는 자연스러운 바람들, 나무냄새, 풀냄새, 흙냄새,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저귀는 온갖 종류의 새들,,, 자연이 살아있는, 또 그 살아있는 자연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단순한고도 소박한 삶의 모습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3.우리의 자연도 예전에는 금수강산으로 불리웠습니다.. 맑디 맑은 계곡의 물들, 파란 하늘들,, 아기자기한 산과 구릉들,,, 우리는 삶이 어렵고 팍팍하기는 했어도 그 살아있는 자연속에서, 그 소박한 아름다움속에서 살았던 것이 이제는 아련한 예전의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 현실과 이 자연이 참 아쉽습니다...

 

4.예전보다는 분명 더 윤택하게 살고 있는 데 지금의 우리의 마음은 예전의 그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듯 합니다...

 

5.우리는 오늘 이 천보묘원에 와서 우리보다 앞서가신 부모님들, 형제들, 지인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과 추억은 우리의 삶에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어려웠어도 올바르게 살아야 함을 늘 가르쳐 주시고, 모범을 보여주셨던 부모님들의 선비와 같은 정신이 새삼 생각납니다... 늘 정직하게 살아라, 늘 성실하게 살아라,, 늘 베풀며 살아라,, 라던 부모님들의 가르침이 새삼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그분들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식들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분들의 존재의 이유는 바로 자식들이었습니다.. 자식들만큼은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시키시려 했고,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자식이 잘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6.오늘날, 그분들의 가르침은 새삼 낯선 것이 되어 버린 세상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정직, 성실, 베품은 어느샌가 우리의 세상과는 맞지 않는듯한 분위기속에 살고 있습니다..옛날에는 개근상이 최고의 상이었는데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정직한 사람이 혼사의 우선기준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베풀고, 나누는 사람의 품성이 올바른 품성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7.정직하고, 성실하고, 나누며 베푸는 삶이 부모님들께는 최상의 가치관이셨지만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부와 명예와 힘을 갖는냐 하는 것이 최상의 기준이요, 가치관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8.그래서 마치 정글에 있는 동물들처럼 약육강식, 강자생존의 무시무시한 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동물보다 더하게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욕심과 탐욕의 세상속에 살고 있습니다..

 

9.그래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부모님들의 삶과 그 가르침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적어도 부모님들을 만나는 이 자리에 오게 되면 그분들의 목소리와 그분들의 마음들이 들리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되면 고향에 온 사람들처럼 마음이 편해집니다.. 좀더 순수해지고, 순박해집니다.. 좀더 열심히 정직하게, 성실하게,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 하겠다는 새로운 결심도 하게 됩니다..

 

10.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치열한 삶의 투쟁은 사실 부모님때도 험난했고,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더 험난합니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그 어려운 생존의 현실앞에서도 인간이 가져야 하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들은 절대 잊지 않으셨습니다.. 또 신앙을 가지셨던 부모님들은 인간의 기본가치와 함께 하느님께 향한 가치관을 굳게, 굳게, 때로는 고집스러우실 정도로 갖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점을 소중하게 보시고,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하느님의 자비를 아낌없이 베풀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 어려운 세상속에서 정말 마음고생 많이 하면서 애썼다하고 위로해주실 것입니다... 네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았는지,, 그 상처들속에서도 얼마나 자식들을 위하고, 가정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 하느님께서는 충분히 헤아려 주실 것입니다.. 인생의 수많은 노고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하느랴고 얼마나 애썻는지 하느님만은 알아주실 것입니다.. 때론 인간인지라 많은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 잘못을 추궁하지 않으시고, 그 삶속에 있었던 선한 마음들, 그 의지들, 그 인내들을 칭찬해주시고 계실 것입니다...

 

11.하느님은 인간의 어둠을 없애시는 분이십니다.. 이제 당신의 그 빛나는 은총으로 그 모든 부족함과 어둠을 없애주시고, 당신 자비의 품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사람을 안아주시고, 위로해주시고, 칭찬해주시고, 인정해주실 것입니다... 무덤안의 그 칙칙함과 서글픔과 두려움을 없애주시고 계십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의 힘이고, 하느님 자비의 힘인 것입니다...

 

12.때론 우리의 기억속에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우리가 모르는 그분들의 깊은 속마음을 이해해주시고, 그분들의 선의와 그리 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한계상황과 나약함을 하느님께서는 아마 분명히 보고 계실 것입니다... 인간의 부족함으로 인한 상처를 오히려 부활의 큰 동력으로 만들어 주시기도 하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13.이제 우리는 우리가 받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상처에서 부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 상처와 아픔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신앙이 필요합니다.. 신앙이 없는 상처와 아픔은 인간을 썩게 하고, 무능하게 하고, 그 상처를 대물림하지만 신앙이 있는 상처와 아픔은 인간을 더 깊이 성숙시키고, 더 큰 인내와 버티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안에서의 상처와 아픔은 더 크게 성숙하게 만들기 위함이고, 부활하기 위한 상처와 아픔으로 바꾸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내 노력이 아니고,인간의 힘이 아니고 오로지 내가 그분을 향하고 있다면 그분께서 해주실수 있는 부활의 능력인 것입니다...

 

14.그래서 오늘 이곳에서의 만남은 참으로 기쁜 부활의 만남인 것입니다... 좋은 추억과 기억은 내 삶의 가장 귀중한 원동력인 것이고, 아팟던 상처와 고통은 내가 더욱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입니다..

 

15.우리는 신앙안에서 좋았던 추억의 더 큰 의미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신앙안에서 나빳던 아픔의 더 큰,숨어있는 의미를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16.나의 인생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은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내가 그사람을 만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빴던 사람들안에서 나를 위한 하느님의 귀중한 선물이 숨겨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한층 더 성숙한 부활의 삶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7.죽음과 삶이 만나는 이 묘원에서 우리는 우리 인생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고, 나에게 주어진 이 인생의 묘한 비밀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18.우리가 바치는 오늘의 이 미사와 기도를 통해 내 마음속에서 더욱 더 많은 감사가 생겨 날 수 있도록, 더욱 더 많은 용서와 화해가 생겨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좋은 추억에 대한 감사와 나쁜 기억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구체적으로, 의지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 때 오늘의 이 자리는 정말 하느님께 우리 인생에 대해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너무나 소중하고, 귀중한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