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3주일 2018
1.어제 저는 환갑이라는 생일을 맞았습니다..예전에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아 61세의 환갑만 되도 주위의 자손들과 친지들이 큰 잔치를 열어 성대하게 축하해 주었습니다.. 잔치상을 차리고, 조상님들께 장수를 누리게 된 것에 대해 감사의 제를 올리고, 자손들에게는 헌주와 절을 받고, 때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집에서는 기생을 불러 음악과 춤을 즐겼다고 합니다.. 하긴 우리 어렸을때만 해도 환갑되시는 어르신들은 정말 늙은 할아버지로 기억됩니다..
2.그러나 요즘에는 평균수명이 늘어난지라 환갑의 의미는 점차 상실되어 가고 있습니다.. 본당에서도 사목회에서는 저에게 몇 번에 걸쳐 본당잔치를 열 것을 건의하였지만 제가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그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제가 신자들에게 분에 넘치는 큰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영 마땅치 않았습니다.. 사제는 그 본질상으로 가난하고, 섬기며 살아야 하는데 이런 잔치를 통해 사제의 그 본질이 훼손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기회를 통해 신자분들에게 추어탕이라도 한그룻씩 잡숫게 해드릴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어렵게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그러나 제가 잔치를 완강하게 거절하여도 보이지 않게 많은 기도와 축하를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4.환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사실 어디가서나 환갑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랍니다.. 아니 신부님. 정말이세요? 너무 젊으세요.. 하긴 아직 머리도 염색안하고, 숱도 많고, 또 얼굴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보니 어디가서나 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남자들에게는 머리가 매우 중요한데 머리 빠진 사람들이 이 정도의 머리를 심으려면 억대의 돈이 든다고 합니다. 또 태생파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웨이브도 생기고, 드라이를 평생 안해도 됩니다. 잘난 척?
5.환갑은 자기가 태어난 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어제 어느 축하자리에서 축하케이크에 촛불 하나만 꽂혀 있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감회가 생겼습니다.. 아 ! 그렇구나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한 살이구나! 인생은 60부터 새롭게 시작된다고 하니 한 살이 맞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6.젊은 환갑,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때라는 생각은 제 마음속에 뭔가 모를 흥분을 불러옵니다... 그래 여태까지는 인생을 알기 위해서 그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좀더 지혜롭고, 자비롭고, 이해심많은 사람으로 또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좀 더 깨닫고, 그 사랑속에서 감사하면서, 또 감사의 결과인 찬미와 영광을 드리면서 살아야 하겠구나 라는 다짐을 해보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동안 잘못살은 시간들을 보속하면서,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증언하는 참다운 사제로써 살아야 하겠구나 라는 결심을 해보게 됩니다...
7.이곳 금호동에서 사제서품 30주년도 지냈고, 이제 환갑도 맞이하니 참 금호동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제 인생에 있어 금호동은 하나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정말 하느님의 뜻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임기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이나마 그분의 크신 뜻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8.혼란과 혼돈과 갈등의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들이 정리되고, 그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니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9.예수님의 제자들도 깊은 심연의 혼란과 혼돈, 갈등의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토록 믿었던 예수님이셨고, 그토록 하느님의 힘과 사랑이 가득한 예수님이셨는데, 또 말씀한마디로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시는 분이셨는데 그 예수님께서 하루만에 잡히시고, 아무힘도 못쓰시고, 그 고통을 다 당하시는 모습을 그들은 지켜 보아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죄인들의 처형도구인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헐덕이시며 죽어가시는 예수님을봐야만 했습니다.. 그분을 내 인생의 구세주로 믿으며 자신의 삶을 걸고 예수님을 따랐지만 그분은 너무나 허무하게, 너무나 처참하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제자들은 이 갑작스런 사태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의 공포와 두려움은 극도에 이를정도였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제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그들의 혼란과 혼돈, 엄청난 내적인 갈등 그 한가운데에 예수님께서 오십니다... 두제자는 예수님을 따르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때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게 됩니다... 다른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문을 닫아 걸고서는 공포와 두려움, 걱정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의 이야기는 그저 믿을 수 없는 공상이나 상상같이 들리기만 하였을 것입니다... 그들의 공포, 두려움, 걱정 그 한가운데로 예수님께서 들어오십니다... 그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인사하셨지만 제자들은 유령을 보는 듯 사시나무 떨 듯 하고 있었습니다...
11.예수님께서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떠는 제자들에게 다가 가시어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주십니다.. 그 손과 발은 못으로 뚫린 예수님의 손과 발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믿지 못하는 의혹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시면서 그들앞에서 구운 물고기 한 마리를 잡수십니다...
12.부활의 예수님은 제자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긴 부활하신 예수님은 영적인 존재인지라 이 세상의 인간들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3.에수님께서는 자비롭게, 너무나 자비롭게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의 인간적인 심정을 이해하시면서 그들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성경의 말씀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마음이 열린 그들은 그제서야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예수님의 부활을 이해하게 됩니다...
14.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명을 내리십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너희는 모든 민족들에게 그리스도의 죽음과 그 부활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5.부활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에 사는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어떤면에서는 불가능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어찌 무한하신 영역에 있는 예수님의 부활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확실히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예수님과 함께 살고, 그분의 말씀을 숱하게 듣고., 그분의 기적들을 수없이 보아 온 제자들에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5.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직접 보여주시며, 마음을 열어주시고, 성경의 말씀들을 깨닫도록 해주십니다... 즉 예수님의 부활은 인간의 힘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세상을 새롭게 하는 숨결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활은 부활하신 예수님으로 인해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16.부활을 깨닫는 삶과 어둔 무덤속에 있는 삶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혹시 신앙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걱정과 불안, 공포와 두려움의 무덤속에 갇혀 있지는 않는지요?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또 그 부활을 체험하게 해 달라고, 당신의 그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숨결을 미약한 우리에게 불어넣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도 성령의 강림으로 그 부활의 체험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7.부활의 삶은 기쁘고, 감사한 것입니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의 크고 무거운 돌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뻥 차버리십니다... 우리 마음속의 깊고 깊은 어둠에 부활의 빛이 비쳐져 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썩고 썩었던 마음들이 부활의 빛을 받아 새로운 생명,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되는 것입니다...
18,주님께서는 오늘도 제자들의 두려움과 걱정, 그 한 가운데에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셨듯이 우리 마음속의 두려움과 걱정, 그 한 가운데에서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인사하십니다.. 그분의 부활을 믿어야만 그 평화가 바로 나의 진정한 부활의 평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인사하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다” 아멘
'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활 제 5주일 2018.4.29일 (0) | 2018.05.06 |
---|---|
부활 제 4주일 2018.4.22.성소 주일 (0) | 2018.04.23 |
2018.4.8일 한식미사 (0) | 2018.04.07 |
성가정축일 2017년 12.31일 (0) | 2018.04.04 |
예수 부활 대축일 (0) | 201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