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7일차.
1.그토록 고대하던 아씨시에서의 첫날밤이 밝았다. 성인께 어제 오는 길에 기도했더니 단방에 호텔을 찿을 수 있었다. 깜깜한 밤에 차를 돌리려는 순간 우리가 찾는 호텔이 딱 나타났다.잠도 한번도 안깨고 잘 잤다. 아침에 더 자고 싶은 욕심이 생길정도였다.
2.아침식사후 멀리 언덕에 보이는 성당을 바라보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산보를 했다. 아씨시, 참 아름답다.그리고 평화롭다. 이 기운들은 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3.9시 성당으로 향했다. 얼른 가고픈 마음에 마음이 조급했다. 요즘 이태리 성지에는 테러위험때문에 가는 곳곳마다 장갑차와 무장군인이 배치되어 있다. 마치 계엄령이 내린 느낌이다. 가방검사를 일일이 한다. 전세계가 특히 안정적인 유럽이 이토록 심각한 긴장상태에 있다는 것이 씁씁하기 이를데 없다.
4.성당에 들어가니 미사중이었고, 가만히 살펴보니 침묵이라는 글씨가 쓰인 곳이 있었다. 저기가 분명 기도하는 곳이라는 직감이 들어 가보니 프란치스코 성인이 기도하던 동굴이었다.
5.기도한지 얼마되지 않아 잠심상태에 빠진다. 요즘 잠심을 경험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성인의 도우심과 그곳에 가득한 하느님의 손길로 감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6.성인께서는 홀로 거룩하신 것이 아니었다. 함께하는 생각이 다른 동료들을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 지길 기도하는것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을것이다. 홀로 거룩해지면 즉시 바리사이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 거룩해지는 것은 단순한 신비가나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다. 성인께서는 비록 생각이 다르고, 실천이 다른 형제들과 함께 거룩해지기위해서 매우 힘든 내적인 투쟁을 겪었어야 했을것이다. 또 당시의 부패와 비리에 물든 교회에 대해서도 판단,단죄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순명하셨을것이다.
7.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어둠속에서도 ,죄악속에서도 신뢰하는 것이. 참다운, 그리고 진정한 신뢰일것이다. 그 어둠조차도 그 죄악조차도 성인께서는 판단, 단죄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온전한 신뢰를 드렀을 것이다.
8.복잡하고 힘든 세상속에서 결코 그 현실을 도피하거나 회피하지 않으셨다. 그 모든 것을 당신의 온몸으로 받아들이셨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로 이겨나가셨다.
9.아! 나는 어떤가?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너무 쉽게 판단,단죄하고 멀리 하지 않는가!
내가 받을 상처가 두려워 그 현실들에 도피,회피하고 눈감아 버리지 않는가?
내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랑,자비,용서,배려가 중요했지 내가 먼저 베풀려고 했는지 자못 깊은 회한이 몰려온다. 사랑받기보다는,이해받기보다는, 용서받기보다는 먼저 사랑하고,이해하고,용서하라는 말씀이 가슴에 칼날이 되어 헤집는다.
10.미사가 이어진다. 알아들을수 없는 미사는 참 괴롭다. 그러나 서로 얼굴. 언어는 달라도 미사안에 한 교회임을 느낀다.
11.미사후 성인의 최초공동체와 돌아가신곳에 세워진 시내 중심가의 성당으로 갔다. 식사후 개방된 성당에서 더 깊은 기도를 하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일어난다.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키는 비둘기와 가시없는 장미가 너무 신기했다.
12.담일정은 페루지아. 두친구가 이태리 말을 배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곳이다. 거의 모든 유학신부들이 다 거쳐가는 곳이다. 30이 넘고, 나름 본당신부까지 하던 사람들이 생초보로 외국말을 배운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들의 말처럼 맨땅에 대가리 박는 꼴이다. 온갖 수모와 멸시,인종차별을 당하면서도 굿굿하게 견뎌 학위까지 받은 걸 보면 동창이 봐도 참대견하기 이를데 없다.그들의 피나는. 청춘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한국교회가 학문적으로 이정도 성숙한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13.그들의 청춘의 수고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본젤라또.즉 이태리 아이스크림을 사주니 그때는 자기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돈도 아까웠다는 말에 갑자기 코끝이 시려온다.고통과 설움이 스며있는 청춘 시기를 방문한다는것이 그들에게는 진정 자신만의 성지순례이리라.
14.돌아오는 길에 성당으로 데려달라 했다. 좀 유별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사부와의 만남을 갖고 싶었다.
15.사부는 동굴에서 주로 기도 했고,그곳에서 오상을 받았으며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동굴. 그곳은 빛도 없고,생명도 없고, 어두침침함과 칙칙함이 가득한 곳이다. 우리도 우리 마음속에 다 동굴을 갖고 있다. 온갖 상처로 찌그러지고,온갖 피해의식과 합리화,핑게, 죄의식, 더러움, 추잡한 이중성,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곳이다. 아름다움은 찾아볼수 없고 절망과 자포자기. 고집, 편견, 자아중심이 가득한 곳이다.어떤면에서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감옥이고,올가미이고, 부자유이며, 온갖 인생의 매듭들이 한가득 있는 지옥과 같은곳이다.
16.그속에서 주님께서 부활하신다. 사부께서는 바로 그곳에서 주님의 상처를 물려 받았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했으면 주님이 겪으신 고통을 달라고 하셨을까? 그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 그 고통의 주님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서, 그 고통으로 지옥과 같은 동굴에서 헤매이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으셔서.그리 간청하셨을거 같다.
17.주님의 상처는 그분의 능력이다. 그 능력으로 사부는 온갖 마귀들을 쫒아내고, 치유를 베풀고,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평화를 선물로 주고, 오늘날까지 이 지역사람들을 먹고 살게 해주신다.
18.맛있는 이태리 요리,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식사를 하면서 이 아름다운 하루를 맺는다.
1.그토록 고대하던 아씨시에서의 첫날밤이 밝았다. 성인께 어제 오는 길에 기도했더니 단방에 호텔을 찿을 수 있었다. 깜깜한 밤에 차를 돌리려는 순간 우리가 찾는 호텔이 딱 나타났다.잠도 한번도 안깨고 잘 잤다. 아침에 더 자고 싶은 욕심이 생길정도였다.
2.아침식사후 멀리 언덕에 보이는 성당을 바라보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산보를 했다. 아씨시, 참 아름답다.그리고 평화롭다. 이 기운들은 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3.9시 성당으로 향했다. 얼른 가고픈 마음에 마음이 조급했다. 요즘 이태리 성지에는 테러위험때문에 가는 곳곳마다 장갑차와 무장군인이 배치되어 있다. 마치 계엄령이 내린 느낌이다. 가방검사를 일일이 한다. 전세계가 특히 안정적인 유럽이 이토록 심각한 긴장상태에 있다는 것이 씁씁하기 이를데 없다.
4.성당에 들어가니 미사중이었고, 가만히 살펴보니 침묵이라는 글씨가 쓰인 곳이 있었다. 저기가 분명 기도하는 곳이라는 직감이 들어 가보니 프란치스코 성인이 기도하던 동굴이었다.
5.기도한지 얼마되지 않아 잠심상태에 빠진다. 요즘 잠심을 경험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성인의 도우심과 그곳에 가득한 하느님의 손길로 감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6.성인께서는 홀로 거룩하신 것이 아니었다. 함께하는 생각이 다른 동료들을 받아들이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 지길 기도하는것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을것이다. 홀로 거룩해지면 즉시 바리사이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 거룩해지는 것은 단순한 신비가나 몽상가에 지나지 않는다. 성인께서는 비록 생각이 다르고, 실천이 다른 형제들과 함께 거룩해지기위해서 매우 힘든 내적인 투쟁을 겪었어야 했을것이다. 또 당시의 부패와 비리에 물든 교회에 대해서도 판단,단죄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순명하셨을것이다.
7.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어둠속에서도 ,죄악속에서도 신뢰하는 것이. 참다운, 그리고 진정한 신뢰일것이다. 그 어둠조차도 그 죄악조차도 성인께서는 판단, 단죄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온전한 신뢰를 드렀을 것이다.
8.복잡하고 힘든 세상속에서 결코 그 현실을 도피하거나 회피하지 않으셨다. 그 모든 것을 당신의 온몸으로 받아들이셨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로 이겨나가셨다.
9.아! 나는 어떤가?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너무 쉽게 판단,단죄하고 멀리 하지 않는가!
내가 받을 상처가 두려워 그 현실들에 도피,회피하고 눈감아 버리지 않는가?
내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랑,자비,용서,배려가 중요했지 내가 먼저 베풀려고 했는지 자못 깊은 회한이 몰려온다. 사랑받기보다는,이해받기보다는, 용서받기보다는 먼저 사랑하고,이해하고,용서하라는 말씀이 가슴에 칼날이 되어 헤집는다.
10.미사가 이어진다. 알아들을수 없는 미사는 참 괴롭다. 그러나 서로 얼굴. 언어는 달라도 미사안에 한 교회임을 느낀다.
11.미사후 성인의 최초공동체와 돌아가신곳에 세워진 시내 중심가의 성당으로 갔다. 식사후 개방된 성당에서 더 깊은 기도를 하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일어난다.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키는 비둘기와 가시없는 장미가 너무 신기했다.
12.담일정은 페루지아. 두친구가 이태리 말을 배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곳이다. 거의 모든 유학신부들이 다 거쳐가는 곳이다. 30이 넘고, 나름 본당신부까지 하던 사람들이 생초보로 외국말을 배운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들의 말처럼 맨땅에 대가리 박는 꼴이다. 온갖 수모와 멸시,인종차별을 당하면서도 굿굿하게 견뎌 학위까지 받은 걸 보면 동창이 봐도 참대견하기 이를데 없다.그들의 피나는. 청춘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한국교회가 학문적으로 이정도 성숙한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13.그들의 청춘의 수고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본젤라또.즉 이태리 아이스크림을 사주니 그때는 자기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돈도 아까웠다는 말에 갑자기 코끝이 시려온다.고통과 설움이 스며있는 청춘 시기를 방문한다는것이 그들에게는 진정 자신만의 성지순례이리라.
14.돌아오는 길에 성당으로 데려달라 했다. 좀 유별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사부와의 만남을 갖고 싶었다.
15.사부는 동굴에서 주로 기도 했고,그곳에서 오상을 받았으며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동굴. 그곳은 빛도 없고,생명도 없고, 어두침침함과 칙칙함이 가득한 곳이다. 우리도 우리 마음속에 다 동굴을 갖고 있다. 온갖 상처로 찌그러지고,온갖 피해의식과 합리화,핑게, 죄의식, 더러움, 추잡한 이중성,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곳이다. 아름다움은 찾아볼수 없고 절망과 자포자기. 고집, 편견, 자아중심이 가득한 곳이다.어떤면에서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감옥이고,올가미이고, 부자유이며, 온갖 인생의 매듭들이 한가득 있는 지옥과 같은곳이다.
16.그속에서 주님께서 부활하신다. 사부께서는 바로 그곳에서 주님의 상처를 물려 받았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했으면 주님이 겪으신 고통을 달라고 하셨을까? 그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 그 고통의 주님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서, 그 고통으로 지옥과 같은 동굴에서 헤매이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으셔서.그리 간청하셨을거 같다.
17.주님의 상처는 그분의 능력이다. 그 능력으로 사부는 온갖 마귀들을 쫒아내고, 치유를 베풀고,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평화를 선물로 주고, 오늘날까지 이 지역사람들을 먹고 살게 해주신다.
18.맛있는 이태리 요리,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식사를 하면서 이 아름다운 하루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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