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2주일.. 2017. 열처녀의 비유
1.어느덧 11월 중순입니다.. 11월은 참 묘한 달입니다.. 이제 가을단풍의 절정도 끝나가고, 산야는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흰색도 아니고, 검은 색도 아닌 회색빛이 이 11월의 색깔이 아닌가 합니다.. 떨어지는 낙엽에 대한 쓸쓸함도 잠시, 이제 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계절인 듯 합니다.. 삶에 대한 성찰이 더 더욱 깊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2.교회는 이 11월을 위령의 달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참 우리나라 계절과 절묘하게 맞는 위령의 달이 아닌가 합니다.. 앞서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살아있는 우리자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남은 세월들에 대해 깊이 숙고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가을을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인생이 그리 긴 것만은 아닌것입니다..
3.몇년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팔, 즉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 마지막편에서 명예퇴직을 권고받은 성동일 과장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부인과의 대화에서 “이보게 여태까지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나의 삶에 대해 후회해본적이 없네,, 그런데 하루아침에 퇴직을 당하게 되니 참 마음이 아련하구만, 참 많이 쓸쓸하고, 허무하고, 허탈하네,,, 그런데 나는 아주 중요한 것은 한가지 잊고 있었구만,, 내 인생의 화려한 꽃잎이 떨어지는 것에만 힘들어 했는데,, 이제 보니 내 인생의 화려한 꽃잎이 떨어져야만 새잎이 날수 있는거더군... 이제는 마음아프게 살지 않고, 새잎에 대한 희망으로 기쁘게 살겠네...”라는 의미의 대화를 나누었던 장면이 제 마음속에 생생합니다..
4.언젠가 조경사업을 하시는 분께서 하신 말씀이 떠 오릅니다.
“신부님, 참 나무들은 신기합니다.. 우리 눈에는 그저 낙엽이 떨어지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가만히,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는 내년에 새로운 잎이 날 수 있는 움이 있네요.. ”
그렇습니다.. 우리의 청춘도 지나가고, 열정도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늙어가고, 화려한 시절도 다 지나가고, 그토록 내 옆에 있을거라고 확신하던 배우자도, 절친도 하나 둘 떠나가고, 어떤 면에서 우리는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내 신세와 같다고 한탄과 탄식을 늘어 놓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화려한 인생의 꽃은 언젠가 낙엽과 같이 힘없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낙엽이 떨어지는 바로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의 움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낙엽이 떨어진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떨어짐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임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5.많은 이들은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세상만 바라보고, 돈과 명예와 권력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때로는 엄청난 허무와 절망감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런 인생은 때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는 깊은 절망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보고 있습니다.. 그가 그토록 얻으려 했던 재물은 무엇이며,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은 무엇이며, 그토록 간절했던 명예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던 사람들의 경우 그 절망과 좌절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6.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물론 능력에 따라 재물과 권력과 명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 재물과 권력과 명예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보다 참다운 삶을 살기 위한,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보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삶의 목표가 되면 그것들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명예를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누군가에는 그 욕심과 탐욕이 씻기지 않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는 더 더욱 추잡하고 더러운 인생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미화하고, 합리화. 정당화하면서 손에 잡을 수 없는 신기루를 잡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미친 듯이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나무에 움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인생의 화려한 꽃이 지면 얼마나 쓸쓸하고, 힘들고, 지치겠습니까? 희망과 의미가 없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인 것입니다..위만 바라보고 살아가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삶의 목표가 재물과 권력과 명예인 사람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7.그러나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람을 중시하며, 사랑을 베풀었던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의 떨어지는 인생의 낙엽가운데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준비되는 움,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아래를 바라보며 살줄 알았던 사람들은 그 생명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대해 감사하고, 주위의 주어진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자신이 일생동안 이뤄낸 일과 가정과 자손들에게도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그들은 겸손되이 자신의 삶을 바라볼 줄 압니다.. 지는 석양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그의 삶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추억이 되고, 감사와 희망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깨달음이 더 깊어지고, 그 삶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더 더욱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재물과 명예와 권력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만큼 그에게는 말년의 복, 행복과 기쁨과 뿌뜻함이 충만하게 됩니다...
8.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처녀의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모두 등잔을 갖고 있었지만 다섯처녀는 기름을 준비하고 있었고, 다섯처녀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기름을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등잔에 불을 켜고 신랑을 맞이합니다.. 그들은 기쁨과 환희의 혼인잔치에 참여합니다..
9.등잔은 무엇이고, 기름은 무엇이겠습니까? 등잔은 우리의 인생입니다.. 기름은 일생동안 밤을 밝히기 위해 준비해야 할 빛의 재료입니다..
10.기름 한방울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해야 할까요? 예컨대 참기름 한병을 얻기 위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참깨가 바수어지고, 으깨어져야 할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는 기름을 만들기 위한 한알의 깨알들입니다.. 하루 하루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하루 하루의 삶에서 주님을 찾고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하루 하루가 내 욕심 때문에, 내 탐욕 때문에 쓸모없는 시간들이 되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람은 한 순간의 노력으로 하느님께 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하루의 삶을 통해, 그하루, 하루가 인생이 되는 것이고, 그 하루가 생명의 하루, 영원으로 이어지는 하루가 될 때 하느님께서는 그 하루 하루를 부수고 으깨어 우리에게 그토록 원하는 밤을 밝힐 수 있는 기름으로 선사해주시는 것입니다.. 내 삶이 부수어지고, 으깨어져야만 기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 성체가 되는 제병이 수많은 밀알이 으깨어져야 하는 것처럼, 마치 성혈이 되는 포도주가 수많은 포도알이 으깨어져야 하는 것처럼, 내 삶의 하루하루가 부서지고, 으깨어질 수 있을 때 하느님과의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는 등잔의 기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나온 하루 하루에 연연해서는 아니되겠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입니다... 이 하루는 내 인생전체로 연결되는 너무나 귀중한 하루이고, 하느님의 인내이고, 선물이기도 한 것입니다.. 쓸모없는 하루를 지내는 우리를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참고 계시며, 기다리고 계십니다.. 에이 저놈을 하고 화가 나시더라도 그래도 나아 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시면서 참고 기다리십니다..
11.아! 나는 과연 인생의 기름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스스로를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을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인생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 늦가을이 인생의 기름을 한방울이라도 더 준비하는 지혜로운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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