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5일차
1.간밤에 무척 추웠다. 난방이 되지 않는다. 아침식사때 동창 하나가 얼어죽을뻔했다고 마냥 푸념을 늘어놓는다. 60유로의 호텔치고는 너무 시설이 나빳다.전날 그래도 멋진 아말피의 밤을 위해 멋진 호텔을 잡으려 했던 마음이 있었기에 실망감이 더 컷나보다.여하튼 꿈에 그리던 아말피의 밤은 아니었다. 호텔은 현지에서 구하려면 참 어렵다. 미리 예약해야 할 필요성을 다 느낀다.
2.이번 여행은 참 어렵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리는게 없다. 차량,운전, 여행 사전 정보, 숙박, 음식등 모든게 꼬이고 꼬인다.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을 표하지 않는다. 아마 그동안의 사제생활에서 오는 경륜이고, 또 어렸을때부터의 친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무조건 웃고, 무조건 칭찬하고, 무조건 배려하는등의 모습이 좋다. 다 나름대로의 불만이 있으련만 모든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잘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다.
3.아침 식사후 아말피해안을 지나 포지타노를 지나 나폴리를 거쳐 폼페이까지 갔다. 정말 아름다운 해안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평평한 땅은 거의 없다. 산 중턱 중턱에 집들이 기묘하게 지어져 있다.가까스로 지어진 집들이 아름다운 해안선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인간의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의지가 느껴진다. 그 옛날에는 해상외는 길이 너무 험해 완전 오지였을것이다. 그러나 해안의 아름다움때문에 로마인들의 휴양지였다고 한다. 이 동네 사람들이 합심을 하여 40여년동안 40여키로의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도 차량이 조심조심 비껴가야 한다.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산을 더 깎아 동굴을 만들어 장사를 하고, 주차장으로 쓰기도 한다. 이들에게 한평의 땅은 금은보화보다도 더 중요했을것이다.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의지가 불같이 빛나는 태양과 함께 어우려져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4.아침부터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이 비춘다. 그동안 계속 흐리고 스산했는데 모처럼 밝은 태양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춘다. 태양의 햇살을 머금은 바다는 강렬한 빛을 반사하며, 그 아름다움을 한없이 자랑한다.
5.경치가 아름다운 휴게소에서 타일에 그려진 프란치스꼬 성인의 그림을 샀다. 종업원은 프란치스꼬는 아름다운 이름이라며, 성호를 굿고,친구를 하며 그림을 내어준다.간단한 그녀만의 동작이었지만 성인에 대한 존경심이 먹고 살기위해 물건을 파는 행동을 초월하는 듯 했다. 친구들은 성인께서 특별히 오셨다고 격려해준다.
6.역시 나폴리는 교통체증의 지옥이다. 이곳은 이태리에서도 못사는 지역중에 하나라고 한다. 집집마다 빨래가 걸려 있고, 바람에 휘날린다. 마치 우리의 7-80년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멀리서 보면 나폴리는 세계 3대미항에 걸맞게 아름다운데 그 속에서 보니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정리가 잘 안되어 있는 느낌이다. 생각했던 아름다운 나폴리는 아니었다. 동창신부는 우리의 시골처럼 사람들이 단순하고,순박하다고 나름 좋은 점을 이야기해준다.
7.점심때쯤 폼페이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다. 고기를 먹고팠다. 미디움으로 요구했더니 레어에 가까운 미디움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8.말로만 듣던. 폼페이,영화로만 보던 폼페이였다.
폼페이는 고대로마도시인데 서기 79년 8월 24일. 그들의 축제일에 폭발하였다. 18시간 폭발하였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길에서,집에서 유황가스에 질식해 숨졌고,뒤이어 날아온 화산재에 도시전체가 묻혀버렸다.그뒤 이도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진 도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1592년 이곳위로 수로를 놓다가 이곳위치를 확인하게 되었고 1748년부터 프랑스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는데 이때는 발굴이 아닌 거의 도굴이었다고 한다.
9.로마의 원래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중앙의 대통로를 비롯하여 획일적으로 계획되어 있는 참으로 놀라운 도시의 모습이었다. 고관대작의 집, 상인의 판매대, 일반인의 집들이 화산에 의해 부서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수많은 시신들도 발견되었는데 미이라상태가 아닌 시신이 있어 비어 있던 자리를 석회등을 부어 재현한 것이라 한다. 그래도 그당시의 고통스러워하는 죽음의 단말마의 고통을 받는 처절한 모습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10.자연의 재해에 따른 처절한 죽음의 현장이었다.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처절한 죽음의 현장이었다. 사실 오늘날에도 이런 상황은 수시로 발생한다. 태어날때 축복받는것처럼 죽을때도 모든이의 사랑과 기도속에 삶을 마감해야 할텐데 사실 안타까운 죽음들이 많다. 이제와 우리 죽을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하고 말로만 기도 할것이 아니고, 실질적인 상황을 생각하면서 구체적이고 힘있는 기도를 해야 될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적어도 죽을때에 사랑과 기도속에 삶을 마감할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11.또 다시 호텔을 찿는 고된 일이 시작되었다. 이곳에 와서는 비교적 쉽게 호텔을 찾을 수 있을것 같아 미리 선정을 하지 않았다는데 사실 어제 오늘 큰낭패를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쪽으로 할거야부터 시작해서 가격,입지조건등 결정하기 어려웠다. 서너군데 들른 후에야 비로소 정할 수 있었다.비교적 깨끗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커서 좋았다. 다른 곳의 샤워부스는 어떻게 저 좁은데서 샤워를하지?라고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12. 저녁은 나폴리에 왔으니 나폴리 피자를 먹기로 하였다. 피자크기가 1미터이다. 네사람이니 네가지의 서로 다른 토핑으로 나왔다. 사실 평소에는 피자를 잘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나폴리피자는 뭔가 달랐다. 넘 맛있었다.
식사도중 여러 이야기중에 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상처가 될까 조심스러웠는데 각자의 느낌을 솔직히 주고 받았다. 역시 경륜이 쌓인 친구들이라 그런지 즐겁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탱큐. 친구들이. 역시 친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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