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의 간곡한 만류와 타이름으로 정신을 차린 아버지께서는
스무살이 되도록 기다리던 자식을 보실수가 없었고
소년 가장 이었지만 충직한 하인들과 그 식솔들이 아버지를 도와
집안을 모범적으로 잘 이끌어 가게 되셨단다.
그 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로도
아버지는 술과 노름을 멀리하고 글을 읽고 서예에 힘쓰고
시조를 외우고 단가를 배우고 익히며...
한편으로는 불교에 심취하셔서 초암사라는 절에 다니시며
심신을 맑게하고
수신제가 할 양으로 당신의 수양을 닦기에 여념이 없으셨단다.
그 후 로도...
가진 재산 축내지 않고 술도가를 경영하셨고
술지게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으로 나누어 주시며
나날이 재산을 불려가던 어느날...
환갑이 지난 하인이 마당을 쓸다가 이상한일이 있다며
아버지께 고하더란다.
작은서방님..참 이상한일이..
마당을 쓸때마다 엽전이 굴러다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그런일이 있다니
나도 생전 처음 듣는 소리인데
어디에서 엽전이 굴러나온다는건가..하고 물으니
섬돌밑에 항상 엽전이 몇닢씩 굴러다닙니다...하고
그래 이상타 싶어 섬돌밑에 디딤돌대신 짚으로 엮은
발 디디는 나락섬이 있었는데
그걸 한번 헤쳐보게 하여 가마니를 뜯었더니...
세상에 거기에 서말은 됨직한 엽전이 한가득 들어있었다고 했다.
안방 사랑방 건너방 할것없이
몇년동안 그걸 밟고 오르내리니까 단단히 꼬은 새끼줄도
귀퉁이가 닳고 헤져서 그 사이로 엽전이 삐져 나온거란다.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돈을 감 춰두시고 ...
돈이 많으면 손자가 그 돈 탕진하느라 사람노릇 하지못할거란 생각에
감춰둔 돈에 대해선 말씀을 안하시고 돌아가셨으니 ..
그게 디딜섬 으로만 생각했지 그 가마니속에 엽전을 한가득
감췄으리 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셨단다.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인들과 그 가솔들에게
입 봉하라고 당부는 했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 소문이 퍼져 나가서인지..
어느날 기함을 하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단다.
잠에서 깨어나기도 이른
먼 동이 트기도 전 어느날 새벽아침 ....
하인이 마당을 쓸다보니
편지가 감긴 화살촉 하나가 바깥마당 볏섬에 박혀있다고
뽑아왔노라고 전하더란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편지를 펼쳐보니...
(장수일 보아라
시루떡 한말과 술 한동이 돼지 한마리 잡아서 삶고
엽전 몇백냥을 어느고개 당집앞에다 亥時 까지 가져다 놓아라
관에 고하거나 말을 어기면 집에 불을 놓아 다 태워버리고 보복하겠다 -)
이런 협박 편지가 꽂힌 화살이 날아온것이다.
나이도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던 아버지는
도둑들이 시키는대로 하인들에게
기르던 돼지를 잡아 삶고 떡 과 술을 동이채 하인들에게
지개로 져서 지정하는 산 꼭대기
당집앞에 가져다 주기를 수십회 하셨다고 한다.
많은 재산이 있었지만 매번 불어나는 화적들이 요구하는 만큼
엽전을 구할수도없고 섬돌밑의 엽전이 도둑들에게 다 건너갈 즈음
아버지께서 용단을 내리셨단다.
이렇게 계속 당할수만은 없다.
한도 끝도 없이 재산을 요구하는 화살이 닷새가 멀다고 와서 박히니
무서워서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 재산을 처분하여 읍내로 나가야겠다
부석면에서 계속 남아있다간 치안이 미치지 못하니
아차 잘 못하면 화적들의 손에 화를 당할게 자명한 일이다...싶어
문전옥답에 수만평 땅을 헐 값에로 팔아 경찰서가 있는 영주읍내
화적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하시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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