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20일
우리 준원이는 그림을 참 잘 그린다.
내가 보기엔 그림을 잘 그리는게 아니라 로봇하나는 정말 잘 그린다.
그래도 에미는 지난 금요일 준원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더니
준원이가 특별히 그림을 잘 그려
학교 게시판에 준원이 그림이 붙었다며 여간 자랑이 아니었다.
그 말에 힘입은 준원이는 집에 돌아오면 커다란 스케치북에
똑같은 로봇을 몇개씩이나 그린다.
입는 옷이나 손에 들고있는 칼의 크기만 다를뿐 맨날 맨날 같은 로봇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떤 공부던지 격려라는 차원이 있는데...
잘 그렸다 이건뭐냐 저건뭐야 하고
그림속의 로봇이 가진칼이나 색깔다른 옷이며 물어보면
신이나서 읊어댄다
그리고 맨날 묻는다 .
할머니 "빡"자 어떻게 써?
응...빡 자는 오빠할때 빠 라고 쓸수있어? 비읍이 두개에다 아 하는것
아..알았다 쓸수있어
거기다 받침을 써야 하는데 뭘쓰면 될까?
니은 쓰면 될까 기억 쓰면될까?
엉..알았어 거기다 기억 쓰면돼..
그리고 한참있다가 보면 영락없이 로봇의 이름이 "빡빡이 대갈로봇" 이딴게 쓰여있다.
준원이는 그런 이상한 표현이 재미있어 이름을 짖겠지만 나는 그 이름이 싫다.
왜냐하면 준원이 할아버지가 바로 대머리이기 때문이다.
내 남편은 그 대머리때문에 얼마나 속을 상해하고 남보기에 창피하게 느껴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집에서나 밖에서나 죽으나 사나 항상 베레모를 쓰고 지낸다.
이제 나이도 72세인데 머리카락 빠질때도 되었는데 무슨 신경을 그리쓰냐며
머리도 숨 좀 쉬게 모자 그만쓰라고해도 절대로 내 말을 듣지 않고 막무가내다.
학교에 갔다온 준원이는 늘 할아버지한테 들려서 천원한장을 얻어
이상한 과자를 사오거나
500원짜리 손가락크기의 조립하는 장난감을 사가지고 온다.
아무리 야단쳐도 그게 그리 좋은지
내일부터는 저금하고 오늘만 산다는게 벌써 2년동안 들어온 말이다.
그래도 장난감을 사는건 괜찬다
사서 조립을 하다가 제대로 조립이 안될때는 울고불고 한나절을 제머리를 잡아뜯으며
난리를 쳐대는 통에 옆에서 보는사람이 오히려 미칠지경이다.
나는 하다하다 안되면 이따위 물건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더 나쁘다고
어떻게 이런 어린애들을 500원짜리로 쓰지도 못할 물건을 만들어 유혹하지말고
일회용이지만 좀 쓸만한 물건을 만들면 안되냐고 ...
불량하고 조잡한 물건을 만드는 빌어먹을 회사를 욕하게된다.
그러면 애비는 그런다.
어머니도 참..500원으로 무슨 쓸만한 물건을 만드라고 하시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시라고 퉁거지를 주며
안사면 되는데 왜 그런걸 사와서 식구들 애먹이냐고
준원이를 마구 야단을 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누가 가르쳐 줬는지
700원짜리를 사가지고 와서 애를 먹일때도 있다.
싸구려 장난감 때문에 속상해하는 준원이가 안쓰러워진 할아버지는
어떨때 준원이 요구대로 천원을 안주실때가있다.
그러면 준원이는 영락없이 할아버지를 놀려댄다.
빡빡이 대머리 ~
할아버지 빡빡이 대머리 ~
어이 대머리영감~
그러나 어쩌랴 이쁜 손자를 야단을 치기는 커녕 할아버지는
저늠이 저늠이..만 연발할뿐.
그런데 신기하게도 초등학교에 입학한후론 준원이 입에서
한번도 빡빡이 대머리 영감이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대머리가있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교육을 시켰나보다.
할아버지한테 대머리 영감이라고 놀리면 착한아이가 아니라고....
그러니 학교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사립학교에 보내는것은 다 훌륭한 교육때문이라고
오늘따라 계성초등학교에 보낸것이 참으로 잘한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500원짜리 장난감도 울트라 광속으로 조립하는
마징가소년
내 손자 서준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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