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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주의 꿈결같은 유년시절

준원이와 스티커

2002년 5

 

 

삼년고개, 까치와 구렁이 ,바리데기공주,  화랑관창,
에집트 신화에서  이태리 신화 성서말씀까지 온갖 픽션에 넌픽션에  ...


밤이면 밤마다 졸라대는 준원이의 이야기 타령에 

그리고 이야기를 모두  듣고나선 삼년고개에 우리식구 모두 가서 굴르보자고
또 상원사에서 치는 종소리는 얼마나 먼 곳 에서도 들리는지  종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머리가 부서진 까치는 누가 잘 묻어 주었는지 원주에도 가보고 싶다고,
현장에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궁금장이 준원이가  학교에 입학한지 벌써 두어달..

 

준원이의 초등학교 생활은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학교생활로 이어지는 일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야릇 버라이어티로  심심찮게 헤프닝이 연출된다

 

이번에는 스티커에 대한 우리 가족의 버라이어티 생생기록이다.

 

아이들이 과외때문에 고생한다더니 우리 준원이도 입학하자말자 여간 고생이 아니다.

무슨 초등학교가 그리도 빨리 등교를 해야하는지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눈꼽떼고 양치질하고 우유한잔 마실 사이도 없이  7시30분까지

우리동네 한빛은행 앞으로 달려가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했다가

오후 2시30분이면 다시 한빛은행 앞에서 하차를 한다. 

 

하교후에는 집에 도착하자말자 곧바로 책가방을 내동댕이치고는

쏜살같이 피아노 학원을 다녀와야하고 월수금은 영어를 배우러 다닌다.

그나마 영어는 미국에서 3개월간 초등학교를 다녔던터라

기초나마 잊어먹지 말라고 다니는 거지만

그런날은 6시 30분이 되어야 집에 오는데다 어떤날은

또 산수선생님이 또 어떤날은 국어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여 과외교습을 받는데 길어야 20분..

정말 우리 준원이는 한시도 쉬는날이 없을 정도이다.

 

준원이가 8살에 학교를 가게된것과 가.나.다.라.와 덧셈 뺄셈을 못익힌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

왜냐하면..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고생이고 공부에 시달려서

애가 제대로 크지도 못한다고

95년 3월1일생인 준원이를

뻑뻑 우겨서 8살에 입학을 시킨게 바로 내 탓이기 때문이다.


애미는 하루차이라고 학교에 보내도 된다는걸 나는 또 시어머니 똥고집으로..

오뉴월 하루볕이 어딘데 7살에 학교에 가면 어리다고

애들한테 왕따당하기라도 하면 어쩔것이며

공부를 제대로 못따라가면  그건 또 어쩔것이냐 하며

벅벅 우겨대서 내가 이긴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첫돌 지나고부터 제 삼촌과 고모가 살고있는 시카고와 밀라노를

일년이면 절반은 가서 살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여행도 못다니고 공부에 찌들려 고생할게 뻔한데

우리 준원이야 말로 어려서부터 견문도 넓히고 공기좋고 환경좋은 곳에서

잘먹고 잘 놀아야 쑥쑥 잘 큰다는게 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글 기초가없는 준원이는 가나다라는 고사하고

백원더하기 백원이 뭔지 모르고

덜컥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중차대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학교에 넣고보니 들려오는 소문이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요즈음은 쌍동이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초 스피드 시대가 아닌가?

며느리가 준원이를 학교에 넣고 얼마나 맘을 조리고 있을까 생각하니

미안도 하려니와

영 눈치가 보이는게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들은말도 있고 하여....

 

요즈음 아이들은 대대수가 유치원이서 한글을 다 떼고 몇몇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동화책도 좔좔 읽어온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럼 초등학교는 뭐 하는곳이란 말인가?

 

나와 우리 아이들 어렸을적엔 학교에서 한글 기초를 배웠는데

유치원에서  한글을 다 떼고 간다면 초등학교가 왜 존재한다는 말인가?

설마...초등학교에서 중등교육을 시키는것은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어릴때 실컷 놀아야 키도 쑥쑥크고 건강하게 잘 노는것이 보약이라며

시카고로 밀라노로 델고다닌것이 여간 후회가 아니었다.

 

며느리 눈치가 보여 여기저기 일학년짜리 학부모를 수소문하여 알아본 결과..

그래도 학교에서 아무리 기초가 부족한 아이라도   더구나 사립학굔대

선생님들이 열성껏 가르켜서 책은 읽게 해 준다며

나보고 너무 걱정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영어수업이 없어서 일찍 집에온 준원이를 붙잡고

에미가 빨래 개키는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니 준원이 학교에서 코흘리게 일학년보고 빨래 개키란법을 가르키라고 했니? 하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내일있을 체육시간 때문이란다.

말인즉슨 채육시간이 끝나면 입었던 체육복을 이러이러하게

얌전하고 이쁘게 개키어 놓아라..하는거였다.


아니 준원이를 아예 여자를 만들걸 그랬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예쁘게 옷을 정리하면 선생님이 보시고

잘했다고 스티커를 주실지 몰라서

연습을 시킨다는게 아닌가?

 

스티커? 얘  그것좀 못받으면 어때서 그러니  그 스티커가 뭐 그리 대수라고?

나도 네 신랑이랑 아이들 삼남매 사립학교에 보내면서 치마바람 날리지 않을줄 아니?

잠깐 사이 지나가는 어린시절 엄마 치마바람은 아무 쓸모도 없고 말짱 헛것이야

지금은 그냥 준원이가 중간만 따라가면 고맙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주지말라고 했더니

애미 이야기가  준원이 친구 엄마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인데

어떤 일학년 남자아이가 화장실을 갔다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기특하다고 스티커 한장을 주셨단다.


그래서.? 아니 그 선생님은 자기반도 아닌데 화장실에도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시냐? 하니까

모든 선생님들이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수시로 착한아이들에게 한장씩 나누어 주신다는거였다.

그러니 준원이는 체육복이라도 예쁘게 접어 마무리하면 혹시 선생님 눈에 들어

그 대망의 스티커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게 아닌가?

 

꽃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스티커를 붙여 완성해서

학교에 가져가면 상을 준다나 어쩐다나

 

그말을 듣고..준원이에게

스키커가 그렇게 좋으면 내일 할머니가 리빙아울렛에가서

스티커 한보따리 사 줄께 했더니

할머니가 사다 주는건 아무 소용이 없고

오직 학교 선생님이 주시는 스티커여야 한다고

두 모자가 30분이 넘게 체육복과 씨름을 하는거였다.


설마하니 이 할미가 스티커의 뜻을 모르리?

스티커에 안달하는 두 모자가 하도 딱해서 해 본 소리구만...

 

아이구...불쌍한 우리 준원이..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

입학 하자말자 이 무슨 고생 보따리인가?

이럴줄 알았으면 아주 철이 다 든다음에 한

열두어살쯤에 학교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꼬...

 

이때 마침 밀라노의 딸이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가장 확실한 스티커 확보하는 방법은

엄마랑 언니가 계성학교 남여 화장을을 지키고 있다고

볼일보러오는 선생님들께 서준원이 가족이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드리고

거기다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아 한다면 간단하게 스티커를 벌어들일수 있다며

집에서 달리 할일도 없는 엄마가 손주를 위해 계성학교 청소도우미로 나선다면

가륵한 정성에 선생님들의 스티커를 도맡어 획득할수 있는 절호의 기호라며...

우리식구는 딸의 이야기에 모두들 데굴데굴 구르면

그 말이 맞다며 내일부터 한번 시도 해보자고...

 

그런데...준원이도 스티커에 대해선 노이로제에 걸린게 틀림없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젯밤... 준원이가 집 계단에서 어떤 낮모르는 형아랑 부딧쳐서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이 2센티가량 찢어지고 오른쪽무릎은 직경 8센티가량의 찰과상을 입는

초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살 껍질이 벋겨진 상처는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 아프게 생겼는데

밤중이라 병원을 가지도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집에서 치료할수밖에 없었다.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바르는 동안

겁이 많은 준원이는 제 상처를 들여다 보고 펄펄뛰며 울고불고 보채는가 하면

상처가 너무커서 내일은 학교에 절대로 못간다고 난리를 쳐대느라 밤잠도 설치는게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아파보였고 걸음도 잘 못걷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보니 애미가 비상수단으로 대일밴드로 한쪽무릎에 대여섯개씩 땜질을 하고

밴드 떨어지지말라고

두꺼운 겨울 스타킹을 신겨 학교에 보냈는데

정작 일은 학교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밤새 아프다고 낑낑대며 보채던 준원이가 학교에서 그만 깜빡 졸았나보다.

수업시간에 졸고있는 준원이를 발견하신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 교단앞에 꿇어앉는 벌을 서라고 하셨단다.

나는 깜짝놀라 준원이에게 말했다

준원아 어젯밤에 계단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많이 다쳤다고 말씀드리지 그랬냐고..

안그래도 자기가 무릎을 많이 다쳤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아주 조그만 벌로 잠깐 꿇어앉아 있으라고 해서 벌을 조금만 섯다는것이었다.

 

아니 세상에...무릎을 다친아이를 꿇어 앉히다니

그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이제 겨우 학교에 입학한지 한달밖에  안되는 햇병아리를 벌을 세우다니? 하고 걱정했더니

준원이는 엉뚱한 이야기로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거였다.

 

할머니 나는 이제 병아리가 아니고 이제는 초등학생이야

그리고 내가 조금만 벌을 섯으니까 그게 나은거야.

정말로 잘못하면  선생님이 빨간색 스티커를 주시는데 그 스티커는 정말 나쁜거거든?

그러니까 내가 조금만 벌을서고 그 스티커를 안받았으니까

그게 더 좋은거지...이러는거였다.

 

아...또... 그놈의 스티커

잘해도 스티커 못해도 스티커....

벌을 선 다음날 걷기가 불편한 준원이의 다친 무릎은 

할머니가 정성들여 칭칭 감아준 탄력붕대 덕분에

한참 꿇어 앉아 있어도 끄떡없으리만큼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옛날 어떤 광고의 카피가 생각나 혼자 웃었다.

 

벌을 섯어도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으니 참으로 장한 준원이~

너는 진정 우리가문의 자랑스런 장손이다.

준원아 기 죽지 말고 지금처럼 씩씩하고 으젓하게 잘 자라주거라

 

우리 손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