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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주의 꿈결같은 유년시절

스승의날의 헤프닝

어제부터 에미는

오늘있을 스승의날 휴교에

같은 학급 학부형들과 현장학습인가 현장체험인가를 가야한다고

자동차에 개스를 가득채우고 이것저것 음료수에 간식 준비하고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여기저기 연락하더니

일찌감치 유나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에미는 준원이를 데리고 현장학습을 떠났다.

 

나 역시도 18일에 시카고로 출발하는것 때문에

미국에서 신세진 은인들의 선물을 준비하려고

여기저기다녀야 할 형편이라

손녀딸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돌아온다는 에미의 말을 믿고

나도 시장보느라 4시쯤 되어서 귀가를 했다.

 한의원에 들렸더니 아직도 에미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에

이상하다싶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돌아오는길이 러시아워에 걸려 조금 늦어질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어머니께서 유나를 좀 데려오라고 부탁하는거였다.

 

그말을 전해 들은 남편은

무거운 짐을 가득메고 돌아온 나를 보기가 안쓰러웠던지

당신이 여기서 잠깐 쉬고 있으면

 내가 얼른 유치원에 가서 유나를 데려올께 하는거였다.

당신이 유치원이 어디 붙어있는지 알기나 하느냐고 물었더니

좁은 금호동에서 손녀딸 다니는 유치원을 내가 못찾을까..하며


금옥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다니까

부리나케 손녀딸을 데리러 나섯고

한참이 지나도 오지를 않아 걱정을 하고있을때

헤헤웃으며 둥기둥기하는 유나를 등에업고

땀을 비오듯 흘리는 남편이 들어섯다.

 

남편은 준원이보다 유나를 훨씬 더 이뻐한다.

왜냐하면 유나는 마음 내킬때마다 수시로 달려가서

할아버지에게 뽀뽀세례를 퍼 붓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준원이를 미워하는것은 아니지만

뽀뽀해 주는데 인색한 준원이를 서운하게 여기고

더러가다 준원이 맘에 들지않으면 할아버지께 퍼붓는

 대머리 영감이라는 말에 서운함을 가진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편은 준원이가 뽀뽀를 잘 안해주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고있다.

왜냐하면 한의사인 남편의 몸에선

언제나 진한 한약냄새를 풍기기때문에

진도개처럼 후각이 예민한 준원이가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인걸 모르고있다.

 

오늘따라 할아버지 등에 업혀준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

 유나를 데리고 환심사기에 온 정신을 쏱고 있었다.

눈치빠른 유나는 온갓 되지도 않는 주문을 해대지만

할아버지는 유나말이면 무엇이건 OK다.

 

저녁퇴근 5층까지 할아버지등에 업혀온 유나와 나를 보고

집에있던 아들이 자꾸만 눈치를 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며느리의 귀가가 늦어진다니 저녁은 내차례다 싶어 준비하는 내게

아들이 지나가는 말투로 준원이에게 조그만 사고가 생겼다는거다.

 

깜짝놀라 무슨 사고냐고 물으니

롤러브레이드를 타다가 넘어져서 귀가 조금 찢어졌는데

어디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하느라고 늦어진다는게 아닌가?

아니..그럼 엄청나게 다친것 같은데 ...

겁 많은 준원이가 봉합을 하자면 ..

초죽음이 되겠다싶어 그때부터 맘이 막 불편해졌다.

 

조심할 것이지...

다치려고 간것은 아니지만

꿰멜정도로 다쳤으면 머리다칠뻔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렇다고 며느리를 나무랄수도없고 많이 안다쳤다니..

그리고 머리 안다쳤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맘을 다스리고 있는데

6시가넘어서 오른쪽 귀를 싸멘 준원이와

이미 초죽음이된 에미가 들어섯다.

죄송합니다..만 연발하는 에미에게

많이 안다쳤으니 천만다행이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다니 됐다고 안심시켰다.

 

준원이는 얼마나 큰 바늘로 꿰멨는지..

그게 얼마나 아픈건지 설명하는라 여간 바쁜게 아니였다.

이미 어제밤 모기한테 물려서 눈두덩이 퉁방울이된 준원이는

손등 손가락할것없이 대책없이 부어오른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귀까지 싸메고 있는 꼴이라니  원 참 나..

 할아버지가 식사하는동안 고모방에 숨어있다나온 준원이

왜 저녁 안먹느냐니까

자기도 배가고파 빨리 저녁먹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자기 귀 보고 놀라 걱정하실까봐

고모방에 숨어있었다고..

 

아이구..신통도 하지 역시 우리 준원이는 애어른이다 애어른...

 

그러나...그 이튿날도 귀를 싸맨 준원이를 보고도

찢어져서 봉합한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저리 싸매고있으니 답답해서 어쩔꼬...걱정이 태산이시다.

준원이가 특이체질이라 모기한테 물려 부어오른줄 알고

당신이 나가는 한의사학회에

준원이를 데리고나가 조언을 얻어 치료를 해야겠다고

하나뿐인 손자때문에  밤 잠을 못이루는 거였다.

 

아..정말 학교는 왜 하필 스승의 날에 휴교령을 내린걸까?

그냥 학생들이 꽃 한송이라도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심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괜히 현장학습이다 현장체험이다 해서

애꿎은 우리손자 귀만 찢게하고 거기다 또

영문 모르는 할아버지는 손주때문에 걱정으로 날밤을 새우지 않나?

 

전쟁 기념관 다녀오고 참전용사가 뭔지 분단조국이 뭔지

선사시대가 뭔지 이해도 못하는

1학년 어린아이에게 논문같은 숙제가 웬말인가?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아침 9시까지 충분이 자고

느즈막히 학교에 가면 안될까?

아침식사도 못하고 잠 덜깬 눈을 비비며

새벽같이 스쿨버스에 실려가는 손주를 볼때마다

새벽아침 학교가서 무얼그리 많이 배우나

실컷먹고 실컷놀고 공부는 조금만 하면 안될까?


불쌍한 준원이

괜히 학교 들어가서 귀까지 찢어져 퉁퉁부어도

새벽바람에 일어나 열심히 학교에 가는게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다.

누가 어린애들을 이렇게 일찍 등교하라고 했는지 미워죽겠다.

 

사랑하는 준원아

공부 일등 안해도 돼 

건강하고 예의바르게 자라주면 되는거야

덩치는 크지만 순진하기 짝이없는 우리 순댕이

준원아 우리식구 모두~

우리 준원이 많이많이 사랑하는거 너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