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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독거노인의 응급사태..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없기야 할까만

혹시 미국에 살고있는 조카들이 놀랄까봐

함구하고 있다가

무사히 잘 지나간 지난 11월달의 일이라

이제서야 입을 열어본다.

 

 

지난 11월 23일은

금호동성당 크레도 성가대의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받아 논 날이지만

때 마침 김장철이라서 그런지

여성팀은 연습때도 참석인원이 들쑥날쑥

 

이렇게 연습을 해가지고

어찌 음악회를 무대에 올릴수 있을까

지휘자님을 비롯

성가대 간부들이 무척 마음을 졸였었다.

 

날씨마져 강추위가 계속되니 

나도 처음엔 단순 기침감기로 생각던것이

 천식으로까지 발전되어

사람들이 모인곳이나 밀폐된장소

전철이나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발작적인 기침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11월 20일

음악회 마지막 리허설이 오후 8시부터 있기에

복장준비하고 예행연습을 하던 차

휴대폰이 울렸다.

불광동 언니의 전화였다.

 

 

정말이지 전화를 받을 입장이 되지않아

 노래연습하는 소리를 휴대폰으로 들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도 언니가 3번이나 전화를 더 하였는데

무슨일인지 궁금했지만 밧데리가 소진되어

리허설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충전을 시키며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일이 있어 서너번씩 전화를 했었냐고

청력상실로 2급 장애인  81살의 언니가

울먹이며 무서운일을 당했단다.

 

불광동언니는 요즘말로 하자면 독거노인이다.

그것도 청력상실 2급 장애 노인이다

사남매중 삼남매는 미국에서 거주하고

막내딸은 벌교에서

개척교회를 하고있는 가난한 목회자의 아내이다.

 

나와 띠 동갑인 언니가

자녀들과 떨어져서 혼자 사는지는 벌써 20여년이 넘었다.

그래도 80이 넘은 지금까지

주일이면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노인학교다 뭐다 교회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열혈신자인 것이

일주일에 한번씩 가정예배도 들이고

어쨌던 지금까지는 아무 사고없이 잘 지내왔는데

이번에야말로 큰 상처를 입는 바람에

독거노인의 위급사항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절감하게 되었다.

 

 

언니가 무서운 일을 당했다기에

나는 순간적인 생각으로

혼자사는 언니가  강도나 도둑을 만난것인가 했는데

계단을 오르다 실수로 엎어지면서 턱을 다쳤단다.

그럼 빨리 가까운 병원에 가야지 어찌되었냐니까

동네병원 다 문닫아서

청구성심병원을 찾아갔는데 거기도 벌써 문을 닫고

상처에선 피가 계속나서 손수건 석장을 적셨는데도

피가 멈추지않고 계속나오고 있는데

동생이랑 연락이 닿지않아

무서움에 떨며 혼자 견디고 있노라는 것이다.

 

세상에나..이 무슨 이런일이

얼마나 다친것 같으냐니까

턱 밑이 쩍 벌어진것이 많이 다쳤다고 하네

 

이미 밤 10시 30분이 넘은 시간

내가 연신내로 간다한들 그곳에 아는 병원도 없고

그럼 빨리 금호동으로 오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온다니

금호전철역에서 기다리길 40여분

드디어 언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부리나케 24시간 진료하는 중앙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외래에서 수속을 하던중 외과의사가  상태를 보자며

언니를 데리고 가더니

턱밑이 많이 찢어졌기에

성형외과적인 봉합을 해야하는데

중앙병원엔 그 시스템이 없다나 어쩐다나

어쨌던 귀찮아서 못 꿰메주겠다고 하는것 같았지만

가까운 대학병원 성형외과로 가라고 하니

할수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순천향 병원으로 달려갔다.

 

와중에 요한씨는

 밤중에 어딜 나가서 연락도 없느냐고 계속 계속 전화

사정이야기를 하고 지금 순천향병원에 와 있다니

깜짝 놀라며 뒤따라 오겠단다.

 

아니..마누라 대수술할때도 병원 안따라가는 사람이

처형 다쳤다고 오밤중에 택시잡아타고 병문안 오냐고

그냥 집에 가만 있어주는게 날 도와주는거라고 한소리 했다.

 

일단 크게 다쳐서 놀랐고

혼자서 몇시간을 손수건에 피를 받아내느라

혼겁을 한  귀가 어두운 언니가

간호사와 대화가 소통이 안되니까

내가 옆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

또 요한씨까지 온다니

응급실 밖에 나가 20여분 요한씨를 기다려야 했다.

 

아이고 ~

안오는게 나를 도와주는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뭤땜에 부득부득 달려오겠다는 것인지..

 

요한씨를 응급실 대기의자에 앉혀놓고 들어가니

침대에선 젊은 의사가 허리를 굽히고

찢어진 턱을 봉합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얼마나 찬찬히 꼼꼼히 꿰메는지

거의 30여분 넘어 걸려서 끝이났다.

 

부들부들 떠는 언니를 부축해

항생제 주사와 약처방을 받아가지고 집에오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이틀에 한번씩 치료를 받고

 일주일만에 실밥을 뽑자고 하네

 

치료비 14만원을 계산했는데

언니는 자기가 발 한번 잘못디뎌 거금들었다고

얼마나 가슴 아파하는지

쩍 벌어진 턱밑은 이렇게 이쁘게

열두바늘이나 꿰멨구만 

40만원 줬어도 싸다면서 언니를 달랬다.

 

돈 무섭다며...

하긴 요한씨도 옛날에 공의로 근무한

한지의사 자격자이기에

이틀에 한번씩 요한씨가 소독과 치료를 해주고

실밥을 뽑을때는 언니가 어찌나 엄살이 심한지

병원에 가서 뽑으라고 했더니

언니네 가까운 청구성심병원에서 실밥을 뽑았단다

십밥 뽑으러 가서 알았는데

응급실이 지하에 있어 못찾았었다고...

 

세상과 격리되다싶이, 혼자살고 있는언니는

무슨일이 있을때마나

내가 만능해결사도 아니건만

언제나 1순위로 나를 찾는다.

 

물론 내가 할수있는일은 무엇이던 도움을 주고있지만

이번일 처럼 응급상황일때 나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망서리지말고 119를 불러야 한다고 했더니

불도 안났는데 어찌 119를 부르냐고...계속 계속

 

이야기를 나누던 때 마침

옥수동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머리 한쪽이 함몰된 젊은 청년이

119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왔다.

의식이 없는 젊은 청년이 도착하여 수술실로 들어간 후

 사고를 낸 택시기사님

그리고 옥수파출소 경찰아저씨가 뒤따라 들어와

청년의 호주머니에서 꺼낸 휴대전화로 보호자에게

수술동의가 필요하니 빨리 순천향으로 와 달라고...

 

응급을 요하는 환자나

살면서 비상사태 또는응급조치가 필요할때

119를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와 처리를 해 준다고

이제부턴 1순위로 119를 부르면

가족이 해결 못하는일도

 119는일사천리로 해결되니 

앞으로는 명심하고 119를 부르는게

언니가 사는 첫번째 길이고

나야말로 2순위라고 잘 알아듣게 설명을 했드렸다.

 

독거노인...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주위에 보면 혼자사는 노인들이 많지만

다 그렇게 사 는 것이거니 생각했지

언니처럼 위급상황 응급조치가 필요할때

정작 어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나도 되짚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부부도 3040

둘이 살아도 독거노인이나 진배없음이니

위급할땐 어느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할지

지금부터 비상 연락망을 만들어야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