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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Chicago

이틀동안 20000원 버느라 죽을고생했다.

이민 8년차!!

아들 내외가 덮고자는 이부자리가 손 맛을 못봐

후줄그래 해진걸 보니 마음이 쓰렸다.


다른건 몰라도

덮고자는 이부자리만은

해마다 새로 장만하는게 내 성격인데

아이들의 이불 껍대기를  무슨수로 바꾸어 줄까?


한국같으면..

동대문종합시장으로 달려가면

예쁘고도 고상한 나염의 각가지 포목에

지하에 내려가면

한시간내로 두루루 박아주는

재봉틀집도 있는데 말이지....


아이들이 처음 이민왔을때

어느 잡지에서 보고 홀랑 반했던

촉감좋은 벨벳으로 이불커버를 만들어

삼남매에게 보냈더니

큰아들 내외는 주구장창~

여름 겨울 할것없이 벨벳이불을 덮고 있었다네


모처럼 이불 빨래를 하려고 속통을 꺼냈더니

세상에...빨강색 벨벳이불 속엔

쌀알같은 빨강색 보풀들이 한됫박이나 나오는거였다

아이구머니나 이게 웬일이냐~


급한 마음에 준원이를 데리고

옷감파는 조안 이라는 가게로 갔다.

세상에...

내 마음에 꼭 드는 상품은 왜 이리 비싼지!!!

제 아무리 미제라고는 하지만

값을 보면 뒤로 나가 자빠질 지경


한국 같으면 킹 사이즈 이불과 베게 2개면

상등품 면으로 만들어도 10만원이면 족하련만..

이곳의 옷감이 질이 제아무리 좋다지만

너무 너무 비싼게 흠이었다


그것도 한국에선 90센티 1마인데

이곳에선 야드로 판다네

아이구 원씨야~



옷감은 60% 세일한다고 벽에 붙여 놓았는데

이게 뭐야???

제 값주고 산다면

이불커버 한장 만드는데 50여 만원은 훌쩍 들겠다

이늠의 나라 미칫나?

몇바퀴를 돌며  안밖을 다른 무늬로 골라

킹 사이즈로 구입한것이 자그마치 170 $

거기다 한국 같으면

이불기장 만큼이나 긴 지퍼가 있는데

이곳의 1 미터짜리 지퍼가 7000원 가량..


간 김에 가위도 새로 하나사고

지원이 망가진 자켓 지퍼도 2개사니

세상에 도합 $ 245.36

해도 너무하다 싶은 마음

완전 끌탕이다.


아이들이 유학생활할때 사 놓았던

도요타미싱

이 미싱이야말로 20여년 효자 상품이다

요즘은 덜덜 소리가 좀 요란해서 그렇지...


그 옛날 400$인가 주고샀는데

20년 동안 제값을 몇배나 하고있는 효자 상품이다.

역시...

미제가 좋긴하다.^^

얼마나 잘 드는지

아이들 다칠까봐

쓰고는 높은데다 감춰두는 가위다.

이제는 돋보기 없으면 바늘귀도 못꿰게 생겼으니

어쩌면 좋디야?

우선..

이불 카바는 뒤로하고

지원이의 지퍼를 고쳐보기로 했다.


한국에선 지퍼가 센티대로 있는데

이 곳에선 20인치를 사야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19인치 밖에 없네

아이구..

우리 금호동 같으면 3000원이면 두루루 박아줄 지퍼

열나절 꿈지럭 거리고

뜯고 다시 박기를 너댓번~


이렇게 완성해 놓고보니

내 후배 루디아가 생각났다.

평생 일이라고는 모르던 루디아가

바느질배워 세탁소를 운영한다는데

얼마나 고생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 올랐다.


개나리처럼  이쁜 노랑색 자켓

지퍼가 망가져서 못입는 옷을

이렇게 깜쪽같이 고쳐

계단에 걸어 놓았더니

학교에서 귀가한 지원이 너무  좋다고

팔짝팔짝 뛰면서 뽀뽀를 마구 해댄다

할머니 땡큐 해싸며~


내 정말 이런맛에 살고 있당게로^^

이번에 기다리는 것은 겹으로 된 자켓

이놈의 자켓은 열번도 더 뜯었다 박았다...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바느질 솜씨하나 똑 소리나게 만들었다

거의 두시간을  꿈지럭 거려

결국에는 완성했는데..

지퍼 기장이 짧아 고무단 위
쪽으로 올려 달았더니 그래도 좋다고 하네


나 같으면 안입겠다고 때를 썼을

색도 누렇게 바래고

소매끝도 헤어진

쭈글쭈글 주름이 간 이 자켓을

지원이는 죽어라고 이 옷을 좋아한다.


참...한창 멋부릴 7학년

이 쭈그렁 바가지 옷이 어디가 좋다고...

알다가도 모를 지원이 마음이다.



며늘 아이에게는

황금색이 복을 가져 온다는 색이라기에

이왕이면 다홍치마..


연한 황금색 바탕에 자주색 꽃무늬가

페이즐리처럼 수놓인 앞판과


뒷판 역시 황금색이 주로된 스트라이프...

대여섯번씩이나 지퍼를 뜯었다 박았다....

결국에는 이렇게 완성을 했다.


겨우 자켓 지퍼 2개 달았고 이불 커버 한장을 만드는데

12월 겨울날은 왜이리 금방 해가 저물던지..


어머니 제발 일하지 말고 쉬라고

아들 며느리는 애원을 해쌌는데

얘들이 정말 뭘 몰라도 분수가 있지

14년이나 한솥 밥을 먹고도 시어머니 성격을 몰라


한번 한다면 끝짱을 봐야 하는  한 성질

집념의 장소피아를 뭘로 보고 말이지...^^


앞판을 깔아놓고 봐도..

뒷판을 깔아 놓고봐도...

어찌나 마음이 흡족하던지..

침대위에 펼쳐놓고 보니...

백화점에서 백만을  훨씬 웃도는

예단이불에 비할바가 아니다.^^


역시 미제 천이 간지가 좌르르르~ 하니

천 값이 비싸다고 궁시렁댄 것이 미안할 정도로

으리뻔쩍 느무느무 이쁘고 멋있당!


금호동에서 같으면 20000원이면 해결할 바느질값

이틀동안 20000원 버느라

하마터면 눈 빠질뻔 한..시카고 생활


역시

우리나라 대한민국

지상천국에 태어난걸

다시한번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