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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알고보니 내 새끼였네

 

 

길거리를 지나다가...

특별한 패션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청소년을 만나게되면

 한번 더 쳐다보게된다

 

있는대로 멋을 냈지만..

어딘가 2% 부족한듯한 젊은이를 만나게되면...

또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게된다.

 

야시꾸리한 컬러의

 펑키 헤어스타일을한 남자를 보게되면

 발걸음 멈추고 한참이나 뒤를 돌아보게된다.

 

꽁지머리나 콧 수염 기른 젊은이를 만나게되면..

 귀거리에 발찌를 한 젊은이를 만나게되면...

엄지 손가락에 반지를 낀 남자를 만나게되면..

코디네이터 처럼 옷잘입고 모양낸 사람을 보면 ..

 

 롤렉스 금 목걸이를

금 팔찌를 하고 다니는 청년을보면...

다 떨어져 너덜너덜 누더기같이 헤어진

청바지를 걸치고 다닌는 사람을 보면..

귀공자처럼 핸섬하고

세련된 복장을 한 청년을 만나게되면..

 

이따금씩...

아르마니 정장에 롤렉스를 차고

 불가리향수를 뿌린

귀족패션의 젊은이를 만나게되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또 다시 뒤를 돌아보게된다.

 

그리곤....

속으로 하하하하  한참씩 웃는다.

 

지금은 $9.99짜리 청바지에

 $ 4~5짜리 티셔츠로도

사방 팔방을 잘 돌아다니는 둘째아들의 모습이

옛날엔 딱 그랬었으니까...

 

건축공학도에서 요리로 전공을 바꾼 둘째아들

원래는 미용을 배웠으면 더 적성에 맞을뻔 했다고해서

 불벼락을 만나긴 했지만..

어쨌던 지금은 건축을 전공했었기에

 더욱 잘 나가는 쉐프가 되었다.

 

 어.쨌.던...

 

패션...하면

지가 패션의 지존인줄안다.

 

하긴..80년초 패션리더들의 지존

 카루소 장광효씨의 작품을 좋아했었으니까

그때는 어쩐일인지 집안에 여유도 좀 있었고

아들 둘 있는것 장안의 명품 옷들은

죄다 사서입혔다.

 

그런걸 대리 만족이라고 해야하나?

가난하게 살면서 평생토록

번듯한 옷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살았던

내 마음속의 한을

그런 방법으로 풀었던것 같다

 

헌데..

이 둘째녀석 패션하면 금방 죽는놈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무래도 이 둘째아들에겐

반짝이는 끼가 있었던것 같았다.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끼가.

.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27년전이었나?

 

장충고등학교를 다닌 둘째는

공부도 곧잘해서

선생님들의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우리는 말이없고 우직한 첫째보다는

명랑하고 활발하여

좌중을 웃음도가니로 빠트리는 둘째가

당연히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을거란 생각을

굳히고있었다.

 

그래서 야간자습이고 뭣을하던

그냥 1000%로 믿고있었던게 탈이다 

 

야자시간에 이모네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을 사 먹고 있었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사먹고있었건

실내포장마차에서 닭도리탕을 사 먹고 있었건...

 

그런것은 다~경희한의대를 떨어지고 나서야 

안 사실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지 싶다.

 

눈이 많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져 

 보행이 불편할지경인 날의 저녁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요한씨가 하는말씀이...

 

오늘 별 미친 녀석을 다 보았네...

아니 어떤 녀석이기에 그러세요?

 

아..글쎄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날인데..

어떤 정신나간 녀석이

이불보자기같이 치렁치렁한 코트를입고

우리집 앞의 눈을 다 쓸고 지나가데?

 

그게  비싸 보이는 코트인데

 정신이 나간게 아니면 미친녀석이던지..

아...그래요 그거 잘됐네

내일도 우리집앞으로 눈 쓸며 지나가라고 좀 말하지

 

그말이 맞네 내일 보면 내 꼭 그래 말해보지뭐

그런데 생각할수록 미친녀석이네

그 이불보자기같이 늘어진 코트에 묻은눈

그거 어쩔껀지...

 

아이구 걱정도 팔자시네

그냥 내비둬요 다 지멋에 사는건데

 

하긴 그려...뉘집 자식인지 참.....

자식이 코트자락으로 눈 쓸고 다니는걸

 알기나 하는지 원..

 

아이구 내비두라는데 신경을 꺼요

 내자식아니면...

 

참 말세라니까 옷 입고 다니는거 하며...

하하하 허허허

 

그리고 잊어먹고 며칠후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요한씨의 재방송

니들은 그러지말거라

요즘 젊은 사람들 옷입는게 뭐가 그모양이냐

부모가 뼈빠지게 돈벌어 사주는 옷을

 동네방네 길거리 쓸어주는 빗자루지 그게...

아들 두놈

아이구...아부지 저희는 절대 안그러죠.

 

그러고 다니는 놈이 있으면

그게 정신이 온전한 놈이 절대 아니지요.

그래 맞다  남의자식 이러네 저러네 말할것도 없지...

 

그러던 어느날..

옥상방에 뭣인가 찾으러 올라갔다가 기절할뻔했네.

아랫도리 20센티쯤이 얼어서 번들번들한

시커먼스 롱코트가 걸려있는것을 보고...

 

혹시 그 정신나갔다고 흉 보던 녀석이

이런 패션코트를????

아니...아니...아니..

 

한밤중에 야자에서 돌아온 둘째녀석..

 

너 이리좀 와봐..

왜요?

왜ㅡ요?

 

왜요? 소리가 나와시방?

아 잠깐만요...

잠깐이고 뭐고 간에 너 이리좀와봐

 

아..엄마..

제 코트봤어요?

무슨코트?

거 옥상방에 걸어놓았었는데..

옥상방? 무슨 코트?

아?...아....아니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요 녀석아

니가 숨기면 모를줄알고?

 언제까지 모를줄알고...

다 얼어빠진옷 만지면 부서지게 생겼는데

그걸 더 얼어빠지라고 옥상방에 숨겨놨어 엉?

 

그거 어디서 난거야 얼릉 말해

그거 ..제 용돈 모아서 산거예요

어디서?

그거.. 남대문새벽시장가서 산건데..

 

뭐시? 남대문 새벽시장?

이놈이 미쳤나?엉?

니가 지금 장사꾼이야 남대문 새벽시장?

아주 미쳤구나 미쳤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남대문새벽시장?

 

아..공부 다 해놓고 갔었는데

공부를 다~ 해.놓.고.가?

공부가 다가 어딧어 다가ㅡ 엉?

일분 일초아껴써도 한의대 갈까 말까인데

요렇게 엄마몰래 밤잠 안자고 남대문 새벽시장...

 

세상에...니가 장똘뱅이될라고 작정했구나 엉?

 

빨랑 옥상방 가서 그 코트 못가져와?

아이구...엄마 제발...

제발이고 나발이고 간에 빨랑가져와

그거 어쨌던 말려야 입을꺼 아냐 엉?

 

아이고  엄마...

난 또 그거 금방 찢어버릴줄 알고..

이녀석이 미칫나?

그 비싼걸 내가 찢긴 왜찢어?

잠안자고 남대문 새벽시장 누비면서 사온건데

 내가 어떻게 찢냐 찢길

 

그럼 그거 왜 가져오라고...

이놈아 그걸 말려야 또 입고 다니면서

남의집 마당쓸거아냐?

그게 그 치렁치렁한게 그렇게 좋아?

예~

예에? 대답한번 잘한다.

 

그거 또 입고 다닐꺼야 말꺼야?

그럼 입지말라구요?

 

아니..입더라도 니 아부지 안보는데서 입어

아버지가 봤다하면 너는 죽음이야 알았어?

 

아 저도 그거는 알아요.

 

그래서 한의원 지나갈때는 고개푹 숙이고 지나갔는데

고개숙인다고 아버지가 못볼것 같에?

그거 ..꼭 입고 싶으면 싸가지고 버스정거장가서 입어

괜히  아버지 눈에 띄어 불벼락 맞지말고 알았어?

알았어요 엄마 감사합니다.

 

난또 엄마 성질에 다 찢겨나가는줄 알았는데..

시끄러~

 

아...진짜 자식 키우는 사람 입찬소리 못 한다더니만

제 자식이 싸구려 롱코트하나 사입고

제딴에는 멋있다고 있는폼 없는폼 다 재가면서

 동네방네 마당쓸며 다닐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지 아부지 엄마만 못보면...

 

동네방네 아저씨 아줌마들..

모두 그놈이 우리 둘째인것 다 아는데

그런건 안챙피한건지

애들이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지 눈 앞에것만 보이는 모양인지

동네사람들이 혀를끌끌 찾을 모습이

눈에 선 하더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현명했다 싶은게

그걸 성질대로 가위로 쭉 잘라 내버렸다면

지금의 부모자식간처럼 찡한 사랑이 없었을것 같에요.

 

그냥 무시무시한 엄한 어머니로 기억되고

사춘기 시절..한참 감수성 예민할때

너무 강압적으로 자식에게 군림하면

가슴에 커다란 충격과 상처로 남게되었을지도 모르는

한편의 코메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특별한 모습의 젊은이들을 마주치게되면

항상 나도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그래...참 좋은 시절이다 하고....

그 시절도 한때 뿐이란다.

그리고 곧 어른이 되어 네 자식들이 그러는걸

 이해를 못하게 되는 그런날이 올지도 몰라,,하면서

 

폭풍간지 준원이

폭풍엣지 준원이

 

이제,,2년있으면..

우리 준원이도 지 삼촌처럼 그러지는 않을까?

녀석...

 

그러기전에 내가

 멋있는 옷들을 얼른 얼른 사서 보내야지...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매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된다

 

그 어머니에 그아들...

이젠..

그 손자에 그 할머니란 말까지 듣지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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