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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솔방울 따던 어린시절의 추억 !!!

 

 

귀국하기 몇일전...

 

뒤꼍의 소나무 밑에는 솔방울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는걸 보니

어렸을적 솔방울 따러 다니던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사진을 담아놓았다.

 

이곳 미국에서는 솔방울의 쓰임새가 금 물감 은 물감으로 치장하고

크리스마스 트리에나 달리겠지만...

그 옛날 50년대...

6.25 사변이후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땔깜으로 아주 요긴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친구들 보다 두살이나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 반에는 월자 라는 우리 또래보다는 예닐곱살이 더 많은...

언니같은 고등공민학교 출신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 당시로 말하자면 우리반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우두머리 친구였다

 

이 친구가 안된다면 ...그 누구도

줄넘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어떤곳에도 끼어들수가 없었고

월자 한마디면 모든것이 해결되기도 하고

절대로 해결할수 없기도한 유일무이한 공포스러운 존재가 바로 월자였다.

 

하긴...우리들이야

갈래머리 쭝쭝땋아 늘인 월자의 눈에는 한낮 젓 비린내나는

쪼무래기들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럴수밖에...

 

그런데 월자는 아버지없이 엄마와 남자동생 하나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외갓집이 영주에선 아주 유명한 평양 냉면집이어서

엄마는 늘 냉면집 주방에서 일을 하느라고

원당천 넘어 산꼭데기 기어들어가는 집에 살던 월자는 학교가 파하면

나같이 나이어린 쫄병들을 거느리고 뒷산에 가서

솔방울을 따가지고 오라고 명령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옛날 우리가 어린시절에는 보리문둥이가 산에 숨어살면서

참꽃 필때 산에가면 아이들 간지럽혀서

간을 빼 먹는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는데...

솔방울 따러 갈때 마다 문둥이 만날까봐

가슴이 물래방아 찧듯이 쿵쾅 거렸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월자의 명령을 거역하기 힘든것이...

다음날 학교에가면 왕따를 당할께 뻔 하기때문에

나처럼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그저 월자 꽁무니 따라다니며

해가 뉘였뉘엿 서산에 넘어갈때까지 커다란 마대자루에다

솔방울 줏어담느라고 배고픈줄도 몰랐었는데...

 

장작을 군불로 때던 우리는 월자 때문에

솔방울이 장작대신 쓰인다는걸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솔방울도 그렇지만...

툭하면 쌀이나 보리쌀을 가져오지 않으면 또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으니...

그 가난하던 시절...

하루에 쌀 한줌씩 밀가루 푸대종이에 훔쳐놓았다가

 학교갈때 월자에게 상납했던 기억...

 

일주일이 멀다하고 모듬밥 해 먹자고 쌀봉투를 나눠주면

하나가득 쌀 담아 오라고 하면

왕따되기 삻어 엄마 눈을 피해 그 귀한 쌀을 퍼내다가 바친 기억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지만...'

그때는 참으로 야속하고 거역할수없는 무서운 친구가 월자였다.

 

집에서 막내로 자란 나는 빨래터에 가서 빨래도 해 본적이 없지만...

월자가 빨래를 하러가면 따라가서 빨래도 널어주고

나뭇가지에 널어놨던 빨래 마르면 개켜주고...

 

하하하...지금 생각하니

월자네 살림 도우미가 한둘이 아니었던듯 싶네.

 

어쨌던 반장 선거가 있을때면 고무줄이건 줄넘기면 자 치기건...

그때만은 인심좋게 아이들을 다 붙여주니

내리 4년을 몰표로 반장당선 되었던것도 기억이 나는게

지금 같은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겠지만

그 시절에 왜 그리 월자가 무섭고 두려운 상대였던지 웃음이 난다.

 

 

지금도 월자는 솔방울을 보면 옛생각이 날까?

이렇게 지천으로 땅에 깔린 솔방울을 보면

월자가 제일 좋아할듯 싶은데....

 

 

 

 

 

 

연한 송순이 올라오면...

소나무가 물이 오른다고...

월자는 우리에게 또 다른 주문을 한것이 있었으니

소나무껍질 벗겨오라고 넙적한 칼을 내주는거다.

 

소나무껍질로 송기송편을 만들면 기가막히게 맛이 있다고 하면서...

그 날카로운 칼에 손이라도 베면 어쩔려고 그런 주문을 했었을까?

 

그때 우리보다 예닐곱살 나이를 더 먹었었지만...

월자도 철이 없었기는 마찬가지인것 같다.

 

친구들이 불려가서 따라다니며

지정해 주는 소나무에 붙어앉아 송기를 벗겨주면...

떡 만들려면 쌀이 있어야 하니 또 쌀 퍼오라고....하하하

 

서울와서 살면서 그러니까 80년대 중반,,,

명동 길거리에서 월자처럼 생긴 아주머니를 만나게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마구 뛰어가서 혹시 영주에 살지 않았냐고 물으니...

어떻게 영주를 아느냐고....

중부초등학교 나오지 않았냐니까 그렇다고...

아이구 월자야 내가...너랑 한반 했잖아

솔방울 따느라고 맨날 너 뒤따라 댕기던...

맨날 모듬밤 해 먹는다고 우리엄마 몰래 쌀 퍼날라주던 나 몰라 ???

 

월자의 그 퉁방울 같은 눈에 흰자가 가득 덮히더니만...

 

아이구 반갑다

내가 구의동산다 울집에 한번

오니라 울실랑 건축일한다.

다세대 집지어서 팔고 지금은 잘산다 만나자...

 

그렇게되어 우리딸이 선화에 다니니 바로 그 길목이라며 ..

월자를 만났다는 이야기에 친구들 모두 한번 만나보자고 의견이 일치되어

딱 한번 초등학교 모임에 나온적이 있었는데

이미 성인이된 우리는 그 옛날 막강파워

눈 딱부리대장 월자를 마주 하고도 무서운줄 모르고 떵떵거렸으니...

 

그후론...다시 만나자고 약속해놓고 

우리앞에 두번 다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김월자....

 

땅에 딩굴고 있는 솔방울이 자루로 하나 되겠구만....

옛날 고사리 손으로 솔방울 줍자면

자루를 빨리 채우지 못한다고 야단도 무척 맞았는데....

오늘따라 왕방울눈 월자가

마라톤선수 월자가

피구선수 월자가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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