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

가락국수


가락국수/가끼우동/가께우동/

냄비우동/유부국수/오뎅국수


오늘같이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고

바람이 써늘하게 부는날이면

14살 어릴적 어쩌다 먹어보던

내 친구 춘희네 엄마가 하던 가끼우동집~


같은반 짝꿍이 놀러왔다고...

허리에 앞치마를 두른

우리 엄마보단 20년 젊어 보이던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약간은 사나워 보이던 춘희네엄마가..


구수한 멸치육수에 말아주던

고명이라곤 단무지 몇쪽에 쫑쫑썬 파 한줌

고추가루 반술을 휘리릭 뿌려준

 

퉁퉁불은 그 가락국수가

어쩌면 그리도 맛이 있던지..

 

70나이를 바라보는 지금도

그때 그 가락국수의 구수한 국물맛을

이리도 잊지못하고 있다니...


단발머리 중학생시절 내 짝은

나와는 다른 영주초등학교를 나온 ..

나 처럼 키가 작아

같은 책상을 쓰게된 춘희라는 아이였다.


유난히 빼빼말라 비틀어졌던 나 와 는달리

퉁퉁하고 키가작고

입술이 유난히 두꺼운 춘희네 아버지는
영주극장옆에 조그만 구두점방을 하고있었고

춘희네 엄마는 가락국수 장사를 하고있었다.


오늘따라

그 시절 가끼우동이라고 불리웠던

가락국수가 눈물나게 그리워지는건 왜일까?



옛날 옛적

40년도 더 전에...

영주에서 서울로 기차를 타고 올라오면

원주역 플렛홈에서 팔고있던 가락국수..

 

그때는 돈 없어 차창밖만 내다보면서

꿀꺽 꿀꺽

속으로 침만 삼켰던 기억이

어젯날 처럼 새롭다.


아...그때는 우리집이 왜 그리 가난했던지..


바로 앞집

중국집 진열장속에

두 주먹 합친것 만큼 큼직한

단팥 가득 들어있던 찐빵이며

 

반을 뚝 잘라보면 돼지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주린 창자를 자극하던 그 맛있던 만두빵..


20원하던 그 찐빵 만두빵도

내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도 있었지...


이런 슬픈 이야기도 우리 아이들은 물론

손자 손녀에게 상상도 못하는

옛날 이야기에 불과할 뿐...


할머니의 눈물어린 추억담에..

아이들이 그 맛있어서 반했다는 춘희네엄마 식

가락국수 한번 먹어보잔다.^^


냉장고를 찾아보니

마침 어묵과 단무지가 보이네...

그래 오늘은 가락국수 먹는 날이다 하고


멸치국물을 진하게 우려내고..

그 옛날

중학교 1학년때

영주극장옆 춘희네 가끼우동집에서 먹어봤던

옛 맛 그대로

단무지도 채썰고 파도 쫑쫑썰고...

우동국수를 탱글하게 삶아놓고...

아니야~

옛날에 먹은 가끼우동은 국수가 퉁퉁불었는데..

그럼 그렇게 똑 같이 만들어 보라는 아이들 말에

뜨거운 국물에 삶아놓은 국수를 토럼을 하니

옛날 그 국수가닥 처럼 딱 그모양이네~

토렴한 국수를 사발에다 담고

어묵이며 단무지 쫑쫑 썬 쪽파를 얹어

뜨거운 멸치 장국을 부으니

아~ 정말 옛날 먹던 그 가끼우동의 향기가 느껴진다.~

고추가루 한수저를 휘리릭 뿌리니

바로 내 친구 춘희네엄마가 말아주시던

추억의 그 가끼우동 맛이다.


깔끔하고 개운한..

단무지와 마른고추가루가 한데 어울려..

모처럼 추억의 가락국수로

온가족이 행복한 하루였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신혼생활1.  (0) 2015.07.23
1.결혼행진곡 1965년 1월 16일  (0) 2015.07.23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알고보니 내 새끼였네  (0) 2011.01.10
입덧  (0) 2010.10.03
솔방울 따던 어린시절의 추억 !!!  (0) 20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