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며늘아이가 임신을하여
예정일은 11월 18일로 되어있지만..
성질 급한 손녀딸이 예정일보다 먼저 태어날수 있다고해서
지금 우리집안은 초 비상사태에 빠져있다
유리도 8개월만에 태어났으나
지금껏 잔병치레없이 잘 커줘서 여간 고마운게 아니지만
유리동생도 하루라도 더 엄마 뱃속에서 편히있다가
세상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애기를 가지면 먹고싶은게 왜그리 많아지는지
늘 먹던음식은 꼴도보기 싫어지고
쌩뚱맞게도 듣도보도 못한 음식들에 목을 매달게된다.
나도 옛날 첫아이를 가졌을때부터
단산면 공의진료소에서 생활할때인데
그 추운겨울 호박잎쌈이 그리도 먹고싶었었는데
지금과는 달리 그시절에 비닐하우스도 없었고
그 이듬해 호박이 넝쿨로 올라갈제
이웃집 남숙이 외할매가 호박잎을 뜯어다 주셔서
꿀맛같이 달게 먹었던 생각이난다.
둘째는 영주에살때 가졌는데
그때는 또 파인에플 통조림이 그리 먹고싶더만..
그 시절에야 파인에플 통조림이 엄청 비싼데다가
중국 식료품점에가야 살수가 있었는데
어느날..나도 모르게 파인에플 타령을 늘어놓았더니
우리 요한씨 대성일갈...
우리 어무이는 6남매를 낳으셔도
먹고싶은것 하나 없었다는데
당신은 애가졌다고 유세를 하는건지
무슨놈의 얼토당토않는
파인에플 타령이냐고 하면서
어찌나 구박을 해대는지
에고...지금같으면 남편한테 말할것도 없이
차로 하나 주문해다 먹었을꺼구만
그때는 어머님도 못드셨다는 파인에플..
쪽도 못쓰고 입맛만 다시다가 둘째를 낳았네요
가는데마다 애기를 하나씩 떨구었는게..
69년도 서울로 이사와선 막내딸을 가졌는데
그 가난하던시절 양철지붕 월셋방살이 하면서
또 뭐가 그렇게 먹고싶던지...
그때야말로 얼음동동뜨는 냉면과 파인에플 통조림이
셋트로 먹고싶어지니 참 죽고만 싶더라니..
남편보고 냉면 한그릇 먹고싶다..라고 했더니
마구 눈을 부라리며
내가 어딜가서 냉면을 사서 들고오란말이냐구...
아니... 같이가서 한그릇 사주면 안되겠냐니까
눈을 화등잔같이 부릅뜨면서
아니..벼락같은 애들을 둘씩이나 데리고
어디가서 뭘 먹자구?
너는 정말 애만 가지면
무신놈의 먹고싶은게 그리도 많으냐며..
또 다시 울 어무이는 그 농촌에서
애 낳고 하룻만에 모심기밥을 해서 날랐다는둥.,..
냇가에서 빨래를 함지박으로 하나 해 왔다는둥..
온갖 소리를 늘어놓으니 먹고싶은건 많지
말했다간 혼꾸멍만 나겠으니 눈물만 뚝뚝흘리며
침만 삼키던 새색시 시절도 있었다.
어찌됐던..
나는 서씨집안에 시집와서
먹고싶은것 하나 못먹고
삼남매를 낳았으나
우리 며느리들은 나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고
먹고싶은것 마음껏 배불리먹고
제발 눈 큰 아이만 낳거라 비는거다.
그러니 유리에미가 오이지 먹고싶다면
항공요금이 제 아무리 비싸거나 말거나
EMS로 제깍 보내주고
먹고싶은것 원하는대로
아마 옆에 있었으면
나보다 더 잘 해줄 시엄마가 없었을꺼다
더 웃기는것은
옛날 금천탕 이란 목욕탕앞에서
손수레를 고정시켜놓고
튀김장사를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한의원과 마주보고 있으니
서울 이사와서 아는곳도 없고...
아주머니가 우리집 수도물도 얻어가고 해서
가까이 지냈는데
아이들 데리고 문밖을 나서면
바로 튀김수레와 마주치게되는데
문제는 .,.아이들 형제보다 내가 더 문제였다.
막내를 가져 배는 남산만한데
20센티나 됨직한 샛노란 오징어다리 튀김을 보면
나도 몰래 침넘어가는소리가 꿀떡~하고 나는것이
내 침 삼키는소리가 너무커서 화들짝 놀랄때도 있었다.
샛노란 오징어 튀김과 고구마를 한바구니 가득 튀겨
나란히 줄맞추어 진열해 놓으면
나도 몰래 눈이 자꾸 그쪽으로만 가는데
아이들도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오징어 튀김 가르치면서
저거 사내라고 앙앙 울어재키는데
나야말로 오징어튀김 때문에 두 다리 뻗고 울고싶었다.
아...정말...그때는 왜 그리 가난했던지..
열개에 백원하는 오징어튀김도
마음놓고 못 사먹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기도 했지만
맨날 울어무이는 이리살았네 저리살았네 해싸니
미리부터 기가죽어 말 한마디 못하고 꾹 참고 사느라고
지금생각하면 한편의 코메디같은 생활이었지만
그때는 남편이 왜그리 호랑이처럼 무섭던지..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것이..
튀김하면서 부스러기 나오는것을
조그만 국대접같은 바구니에 건져두는데
단 돈 십원에 파는것을 목격하게 된것이다.
안그래도 밤낮없이
눈만뜨면 코끝에 스미는
튀김기름의 고소한 냄새때문에
사람이 미치고 팔짝뛰며 환장하겠구만..
옳치!!! 바로 이거다!!! 하면서
콩나물값으로 꿍쳐두었던 십원으로
아이들 다 잠든 야밤에
튀김부스러기 한바구니를 덜컥 사버린것이다.
이것이 사긴 했는데
남편 몰래 숨어서 먹어야 하는데
고소한 냄새때문에도 그렇지만 ..
씹을때마다 웬놈의 바스락소리는 그리도 큰지..
어두운 한의원 구석탱이에서
그 밤에 튀김부스러기 모조리 먹어 없에야 했다.
그런데 웬걸...
오징어 튀김이던 튀김 부스러기던 뭐든
들통으로 하나도 앉은자리에서 다 먹어치울것 같았는데...
튀김 반바구니도 못먹었는데
그때부터 속이 느글느글 해 지더니
십원어치 산 튀김부스러기 5원어치 먹고나니
그 이상은 정말 때려죽인데도 안들어가더라^^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옛이야기지만...
나머지 반바구니 들여다보면서 무슨생각은 안했을까?
이걸 도로 갖다 물려달랠까?
아줌마가 나랑 친하니까 물려달라면 물려주실꺼야..
아니..그렇지만 지금 시간이 몇신데...
가게 접을시간인데 물려달라면 안된다고 하실껄
아니...내가 왜 이러는겨 시방
이거 얼마나 맛있어서 몇달동안 침 삼키며 참아왔는데...
고작 5원어치도 못먹었는데 튀김처다 보기만해도 구역질이나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러게 콩나물이나 사다가 국을 끓였으면
이틀은 먹는건데
아이구 애들도 모르게 사먹어서
벌을 받아서 그런거야
혼자서 튀김 바구니 앞에놓고
이렇게 맛없는걸 왜그리 먹고싶어 했을까 싶어
눈물반 콧물반 훌쩍거렸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가난하던 월셋방 시절이 오히려
웃으면서 회상할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일인가?
그.날.이.후
오징어튀김이라면
백리 밖에서부터 줄행낭을 칠 정도로
시장 다닐때도 튀김집앞을 피해서 다녔고
그 때의 튀김부스러기 때문인지
일단은 고소한 냄새나는것은
내 평생 원수지간처럼 지낸것이
양념장엔 참기를 안치고 먹고사는게
어언간 40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
69년에 서울로와서
월셋방 3년만에 고대광실같은 28평짜리 ...
날아갈듯한 기와집을 장만한것도
5원 십원 아끼고 아낀 덕분이 아닐까 생각도 되고
나에게 그리 모지락스럽게 대했던 남편도
바꾸어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것이
금호동 산꼭대기에 판자집이라도 좋으니
내집 가지는게 우리 부부의 소원이었으니
철없던 나에게 그리 모질게 한 것이겠지 이해가 된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시절 겪어봐서 아는데
우리 며느리들 애기 가지게되면
왕후장상이 부럽지않게 해 주리라 결심했었는데
준원이 에미야말로 나와 14년을 한솥밥을 먹었으니
말하지 않아도 맛있는것 해 먹이고 사먹이고 ...
입덧이 유난하네 어쩌네...
내 기억으론 그런말 입 밖에 낸 적이 없는것 같다.
지금 유리에미가 한창 애기때문에
입덧으로 고생을 하고있으니
내 젊은시절 아이들 삼남매 가졌을때
입덧 때문에 당한 서럽고 눈물나던 옛기억이
이렇게 웃음으로 회상할수있으니
사람의 팔자는 시간문제라더니...
내 경우에 꼭 맞는 속담이 아닐까?
유리 에미야...뭐던지 먹고싶은것 참지말고
나한테 연락하면 뭣이던 다 보내주마
그저...마음껏먹고
건강 잘 유지하여 순산하기만 기도한다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신혼생활1. (0) | 2015.07.23 |
---|---|
1.결혼행진곡 1965년 1월 16일 (0) | 2015.07.23 |
가락국수 (0) | 2013.04.05 |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알고보니 내 새끼였네 (0) | 2011.01.10 |
솔방울 따던 어린시절의 추억 !!! (0) | 2010.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