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대중교통은...전철을 타건 버스를 타건
장애자나 임산부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통칭 경로우대석이란 자리가 존재합니다.
어떻게 보면 나도 이젠 65세를 넘었으니
경로우대의 혜택을 받을수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어느때는 지하철의 경로우대석의 빈 자리에 앉으면
옆자리의 할부지 할머니들의 곱지않은 눈총을 받아야 했답니다.
속에서 부터 나오는 흰머리카락은
고기능성을 자랑하는 염색약으로 카바했고
주름살 없는 얼굴은 다른사람보다 조금 더 젊어보인다는 ...
단지 그 이유때문에.
젊은것이 감히 경로우대석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니?
그런 불편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처다볼때는
참 얼굴이 뜨거워질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나이도 나이지만 나는 엄연히 디스크 중증환자이니
장애자라고 까지는 못하지만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아파 쩔쩔매는..
어쨌던 몸이 불편한 환자임에 틀림없지만
피둥피둥한 내 얼굴을 쳐다보면 누가 환자라고 믿겠는가
거짓말 조금 보태면 50대로밖에 안보이는데...(소피아생각)
요즘 뜻한바 있어 머리를 염색하지않고
자연 그대로 반백의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며 나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접을 받는게 바로 어르신대접입니다.
나도 친정 엄마를 닮아서인지 40 초반부터 흰머리가 하나둘 나더니
어느때 부터인지 흰 머리카락이 절반넘어 차지하자
눈에 거슬린다고 염색을해 온것이 어느덧 25년...
환갑 진갑이 지나도록 각가지 좋다는 염색약으로 열심히도 염색을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백발이 섞인 자연스런 헤어스타일이 멋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백발로 길어지는 기간 까지가 참을수없는 고통이 될줄을 ...
25년이 넘는 오랜세월 동안 염색약 때문에 지쳐버린 내 머리카락은
가늘고 힘 없어 늘어지는데다
빛바랜 염색약 때문에 내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 볼썽 사나운 꼴로 변해가는 겁니다.
하지만...한번 마음 먹었으니 끝까지 한번 버텨보자..
참다 참다 안되면 ...
그때는 다시 염색을 하면 한시간이면 검은머리로 되돌아갈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한번 죽기살기로 버텨보는거야
은발이 얼마나 멋진지 나도 한번 시도는해 봐야지 않겠어?
내게 최면을 걸어가며....
그동안 하루에도 수십번 조석지변으로 변화되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무려 7개월을 안깐힘을 쓰며 버텨온끝에...
드디어...
귀국하자말자 마지막 남아있던 염색머리를 잘라내고나니
그토록 갈망하던 반백의 멋있는 헤어스타일을 갖게되었답니다.
그 첫번째로 초등학교동문회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녀왔었고
귀국하고 처음으로 지난 일요미사를 갔을때도 성가대 아우들이
물 들이지 않은 자연스런 백발이 너무 멋 있다고 추켜세우는 바람에
희희낙낙 염색 안하기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지는 거예요
이제는 버스를 타건 지하철을타건..
성큼 일어나자리를 내어주는 젊은이들 때문에 어찌나 미안한지...
괜찮다고 어깨를 내리 눌르면서 사양해도
아이구 할머니 여기 앉아가세요 저는 곧 내립니다 하면서...
그저께 월요일은 강남 면허시험장을 갔었답니다.
제가 집을 비운사이 딸의 운전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인거예요
4월 14일로 면허정지가 되어있고 올 8월 13일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경우 면허가 취소된다는
통지서를 받으니 어찌나 놀라고 마음이 급하던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면허시험장에 도착한것이 오후 4시 10분이었어요.
번호표를 봅으니 770번...
각 창구에는 670번대의 번호들이 돌아가며 불을 번쩍이는게
아무래도 한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오지싶었는데
얼핏보니 65세이상 어르신창구,,,라는 팻말이 보이는거예요.
안내에서 물어보니 2번창구가 어르신창구라고.....
염체불구 2번창구로 다가갔더니 창구직원이 어찌나 상냥스럽던지
내가 붙인 6000원짜리 스티커로는 안되고
16000원의 벌과금을 따로 은행납부한 영수증을 가지고 와야하는데
은행 마감시간이라 벌과금납부가 불가능할것 같다고
네거리 모퉁이에 은행이 두개 있으니
빨리 은행먼저 다녀오라고...
해서..미친듯이 달려가니 하나은행은 이미 문이 닫혀
자동화코너만 열려있어 돌아서는데
마침 은행여직원이 문을열고 나오는거예요
벌과금수납 고지서를 보이며
늦어서 미안한데 먼곳에서 왔으니 이것좀 처리해주면 안되냐니까
상냥하게 웃으면서 이미 수납이 끝났으니 내일오라고 하네...
아이구...집이 얼마나 먼데 다시오기 너무 힘이드니 좀 도와달라고 해도
막무가내 내빼버립니다
하하하 용무가 급했나???
하지만..출입문이 어디있는지 알았으니 염체불구...마구 두렸습니다.
두드려라...그러면 열리리라....
성경말씀과 마찬가지로 출입문이 활짝 열리고 에쁘장한 남자직원이 물었습니다.
무슨일로 그러시는지요? 은행마감 시간입니다...그러는거예요.
안을 얼핏 들여다보니 서너명의 고객들이 직원들과 마주앉아 있는게 보이는데....
이차저차해서 도움을 받으러왔다 이 벌과금을 받아주면 고맙겠다고 이야기를 하니
한 여직원이 할머니 이리 오세요 제가 처리해드릴께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시간이 늦지 않도록 오셔야합니다 그러는거예요.
돈받고 영수증에 도장찍는데 30초....
아마...제가 염색머리 였다면 업무 끝났다고 절대로 받아주지 않았을거란 생각에...
아이구...이거야 말로 은발머리 덕을 톡톡히 보고있네 싶어 웃음이 났습니다.
영수증을 들고가니 창구직원이 면허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얼른 내어주는거예요
아침부터 여기저기 볼일보러 다니느라 어찌나 피곤하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301 번 버스를 타고보니 학생들로 초만원이었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한 젊은이가 벌떡일어나 나를 자리에 끌어다 앉으라고 하네
내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건만 무늬만 백발인 내 헤어스타일 덕분에
오며 가며...지금 경로우대 덕을 이리도 톡톡히 보고있습니다
한술 더떠 어르신대접으로 관공서일도
초특급써비스를 받을줄이야 상상도 못했었지요.
이제 몇개월후엔 지하철도 공짜로 타게 생겼으니
나이 먹는게 그리 슬프지만은 않는것인가 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어느나라 선진국 못지않게
어린이와 노인들이 대접받고 보호받는 사회복지가 뿌리내리는 나라
동방예의지국 이란말이 걸맞게
나약한 어린이와 힘없는 어르신들을 공경 할줄아는 효경정신이 계승되는 한
나이먹어 외롭고 쓸쓸한 ...
돌봐주는이 없어 서럽고 고달픈 노후가 아니라
즐겁고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수 있을것같아 마음 흐뭇합니다.
어르신여러분!!!
어버이날을 맞아..
늘 기쁘고 늘 즐겁게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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