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서 나고 자란 나는
결혼을 한 후론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가 볼 기회아 별로 없었어요.
이번에 귀국을 하니 고향 영주에서
초등학교 총동문 운동회을 연다는 소식과 함께
65세 이상인 동문들은 원로대접으로 회비없이
영주까지 왕복의 모든 경비가 무료라고...
여고 동창회에 가려던 저는
고향쪽으로 발걸음이 기울어 지더라구요
서울과 영주는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2시간 10분이면 갈수있다는데..
제게있어 영주는 갈수없는 나라처럼 멀기만한 곳이 었어요.
차라리 미국땅이 마음먹기가 훨씬수월 하다고나 할까?
저 처럼 남편을 홀로두고 몇달씩 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오면
하룻길도 마음을 먹고 떠나기가 왜 그리 눈치가 보이는지...
이번에야 말로 총동문회라니까
남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덤으로 하루밤 자고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영주에가면....
내가 태어났던 집도 찾아보고.
내가 결혼할때까지 살았던 정든 집도 찾아보고.
처녀시절 지엄하시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문밖 출입이 어려웠던지라...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
솟대가 하늘높이 솟아있고 긴 외나무다리가
물안개 속에 아련한 운취를 더 해주는
가까운 문수면의 "무섬"이라는 곳도 찾아보고..
마음속으로 작정을 하고 떠난
고향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그 옛날...코 흘리게시절...
무명수건 네모로 접에 명찰과 함께 가슴에달고
입학식이 끝나고도 몇달뒤
저는 중앙초등학교에 입학할수 있었어요
동네 소꼽친구들이 모두들 학교를가고
한살 어렸던저는 외톨이가 된지라
친구들은 학교에 다 갔는데 나만 왜 못가는냐고...
읍사무소에가서 몇날며칠 나딩군 덕분에
나이가 모자라니 몇달 다녀보다가 관 두겠지 하면서 써준
취학통지서를 받고 남 늦게 들어간 중앙초등학교..
그나마 가능했던것은 6.25 사변후
피난갔다가 늦게서야 고향에 돌아와
어리버리 시간을 놓쳐 취학 못한 학생들이 많았던 관계로
중간에 어정뜨기로 들어갔지 싶습니다.
어쨌던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 두살어렸지만...
그 시절 고등공민학교 출신 댕기머리 처자들과 한반이 되어
제일 나이 어린축에 들며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었죠
그런 초등학교를 60중반에 찾아가게 되다니..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었습니다.
어릴적 그 크던 학교는 ...
교사를 새로 신축하며 규모가 예전보다 커 졌다는데
왜그리 작고 협소하게 보이던지...
총동문 운동회라고 교정에 쳐 놓은 만국기를 보자
갑자기 초등학생이 되어버린듯 마음이 들 뜨더라구요
몇회 졸업생인지는 모르지만 단체로 체육복도 맟춰입고...
꽤 많은 동문들이 고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아이구...우리 후배들이 이리 많다니
정말 가슴 뿌듯한 동문 운동회 풍경이었습니다.
각 기별로 텐트를 마련해 놓고
모처럼 만난 동창들과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는 정겨운 모습들..
씩씩하고 늠름한 후배들이 기수를 섯고..
단상 아래는 엄청난 물량의 선물들이 즐비합니다.
고향지킴이...
오른쪽 남자친구가 고향 영주의 8회 동창 회장입니다.
가운데 친구...
영주에서 소문난 음식솜씨로
결혼하는 사람들의 이바지 음식은
이 친구의 손을거쳐 완성됩니다.
그리고 삼십여년을 불우이웃과 노인복지에 봉사하는
영주의 마당발 윤순자여사입니다.
이 친구와는 또 다른 사연이 있는게...
저도 모른던 사실을
이 친구의 입을 통해 우연히 알게된 사실은...
제가 울 남편 요한씨랑 결혼 하기전...
이 친구와 혼담이 있어 선을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
울 요한씨는 단산면 공의로 근무중이었고
막 제대를한 세째 시동생과 같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우리 시동생 이름까지 들먹여서 깜짝 놀랐는데다가
요한씨랑 선을 봤다니...
아이구...니가 하마터면 우리아이들 엄마가 될뻔했구나..하면서
내가 팔자가 사나워서 네가 타박놓은 자리를 내가 물려 받다니...
하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그후...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자
울 딸래미 제발 엄마친구 사진좀 찍어 오라고...
까딱 잘못했다간
지 엄마가 될뻔한 아줌마가 너무 궁금하다고...
그래서 이번에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며
친구한테 허락을 받고 사진 한장을 찍어 왔답니다 하하하
어때요?
빨간 자켓이 잘 어울리는 우리 친구 윤순자 여사님!!!
저보다 훨씬 너그럽고 푸근하게 보이시죠?
역시...명주 고르다 삼베 고른다는 속담이 맞긴 하나봐요.
울 요한씨 48번째 선본 여자가 바로 소피아라니..
바로 그 명주가 아닌 삼베가 저라는 말이지요.
가운데 두명은 자랑스런 고향지킴이
양쪽 옆으로는 서울서 내려온 멋장이 친구들...
저는 찍사 하느라고 제 줄무늬 베낭이
제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옛날 어릴적엔
운동회날 펄럭이는 만국기만 보아도 가슴이 울렁거렸었는데...
줄지어 선 후배 아우들을 보는 마음이 너무 즐겁네요
1회에서 8회 졸업생까지는...
경로우대 차원에서 하기쉬운 투호놀이를 하게되었어요.
보기엔 쉬워도 화살통을 비껴나는 화살...
이제는 중심잡기도 힘이드는지
과녁을 비껴가는 화살이 원망스럽네요.
3회 졸업생 선배님들의 투호놀이 입니다
8회 졸업생
평균나이 67세
우리는 우리보다 7살 많은
댕기머리 처자들과 같이 공부하고 졸업 했더랬어요.
박영자여사님의 투호놀이..
이 친구는 안산에서 새벽에 나선것이
잠실 정신여고 앞까지 오는데 두시간을 허비했다고...
언제봐도 신나는 줄 당기기...
젊은 후배들은 기수에 맞춰
이런 줄당기기를 몇번이나 연출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그냥 늙다리 취급으로 떡이나 먹고
후배들 구경이나 하는걸로 만족해야 했어요.
영차 영차...
보기만 해도 신나는 줄당기기입니다.
이곳 영주도
동문회에 맟춰 선거운동이 한창이었어요.
이 학교 후배는 물론이고
사람이 운집한곳엔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줄줄이 인사차 총동원되어 나섰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소리높여 "위하여"도 외치고
줄당기기 끝난 후배들은 점심 식사 담당앞에 줄을 서고...
학교 운동장엔 이렇게 이쁜 주머니꽃도 피어있고...
하하하 이게 주머니꽃인지 사실 이름도 몰라요.
young님의 야샹화 블로그에서도 보았고
네이퍼빌에서도 본적있는 꽃이긴 한데..
이곳에서 또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가운거 있죠
모처럼...
조용하던 옛초등학교는 총동문들의 운동회로 활기를 띠고
화기애애 다정한 친구들과의 정담이 웃음꽃을 피우는..
즐거운 추억만들기 동문 운동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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