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독실한 불교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친정 아버지를 위시하여 모든 가족들이 하루 일과를 염불로 시작해서 염불로 끝나는...
제 어렸을적 사랑방엔 석가여래 부처님과 문수보살 부처님을 집에다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공양을 바치던 친정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98세 천수를 다 하고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역시 하루 2번 시간맞춰서 염불을 하시는데
그렇게 지극정성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부모님 밑에서 출가외인이니 이젠 내맘대로다~~~ 이런 생각은 가져본적 없지만
아이구 어쩌다 저는 이렇게 천주교 신자가 되었으니...
친정아버지가 아시면 불호령이 떨어졌을꺼예요
저희 아버지는 불심이 깊어 지금도 고찰로 명성이 자자한
조계종 ...영주시 이산면 흑석사의 경내부지 몇천평을 희사하셨고 몇년에 걸처
경내 텃밭과 산에다 밤나무 배나무 사과나무를 내땅처럼 귀하게 여겨 심고 가꾸시고
쓰러져가는 법당과 산신각등을 중건하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여 지으셨는데
낙성식을 앞두고 낙뢰를 맞아 거의 완공되어가던 건물이 소실되고
그후 다시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네요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생시절엔 단체로 흑석사로 소풍을 가게되면
주지스님께서 저를 그리 이쁘다고 반겨맞아 쓰다듬어 주시고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을 뒤로하고 따뜻한 흰쌀밥 새로지어 상도 차려 주시고
복숭아며 포도를 한 아름씩 따서 안겨주셔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제가 결혼하고 서울살림을 하면서
친정 어머니가 소개해 주시는 약수동에 자리한 절에 다니게 되었는데
한참 가난하여 입에 풀질하기도 어려운때에 정성으로 공양미를 마련하여 절을 찾으면
신도회장이란 분이 뜨억한 눈으로 쳐다보며 한참 뒤 구석자리 가서 앉으라고....
초파일에 소원비는 연등을 달때도 공양 많이 바치는 사람의 순서대로 달아주니
어쩌다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제 연등이 걸린곳은 제일 뒤 구석진 곳이라 눈에 뜨이지도 않고....
나 참...제가 설흔도 안되어 나이가 어렸다 쳐도
어려서 부터 일하는 아줌마 등에 엎혀 사찰 밥으로 눈치가 자란 사람인데...
아이구 이건 가난하다고 사람 무시하는구나 하는 서운한 생각에
초하루 보름 찾아가던 절에 발걸음을 딱 끊어버렸어요
그후...인품이 후덕하신 주지스님께서 몇 차례나 방문을 하시고 달래고 하였지만...
부자가 되어 쌀 한가마니씩 공양올리기 전엔 절대로 절 에 가지 않겠다고...
아이고...지금 생각하니 완전 새파란 풋내나는 새색씨가 배짱한번 오지게 팅겼네요
아마 그 주지스님 저를 아주 보통내기 아니라고 혀를 내 둘렀지 싶습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나 같은반의 학부형의 안내로 성당을 나가게 되었는데
성당 마당에 다소곳이 서있는 흰옷입은 성모마리아가 너무나 아름다운거예요
맞아 바로 이거야...
나는 성모마리아 같은 어머니가 될꺼야!!!
이러면서 부지런히 교리공부를 하고 꿈에도 그리던 영세를 받는것이
어연 30여년이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네요
연등을 달기만 하면되었지 구석에 달면 어떻고 가운데 달면 뭐가 달라진다고...
여하튼 나이가 어리니 속은 좁아터져 가지고,,,,생각할수록 웃음이 납니다.
성당을 다니면서도 오직 한길
성가대 입단한 후론 다른곳을 돌아볼줄 모르고 지나온것이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저는 누가 대모 서달라고 하면 기절하고 도망가 버립니다
제몸 하나도 건사할줄 모르는데 대모까지 선다면...아이구 그 기도를 언제 다해주냐 싶어서 ...
무조건 대모 같은건 생각해 본적도 없다고 야멸차게 거절한것이 몇번이나 되었는데...
아이구... 대모 서는것도 사주팔자에 있어야 인연이 되고 임자가 따로 있나봅니다
제가 올 7월 말 귀국해서 주일미사를 가던중 한동네에서 20여년을 이웃으로 지내던
우리동네 통장님이며 14지구 재개발 총무직을 맡고 계시는
봉윤덕님을 성당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거예요
어떻게 된거냐니까 옆에 계시던 이웃분이 설명하기를
봉총무님 스스로 성당을 찾아와서 지금 교리를 받고있으시다고...
부인은 안오고 혼자서 교리 받느냐니까 오늘만 같이 못왔다고해서 어찌나 반갑던지
너무 반갑고 너무 잘되었다고 나중에 총무님부인 제가 대모 서줄께요...
이렇게....제 스스로 대모 서주겠노라고 애원하는 돌발 상태까지 .......
두고 두고 생각할수록 구의원도 나오시고 청운의 뜻을 가슴속에 품고 계시는데
나는 남편도 냉담중이라 부부가 대모를 서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대모를 서기는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 인품이 훌륭하고 적극적으로 뒤를 받쳐 줄수있는
신심깊고 힘있는 분으로 소개를 해 준다니까 굳이 제가 대모를 서주면 좋겠다고 하여서...
아이구..어쩌면 이런 인연이 다 있을까 싶네요
이웃에 살면서 이상한 짓이나 눈에 벗어나는 행동 한 적은 없었나 생각해 보게되고...
남의 모범은 못될지라도 거슬리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
다른 사람 핑요없고 꼭 저를보고 대모 서 달라고 하니
갑자기 그 순간부터 마구 부끄러워 지더라구요
그러니...사람은 내일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죄 짖지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지난 한달동안 토요일 마다 대부 대모들도 교리에 참석을 하고
대자녀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신부님께 설명도 듣고 정말 좋은 경험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12월 13일 30여명의 예비자들의 영세식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되었죠
아이구...기도라면 십리는 도망가고
성당일이라면 소 닭 보듯하는 소피아도 이제 대녀가 생겼으니 책임이 막중입니다
처음 맞이하는 대녀라고 이쁜 장미꽃다발도 만들고
하이얀 미사보도 이쁜걸로 하나사고...
밤 새워 비누만들어 케이스에 이쁘게 담고
쬐끄만 구리무통에 진주세럼도 만들어 담고....
십자고상과 묵주반지 하나를 지난주에 미리 방사 받아서 선물로 주었더니
얼마나 기뻐하는지....
저도 영세식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이구 하느님이 이 못난 소피아에게 이렇게 멋있고 착한 딸을 보내주셨구나 하구요
이제 대모가 되었으니 어머니 노릇을 잘해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구 하느님 소피아를 도와주소서 하는 기도밖에 안나옵니다
성모님 바로 앞에 자리한 봉윤덕 미카엘씨!!!
소피아의 대녀.. 뒷줄 오른쪽 두번째 파란색 상의의 김옥자 미카엘라!!!
기쁨에 겨운 영세자들의 기념촬영입니다.
영세식이라고...대모 선다고 ...
모처럼 정장차림한 소피아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장 차려입고 빼딱구두신고 핸드바꾸들고...
이 모든것들이 거추장스러워
저는 언제나 세미 케주얼에 베낭 짊어지고 다니는데...
오늘만은 대모 체면이 있지 날라리 사촌같이 행동했다간 울 대녀 실망할까봐서리
간만에 화사한 빨강 원피스 입어 봤습니다.
역시 ..컬러풀한것이 훨씬 귀여워 보인다는거...hahaha
우리 봉윤덕 미카엘씨는
장안에 이름을 드높이 떨치던 금호동의 명물 은성보쌈의 회장님
문승록 고스마님의 31번째 대자가 되었답니다.
대자 대녀 대부모 관계를 떠나 우리 모두는 이웃사촌들이었으며
형제자매로 살아온 30년 지기들이지요.
제게도 하느님께서 맏겨주신 귀한 대녀가 생겼으니 저의 부족함을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고
신심깊고 남의 이목을 거스르지 않고 모범적인 생활을 할수있도록 우리 주님께 도움을 청하며
하느님 자녀로 새삶을 시작하는 봉윤덕미카엘과 김옥자 미카엘라 가정을 어여삐보시고
우리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간구하나이다 .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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