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일..
예년과는 달리 아직도 시카고는 포근하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마치 아지랑이라도 일듯 눈앞에 아롱거립니다 녜...공기가 어찌나 맑고 햇살이 얼마나 포근한지... 꼭 금방딴 목화솜을 넣어 방금 꿰메논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는 한자락의 비단 이불을 덮고 있는 느낌 같아요
(제 부족한 표현력이 한계에 도달 했음을 안타까워 하며...^^)
사랑하는 여러분 그동안 안녕 하셨어요? 모두들 가내가 두루 평안 하시고 건강들 하신지요? 저 소피아는 시카고에서..벌써 두달째를 맞게 되는군요 참 ,,지내다 보면 무슨 일은 없겠습니까 만.... 어제...그제... 양 이틀간은 연짱으로 쇼크먹느라고 제 정신이 아니였답니다.
사실 저도 어쩌다 보니 한일은 하나도 없이 염치 없게도 나이만 먹어서... 어제가 바로 제 생일이 었어요 제가 남편 복이라도 제대로 타고 났다면... 4대 일간지에 다가... 경 축!!! 장 소피아 탄생 60주년!!!이라고 축하도 받을수 있었겠구만...... 제가 뭐 어디 한군데 잘난 구석 없이 그런 황당무계한 이벤트를 바란다면 .. 제가 어디 사람이 겠습니까? 다...타고난 복 대로 사람 살게 마련아니겠어요?
그리하야 마음을 비우고 서리...... 이곳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자녀들은 내가 말안하믄 모리겠제? 하믄서... 일단 코앞에 닥쳐온 생일도 나도 모른다 배째라!!!!그러고 숨기고 있었죠 녜 그런데 여기 시카고에 처음 도착했을때.. 책상용 카렌다엔 분명 10월 31일 어머님 생신 그렇게 쓰고 똥글뱅이 쳐져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부턴 그 10월 달력이 11월로 떡 하니 넘어가 있더라구요 제가 그래도 시어머니 심술이 쬐끔 있었던지 10월로 도로 넘겨놨는데... (왜그랬는지 나도 몰라요)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원상회복... 알았다 알았어 우리 며느리가 부담 느끼는구나...그렇게만 생각했죠
사실 우리 둘째놈이 지난 4월 2일에 결혼했어요 결혼하고도 이 못난 엄마가 뭐가 그리 좋다고 오시라..오시라..애원 하는걸 저도 값좀 올리느라고 못간다 안간다 마구 버팅겼죠 (올해 한국 나이로 38살 노총각 겨우 면했구만 아직도 제버릇 누구 못주고 눈만 마주치면 엄마!!엄마!!! 나원참 )
녜...요즘 신세대 며느리들 엄청 똑똑하고 엄청 당돌하고 할말 못할말 안가리고 다들 잘 합니다 (혹시 웅변 학원 같은 곳에서 단체로 배운건아니겠지요?) 거기다 한술 더떠서 우리 며느리 올해 방년 26세 띠동갑내기... 제가 괜히 눈치밥 먹으려고 작정 하지 않은 이상 절대로 안오죠 지들이 모셔오기전엔...
녜....우리 아들 며느리 기어코 제발로 이땅에 오게 하려고 히든카드 꺼냈죠 우리 손녀딸 학교 라는 커다란 미끼로 ... 녜 ....어떤 말에도 꿈쩍 않던 제가 전화 받자 말자 그만 5일 만에 태산 같은 이민 가방 4개에 보따리 보따리 싸가지고 달려 왔다는거 아닙니까?
싱글 하우스라고 하지만. 둘이 사는곳에 두사람이 보태서 생활 하자니... 천하의 두려움 모르고 살아온 장 소피아도 아들 며느리 눈치가 보이는거예요 누가 눈치 보라고 교육 시킨것도 아니구만서두.... 녜...그리하여 생일 닥쳐와도 " 니들 제발 몰라라 " 속으로 그러면서도 왜 재켜진 달력을 그토록 되돌려 놨는지 참..... 시어머니 심술은 하늘에서 낸다더니만...
사실 29일 토요일에 한국 마켓에 가서 미역이라도 사올까 생각 했지만 에유 그게또 며느리 알면 또 그렇고,,, 에구 생일날 되면 사돈내외분이랑 모시고 어디 근사한 레스토랑 가서 저녁 한끼 떼우자 일케 맘먹었죠 그러고 나니 큰며느리랑 뉴욕의 딸 아이가 걱정이 되더라구요 괜히 동서한테...새언니 한테... 엄마 생신인데 뭐시가 어쩌구 저쩌구 그러면 얼마나 새아기가 골치 아프겠어요? 그냥 생일도 아니구 환갑인데 (부끄...*^^*)
에고 오밤중에 일어나 애들 한테다 메일을 날졌죠 내 생일 여기선 입밖에 내지도 말그라 애미는 귀국 하면 우리 친구들 +성당 성가대원들을 총 동원하야 한자리 거창하게 마련해서 먹고 마시고 두들기고 놀테니까 모쪼록 입다물고 있어주는게 효도 하는것이니 명심.또 명심 하거라 하구요
헌데 메일을 받고도 묵.묵.부.답. 답답 하지만 이틀만 무사히 잘 지내면 집안이 다 편할꺼다 그러고 있었네요
녜...그러자 30일 일요일 이었네요 저는 안사돈댁과 일요일에 만나서 31일 월요에 할로윈 데이에 입을 아이들 옷을 사러 가기로 약속을 했기에 아침 9시에 만나서 마법사 옷 입기를 원하는 유나와 사랑이를 데리고 사돈댁 내외분과 쇼핑을 갔어요
*사랑이는 우리 새아기가 16살때 태어난 사돈처자 랍니다 이제 초등5학년이죠*
여기 ...저기...쇼핑센터를 두루 섭렵하고 ... 오다가 중국집에 가서 짬뽕에다 탕수육에다... 에고...새벽 아침에 사돈 내외분이랑 다니게 된다고 목욕제계까지 하느라고 부산을 떨었더니만... 점심을 먹자 말자 쏟아지는 눈꺼풀을 참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구요 녜...그렇지만 제가 어찌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을 사돈 내외분 앞에서 연출할수도 없고 참 죽을 힘 다해서 버텼습니다 녜.... 아침 9시에 만나 3시가 넘도록 이러구 다니자니 녜...엄청 엄청 피곤했죠 집에 빨리 가고 싶은맘은 일각이 여삼추 였지만... 제발이 제발 아닌이상 ... 녜...사돈댁차를 얻어 탓으니 마음은 꿀뚝 같았지만 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처분만 바라고... 진짜 차 없으면 이런꼴 예사보통입니다.
평소엔 안그러던 안사돈댁 한국마켓 가셔서 연근 두봉지 사더니만 ... 저보고 반찬좀 만들어 달라고 애원 하십니다. 바깥사돈 도시락 반찬 하는거 시범좀 보여 주시면 배우겠다고서리... 녜 우리는 손녀딸이랑 할수 없이 한배를 아니 한차를 탄 이상 .....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사돈댁으로 실려가서리... 연근 졸임 그거 디게 시간 오래잡아먹는 반찬 아닙니까? 또 어찌 어찌 물으시면 대답해 드릴랴...참 하루 왼종일사돈댁과 함께 보내다 오후 5시가 넘어 퇴근하고 이제사 집에 왔다는 새아기의 호출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한달음에 달려왔죠.
녜.. 저는 집에 들어서자 말자 기질 하는줄 알았습니다 집안은온통 맛있는 음식 냄새로 안개처럼 자욱한데 ... 온통 분홍 장미꽃으로 꾸며논 테이블이며 식탁이며.. 검정색 대리석 카운터 탑에 일렬로 늘어선 ... 우리 아들 ..시카고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NO1 메직쉐프가 온갖 정성으로 만든 멋들어진 요리하며 며느리가 저희 친정 어머니랑 짜고서 날 내보내 놓고 하루종일 있는솜씨 없는 솜씨 다 짜내서 만들어논 음식들이... 녜...바로 감동의 눈물이 폭포 처럼 ........ 녜...눈텡이가 밤텡이 된다는 간큰?새아기의 말에 울면서 웃으면서..
저 몰래 ..친정 식구들과 짜고써리... 친정 이모님들이랑 이종 사촌 오빠에다 둘때이모님의 조카며느리 까지... 녜...제가 전에 말씀 드렸죠? 사돈의 팔촌들 까지도 같이 어울린다고...
녜 참으로 행복하고 감동적이고 정겨운 생일..아닌 환갑이였어요 먹고 마시고 춤추고..그런 일상적인 것치레 환갑이 아닌 정성이 가득 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웃음이 가득하고 기쁨이 가득한 생일이었죠
그러고 월요일... 아침에 유나를 학교에 보내고 2시 에 애들을 데리고 와서 시카고 다운타운의 새아기 둘째이모님 댁으로 가서 할로윈 사탕을 얻으로 다니기로 약속을 하구선.. 우리집에도 코스트코에 가서 쵸콜렛 산더미 처럼 사다 놨지만 기어코 집집마다 사탕 얻으로 다닌다니 원 참... 이웃 아이들 논아줄 켄디봉투 만들어 놓고 새아기가 11시쯤 잠깐 볼일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구... 나는 사돈댁과 점심 같이 먹기로 하고 된장 찌게 할려는데 굳이 굳이 같이 가야 한다고... 해서 11시에 며느리랑 같이 공항 근처 제가 좋아하는 도넛도 사고 누구 만날 사람있어서 잠깐 공항에 들러도 되겠냐는 새아기를 따라 공항으로 갔네요 공항 주차장에 한참 기다리다 전화를 받고서는 사람잠깐 만난다며 약속 장소로 갔는데
세상에나.... 저는 처음엔 못알아 봤어요 거기에 우리 딸이 서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죠 쬐끄만 가방 하나 달랑 들고서 .... 우리 모녀는 영화 찍는 것도 아니건만 둘이서 얼싸안고 녜...감독도 없구만 진짜 리얼한 한편의 영화를 오헤아 공항에서 찍고 말았습니다. 개.봉.박.두. 기대하시라 녜...일케 되었답니다. 저는 추수감사절에 딸 내외가 오는걸로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우리딸 .. 아니 여러분들의 공동딸래미 서연준이는 하는일 없이 엄청 바쁘거든요 계속 계속 오디션 and연주에다...돈도 별로 안생기는것 같지만 어쨌던 열심히 열씸히 살아가는거 뻔히 아는데... 엄마 생신이라꼬... 두달 전 부터 인터넷으로 비행기 티켓 사놓고 이렇게 엄마한테 달려와 줬답니다.
제가 공식적인 대통령 영부인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우리 집안에선 황후 못지 않게 대접받고 산다는거 여러분들께서도 잊지말고 기억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때요?우리 아이들 너무 착하죠? 진짜 효도란게 어떤건지 보여 주는아이들입니다. 딸이 도착하고 오후에 서울에서 보낸 소포를 받았습니다. 유나 옷가지와 컴퓨터 그리고 제가 부탁한 행주 20장 ... 그리고 시어머니 선물로 까만 니트에 알알이 구슬을 박은 쇼올 그리고 생일 카드한장!!!
녜 제가 받은 생일카드. 진짜!!! 혼자 보기 아까워서 여러분들께 보내드립니다.
어머님! 생신을 축하드려요. 항상 저희들을 위해서 너무도 많은 애를 써주셔서 고맙고 죄송해요.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곁에 계셔주세요 사랑해요 어머님! 준원 유나 애미올림
녜...14년을 저와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살아온 제 큰며느리 베로니카입니다. 저는 이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는 이런 소중한 아들 며느리 딸과 사위 가 있다는게 정말로 자랑 스럽습니다. 이세상 모든 사람들에게...가족간에 갈등이 있다면 제가 가서 풀어 주고 싶어질 정도로..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어질고 착한 며느리들이 아직도 이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걸 여려분들께 보여주고 싶어 집니다.
이제 얼마후에 미국으로 들어오는 큰아들식구를 ... 이제 저도 서씨 가문에 시집 왔으니 ...집도크고 방도 많이 비어 있는데 .. 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큰집 식구들이랑 정들때 까지 한집에 같이 살면서 며느리 도리를 다하겠다고 다른곳에 집을 얻지 못하게 만류하는 작은 며느리를 보고 저는 또 엉뚱한 생각만 자꾸 하게됩니다. 하느님은 왜 저를 이렇게나 사랑하시는거죠? 제가 어디가 이쁘다고 이런 착한 며느리들을 set로 보내주시는가 하구요 정말 요즘 이런 며느리들 있음 나와보라그래!! 우리 며느리들이 최고예요 여러분 안그래요?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란거 저는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자랑할게 많은 자식들을 자랑 안하면 그 또한 바보 아니겠어요?
우리 아이들 자라는것 늘 지켜 봐 주시고 잘못될때 마다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고 염려와 격려 아끼지 않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의 효도를 할 수만 있으면 여러분 모두와 함께 나누어 받고 싶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 ... 여러분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과축복이 가득 하시기를 기원 하면서 시카고에서 소피아가 문안올립니다 만나 뵈올때 까지 건강하시며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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