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월
뉴욕에서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쌓이는게 스트레스다
딸이 모처럼 집에 있는 날은 앞으로의 설계 라던지
아니면 언제 무슨 오디션이 있다던지
아니면 연주회가 어디에서 언제 있다던지...등등등
얼굴을 모처럼 대하게 되면 할이야기가 넘 도 많다
어쩌다 연주가 있는 날이나 레슨날 이면
좋은 연주를 위해 집에서 대체로 대화를 삼가는 편이다
그러니 어쩌다 쉬는 날은 모녀가 그동안 묻어 두었던 이야길 하기 마련이다
그때...가장 훼방꾼은 바로 유나다
자기랑 이야기 하지 않으면 금방 삐쳐버리고 제 고모랑 이야기 할라치면
온갖 방해공작으로 이야기를 중단 시켜 버린다.
어떨땐 화가나서 고모랑 얘기좀 하는데 좀 조용히 못하냐고 야단을 칠경우가 있다
그러면 유나는 금방 샐쪽 해가지고선
"난 할머니랑 안살러 [안살어] 나는 우리 엄마랑 살꺼야" 한다
이럴땐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나는 할머니 체면이고 뭐고 없다
온갖정성 다드려 만지면 터질까 불면 날까 이건 공주가 따로 없고 선녀가 따로 엄따..
일천정성을 쏟아가며 뒷바침하는 내게
" 할머니랑 안살러" 는 내겐 바로 쥐약이고 사형선고다
나는 안살러 라는 소리만 들으면 본정신이 천리 만리 달아나 버리고
나도 그땐 유나랑 같은 수준이 되어 막 붙어 싸우게 된다
이게 한번 두번이면 또 참을만 하다
요게 내 약점인걸 잘아는 유나는
걸핏하면 편 가르기로 나를 팽팽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 좋아 나도 유나랑 안살러 그러니 너는 니 엄마랑 잘 살아봐.."
"그럼 내가 안살러 주는데 할머닌 누구하고 살래?"
"나? 나는 걱정을 마슈 나는 고모하고 살꺼니까?"
"흥 고모는 나하고 산다 그랬어 그럼 할머닌 또 누구하고 살래?"
"그래 ? 그럼 넌 고모랑 니 엄마랑 같이살아라 난 준원이 하고 같이 살지"
"준원인 내 오빠야 그러니까 준원이도 나랑 살꺼야.."
"흥 그럼 할머닌 누구하고 살래 ?
거봐 다 나랑 살고 할머닌 살아줄 사람 어딧써?"
"요놈 가시나 그럼 나는 할아버지하고 산다 왜?
"흥 할아버지는 내 할아버지니까 나랑 같이 산다그랬어 할머니랑 안살러"
"그래? 그럼 할머닌 니 애비하고 살고...음 또 그럼 우리 성당 아줌마들 하고 살지뭐
그러니까 유나가 할머니랑 안살라줘도 좋아 나도 얼마던지 살아줄 사람 무지 많~~어.."
그럼면 내 눈치를 살금살금 살피면서..
"그래 ? 그럼 성당 아줌마랑 우리 아빠랑 살어 나머진 다~~~~~나랑 살꺼야..."
에고 요노무 벼락 방망이 같은놈의 가시나...
아주 할머닌 누구하고 살래? 할때의 표정 촬영좀 해놓고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 하는건데...
어쩌다 유나가 부탁하는것 안들어줄 경우가 있다
금방 라면 한그릇 다먹고 또 더 달라거나 아이스크림이나 그런것 욕심내서
막무가내로 달라고 할때 는 이핑계 저핑계로 안들어 준다
"유나야 너 자꾸 많이 먹어서 뚱뚱해 지면 나중에 학교가지?
그러면 친구들이 돼지 볶음밥이라고 놀리면 어쩔려구 그래? 조금만 참자?
엄마랑 아빠가 너 미국에서 준원이 오빠처럼 살찌면 안된다고 할머니한테 부탁했거든? "
"흥 좋아 ! 난 할머니하고 안살거야 난 할머니 실러!
내가 해달라는것 하나도 안해주니까 실러 "
[실러=싫어]
"뭐 할머니 실러? 좋아 나도 유나 실러 "
"그럼 내가 할머니 하고 안살라 주면 할머닌 누구하고 살래? "
"또 시작이다 또 시작 이노무 가시나"
"가시나 아니야 나는 프린세스 씨스털 굳걸이야 그리고 프린세스 뷰리뻐 에인젤이야"
"프린세스 좋아하네 니가 무슨 프린세스야 ?"
"흥 고모도 나를 프린세스 씨스털이라고 부른다 왜? 그러니까 프린세스지"
"좋아 나도 너하고 안살테니까 나중에 나하고 살자고 하지마 알았지 프린세스 씨스털?"
"흥 고모도 나하고 살고
할아버지 엄마 오빠
성당에 마르시아 이모 다~~~~~~~~~~나랑 같이 살꺼야
흥! 그럼 할머닌 아무도 없잔아 누가있어 ?
할머니랑 살라줄 사람 하나도 없지?"
"흥? 아주 웃겨 이노무 프린세스 에인젤
왜 할머니랑 살사람이 없겠써?
"할머니랑 같이 자전거 타는 아줌마도 있고 아저씨도 있고 그사람들 하고 살지
그리고 또 성당에 아저씨들은 얼마나 많게 전부다~~~~~~~~~~~~
나도 그 사람들하고 살꺼다 왜??"
그꼴을 보고 우리딸은 네 방구석을 데굴 데굴 굴러다닌다 .
켁켁 거리면서 눈물을 흘려 가면서 너무 너무 너무 웃긴다고...
제발 좀 그만 하라고 애원이다
어쩌면 네살짜리가 저렇게 말도 잘하고
거기다 할머니편을 어떻게 저리 잘알고
지편으로 다 끌고 가버리냐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야 ~~~~~우리유나 엉청 엉청 똑똑하다 " [엉청=엄청]유나표현
"우와~~~~~~~이제 보니 우리 유나 진짜 진짜 프린세스 굳걸인걸?"
"아냐 뷰~~~~~~리뻐 에인절이야 "
"마자 마자 그렇고 말고 이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비유~~~리뻐 에인절 이지 그치잉??????"
헤헤헤
"나는 아이 러브 유 그렘마 NO야 "
"좋아 이눔의 가시나 ...나도 아이 러브 유 유나 NO 다."
그러고도 밤에 자리를 펴면 할머니 품에 바싹 매달려
"아이러브 유 그램마 "를 외쳐대는 우리 이쁜이 프린세스 씨스털
잠든 모습을 보면 길고긴 속 눈섭이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꿈속에서 또 얼마나
" 할머니는 누구하고 살래? "를 외칠까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우리 이쁜이 유나야 아까는 할머니가 진짜 미안했어
할머닌 우리 유나 엉청엉청 사랑해 알았지???
네가 실러서 그런거 아니고 너무 너무 예뻐서 그런거야 너도 알지 그치?
잠든 유나 볼에 가만히 뽀뽀를해준다
에구 불쌍한것 에미 애비 떨어져서 얼마나 보고 싶을까
아마 내일 아침이면 또 무슨 변덕을 부리면서
"할머닌 누구하고 살래?" 를 외칠까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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