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노랑 병아리 같은 우리 준원이가 학교에 들어 간지도 벌써 5개월
그사이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우리 식구들을 희비에 엇갈리게 했는지 모른다.
덩치만 컷지 솜털이 보송송한 병아리 같이 어린것이
새벽 7시면 일어나 학교갈 준비 해야하고 우리은행 앞까지
콧등에 땀방울이 대롱대롱 맺히도록 종종 걸음을 쳐야 그나마 겨우 스쿨버스를 탈수있고
수 많은 날들을 연 노랑색의 계성학교 스쿨버스에 실려가고 또 실려오고..
처음 입학 했을때는 우리 준원이는 담임 선생님의 애물단지 였던 것이 분명하다
준원이가 입학 시기에 맞춰 귀국을 한 까닭에 시차에 적응을 못해서 인지
학교에 가면 언제나 교실에서 졸고 있었다니...
초등학교 교사 십년에 중 고등학생이 아침부터 교실에서 엎어져 잔다는 이야긴 들었어도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엎드려 잔다는건 처음있는 일이라고 짜 하게 소문이 났었지만...
등잔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정작 당 사자인 준원이네 식구 즉 우리 식구만 모르고 있었다니
새학기 학부형 회의를 통해 알게된 같은반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식구들은 기겁을 할 수밖에....
거기다가 참다못한 선생님이 우리 준원이를 꿇어 앉는 벌을 세우셨다질 않나?
원 .. 수녀님이 담임이 셨는데 우짤꼬? 우리 준원이가 벌을 다 섯다니????
가슴이 서늘해 지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식구들은 들어 누워 앓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준원이가 한편으론 어찌나 대견스러운지..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우정도 다지고 선생님 말씀대로 착하고 바른생활을 하려고
애 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 준원이가 자랑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나름 대로 학교 생활에 충실한 준원이 에게는 또 한가지의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받아쓰기 라는 시험 공포증이 었으니.....
받아쓰기는 준원이 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식구들에겐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첫돌 지나고부터 이태리에 유학하고 있는 고모와 시카고에서 공부 하고 있는 삼촌집을
일년이면 6개월씩 이 할머니의 등에 엎혀서 오락 가락 하는 바람에...
그리고 4살부터 어린이 집이랑 유치원을 줄기차게 다녔지만
한글 배울 때 쯤 이면 밀라노에 1.2.3. 산수 배울 때 쯤 이면 시카고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유년시절을 보낸 준원 이는
ㄱ.ㄴ.ㄷ.ㄹ을 몰라도 즐거웠고 하나 둘 셋 넷 다섯까지만 알면 만사가 끝이었다
그래도 9.11 나던 해
마침 삼촌 집에 다니러 갔던 준원 이는 여행자도 공립학교 갈수 있어서
7살이던 준원이는 삼촌이 사는 동네 나일스의 스티븐스 학교에 입학 할수 있었다
영어라고는 알파벳 한자도 몰랐었지만 입학 하기 하루전날 이 할머니가 식탁에 앉혀놓고
쓰다가 읽어주다가 노래로 불러 주다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애쓴 덕분인지....
.어쨌던 하루만에 알파벳을 다 독파한 우리 자랑스런 준원이는
6개월 동안 스티븐스 학교 다니면서 어찌나 공부를 잘하던지
선생님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보다 다 우수한 머리를 가졌다고
한국에 데려가지 말라고 나에게 애원 까지 했더랬구만 ...
6개월인 체류기한을 엄수 하고 또 한국에서 신 학기에 학교에 보낼려고
델고 왔더니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집에서 익혀 오라는 숙제는
거창하기 짝이 없고 황당 그 자체였다
아직 .ㄱ.ㄴ.ㄷ.ㄹ.도 모르는 준원이 에게 내어준 숙제라는 것이
돛단배가 까딱까딱 떠내려갑니다.
햇볕이 쨍쨍 내려 쬡니다.
풀밭에 베짱이가 앉아있습니다.
메뚜기가 팔딱팔딱 뛰어 오릅니다.
오리가 꽥꽥 울어 댑니다.
주로 이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쌍받침의 어려운 낱말을 이미 입학도 하기전에 과제물 이라고
내어주고는 학교 입학 전에 외워서 써가지고 오라는데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렇게 쉬운 우리 말 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었던가?
나는 한글은 당연히 학교에서
ㄱ.ㄴ.ㄷ.ㄹ.그리고 ㅏ.ㅑ.ㅓ.ㅕ.이런것 부터 가르키고 배우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입학해서 교장 선생님께 들어본 이야기는 모든 취학연령의 어린이들이
이미 유치원에서 모든 한글을 떼고 오기 때문에 별도로 학교에서
가.나.다.라.는 가르키지 않는다고 하셨다네?
우째 이런일이?
나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 이었다
아니 병아리 같은 어린것이 기초도 모르는데 무슨 받아쓰기?
알파벳과 달라서 한글은 받침까지 있으니 준원이는 당연히 이해 불가임을 어쩌랴?
기초는 가르키지도 않고 이렇게 어려운 낱말을 어떻게 외워서 쓰라는것인지?
학기초에 있던 받아 쓰기에서 20점이란 기록을 세운 준원이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시무룩 한것이 보기에 얼마나 처량 맞은지 .
그꼴을 본 우리 식구 모두는 줄초상을 만난 듯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일을 우짜면 좋을꼬?
아무리 생각해도 신통한 해답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그눔의 받아쓰기 사건 때문에 내가 얼마나 큰 곤경에 처했었던가?
그후론 ...에미가 준원이를 끼고 공부를 가르킬라 치면
나는 중 죄인 처럼 안방 구석에 쳐박혀 고개도 못 내밀 지경이다
아...내가 왜 준원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다녔던가 ?
아니 그것도 그래..내가 내맘대로 손주를 델고 다녔냐구?
다들 혼자 다니지 말고 손주도 데리고 다니라고 해서 합의 하에 여행을 다녔것만
지금에 돌아오는 눈총은 그것이 아닌 게비여?
뒷통수에 박히는 눈총의 따가움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정말 후회가 막급 이었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 일진데...
그리고...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받아쓰기 시험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순간부터 내 심장은 있는 대로 쪼그라들고 며느리 눈치 살피기에 급급해 지는
처량한 신세라니 이건 누구에게 하소연 할 문제가 아니었다.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그렇다
처음엔 공부를 주로 주방 식탁에서부터 시작했다
애미도 부엌일을 하면서 준원이 에게 이것 저것 불러주고
제대로 썩 잘하는 눈치가 보이면 하하 호호 하면서 엉덩이를 흔들어 가며
신바람이 나서 일을 병행 한다
그러나...공부란 늘 잘 할수만은 없는법
어쩌다 받아 쓰기 에서 한 두개 를 실수를 하면 애미는 나를 흘끌 흘끔 쳐다보다가
제 성질에 못이겨 준원이를 앞장 세우고 내 시선이 머물지 않는
구석탱이 공부방으로 델고 간다.
고개를 틀어박고 앞장서는 준원이를 보면 왠지 나는 자꾸만 눈물부터 나는것이.....
그다음 부터는 안봐도 표준전과다.
문제 불러주는 에미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올라갈수록
준원이의 울음 섞인 기어 들어가는소리...
그꼴을 보고 참고 있자면..600만불의 원더우먼도 아니요 소머즈도 아닌 나는
쿵쾅 쿵쾅 준원이의 심장뛰는 소리와 함께 내 심장 뛰는 소리까지 메들리로 들려온다
이런걸 가지고 환청 이라고 했던가?
어쨌던 준원이의 오그라진 심장이 놀라서 요동치는 모습까지 들여다 본것 처럼
눈에 선하게 환상의 경지까지 가고 만다.
아니 어린것이 뭐를 안다고 ?
아니 지는 학교 다닐 때 일등만 했나?
애들이니까 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일등 하는 아이가 있으면 꼴등 하는 아이도 있지
아니 한반에 35명이라며?
그럼 차례대로 등수가 있을 텐데 쟤는 왜 저리 애를 가지고 볶아먹고 있는거야 정말 ...
나는 궁시렁 거리며 거실이며 안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어머니가 아직도 문밖에 건제하고 있음을 시위 해보지만
닫힌 문이 열리기 전에는 방문만 쏘아볼수 밖에...
그렇다고 무식하게 스리 방문을 열어 제키고 며느리를 야단 칠수도 없고 ...
지 자식 공부 가르키는데 훼방 놓을 수는 더 더욱 없고 .
.나는 문밖에서 몸이 달아 까물어 칠 지경에 까지 빠지고 만다.
내가 이것들 하고 같이 사는게 아니여..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이런 꼴을 보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참아야 하나
부들 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할수 없을 때 쯤이면...
벼락치는 소리로 준원이가 이 할머니를 불러 제킨다.
"할머니~~엄마좀봐~~~내 귀에다 대고 소리질러~~~" 하고
그러면 옳타꾸나 때는 바야흐로 이때로구나 하고
방 문을 화닥닥 열어부치며 며느리 에게 호통을 친다
"아니 너 지금 애 공부 가르키는거냐?
보자 보자 하니까 해도 너무 하는구나 엉?
아니..지금 너 애 귀 먹어리 만들 작정이냐? 뭐 하는거야 도대체 엉?
공부를 가르킬라면 조용조용 애가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주던가... "
"아니 그게 아니구요..
이거 다 배운건데 얘가 너무 모르니까 그만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애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면 모르는것 알게 되는거야? 엉?
너도 준원이 같은 어린 시절 지내봐서 알잖어?
야단쳐서 될 일이 아니고 모르면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던가
미리 어려운 낱말을 골라서 한 열 번 정도 쓰게 하구선 다음에 엄마가 시험 볼 거니까
잊어 먹지 말라고 하던가.
너는 당근과 채찍 이란 말 알어 몰라?
무조건 소리만 질러서 애 기함하게 만들면 ...아는것도 잊어먹지 모르는것 알게될까?
그렇게 소리 소리 질러 대면 아는것도 겁이나서 어떻게 쓰겠어?
니가 지금 애 기 죽이는 거지 이게 무슨 공부 가르키는 거야 엉?엉?엉? "
나는 그만 분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며느리를 닦달하게 된다.
그러면 철없는 준원이는 내게다 얼굴을 들이밀며 고자질을 해댄다.
“할머니 엄마는 혼나야 해 내 이쪽 귀에 대고 소리를 꽥꽥 질렀거든
그래서 지금도 이쪽 귀 에선 소리가 한개도 안들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아니 애 귀에다 바짝 대고 소리 질르면....
지금 애 고막 터져서 생병신 만들려고 작정을 한거야 ? 너 어쩔려고 그러니 엉?
계모도 이렇게 못하는데 하물며 애미가 되가지구선 이게 무슨 짓이야 엉?“
“어머니 저도 얼마나 속이 타던지 그만 저도 몰래 그랬으니 용서 하세요
"준원이 너 이따가 봐 엉?“
“할머니 엄마 좀 보래 나보고 이따가 보제”
“보긴 뭘봐 ?”
“준원아 있지? 어이구 세상에 우리 착한 준원이....
우리 준원이 학교에서 선생님 한테 한번 배웠으면 머릿속에 잘 ~~입력해 놔야지 그치?
잊어먹고 있다가 맨날 받아쓰기 10 점이나 20점 받으면 엄마가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
그리고 같은반 친구들 중에 만약 20점을 받는다면 우리 준원이는 뭐라고 하겠어?“
“어...바보똥깨 라고 하겠지?”
“그래..맞어..너 바보똥깨 소리 듣기 싫지?”
“그럼 나 바보똥깨 아닌데 왜 그런 소리 들어 ?
"그러게 말이야 누가 우리 준원이 보고 만약 바보똥깨 라고 하면
할머니가 쫒아 가서 마구 두들겨 패 버릴겨 "
“할머니 이번에는 내가 그냥 깜빡해서 실수 한건데 엄마가
자꾸만 나보고 소리 질르구.못살게 하잔어”
“그렇고 말고 깜빡 실수 한걸 가지고 야단을 치는건 진짜로 말도 안돼
이렇게 씩씩하게 잘 생긴 준원이가 깜빡 잊어 먹고 받아 쓰기 20점 받으면
사실 쬐끔 챙피 스럽긴 하지만 안그래?
우리 준원인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또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미남이고
또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하실 때 한눈 팔지 않고 공부 배운것은
깜빡 안잊어 먹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서 일등으로 공부 잘하게 될텐데 그치?“
“엉 맞어 ”
“그래 그럼 약속. 할머니랑 손가락 걸고 또 도장도 찍었으니까 꼭 지키기야? 알았지?
자 ...이제부턴 받아쓰기 50점 이상은 받기야 알았지?“
“아니야 할머니 이제부터는 80점 받을 꺼야 "
"앗...갑자기 그렇게 많이 받으면 ..우리 식구들 .너무 좋아서 쓰러지지 않을까? "
"어...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다음엔 100점 받으면 되는거지 그치?”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야 우리 준원이 진짜 일등 하겠는걸?
자 약속 이번 시험에선 까짓거 10 점 깍아서 럭키세븐 으로 하면 안될까? “
“엉 좋아 좋아 나도 럭키 세븐 알거든? 이번엔 꼭 70점 받아올게 할머니 알았지?” ]
“봐라 에미야 얘가 70점 받아 온다고 약속 하잔어
너는 뭐가 그리 급하니?
나도 애들 삼남매 온갖 치마바람 다 날리면서 키워봤지만 자식은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야
먼 길은 질러 간다지만 공부는 쉬어 가면서 해야해
안그러면 니 성에 못이겨 앓아 눕는꼴 난다.
나도 다 당해본 나머지라 너를 이해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훨씬 편하다.
있지?
아무리 우리 준원이가 바보라고 치자 바보도 아니지만 예를 들어서 그렇다고 쳐도
아무리 돌대가리라도 6학년 졸업할 때 까진 받아쓰기 100점 맞을 거야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고 애 귀에다 대고 꽥꽥 소리 질르는거 좀 삼가 하그라 알았지?
"예 어머니 "
"그래 니가 지금 약속 했으니까 니말 믿는다.
너도 지금 내가 하는말 귀에 거슬리 겠지만 나도 인생을 사는데는 너보다 선배야
그러니 시어머니 억지쓴다 무식한 소리 한다 그러지 말고 애들 눈높이에서 조금만 애들 이해 해주자
너는 지금 준원이가 100점 못 받아서 마음 아프고 자존심 상 하겠지만...
준원이 자신은 얼마나 100점 받고 싶겠니?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랑도 하고 또 사랑도 받고 인정도 받고싶고...
하지만 그게 안되서 아직 방법을 몰라서 지금 겨우 20점 한번 받아 온걸 가지고
애를 볶아대고 다그치면 준원이는 얼마나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 하겠니?
너도 앞으로는 잘할수 있다고 너도 이거 몰라서 얼마나 속상했냐고..
이제 엄마가 알기쉽게 잘 가르켜 줄테니까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면 준원이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무조건 시자 들어간 것은 시금치도 안먹는 다는데
시어머니 소리도 들으면 약이 댈 때도 있는거야
앞으로는 우리 식구 모두가 합심해서 우리 집에 태어난 귀중한 준원이
바르고 정직하고 훌륭하게 키우자 알았지?
절대 소리 질러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알았지?
소리 질러서 애들이 잘 된다면야 내 목소리가 너 보다 크니까 내가 너 대신
잠 안자고 일년 삼백육십오일 소리 질러주마 어때? "
“예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 마음이 급 했나봐요
어머니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래 준원이는 네 아들이자 우리집 귀한 손주이니 우리 가 온갖 정성으로
보살피다 보면 좋은날이 올 거야 이제 일학년 시작이니 아직도 늦지 않았어
그런뜻에서 우리 식구 모두 화이팅 한번 할까?“
“그래 그래 할머니 화이팅 나도 하고 싶어 ”.
“그럼..다음번에 꼭 70점 받기 화이팅 !!!”
“아니야 할머니 70점 먼저 받고 다음번에 100점 받는것도 미리 화이팅 하자”
“그래 좋아 우리 손주 최고다 화이팅 !!!”
“서준원이 화이팅이다!!!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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