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4일
우리 유나는 생일이 1999년 2월 7일이다
그러니까 만으로는 네살이고 한국 나이로는 다섯살인 셈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유나는 나이에 관해서 욕심이 많다
누군가 유나보고 네살이나 다섯살을 거론했다간 울고 불고 나딩구는거는 예사 보통이고
생떼를 쓰는 통에 곤욕을 치르기가 십상이다
나이보다 키도 크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유나는 누구던지 보면 6살 정도로 착각할때가 많아서인지
누가 나이를 물을라치면 언제나 자기는 여섯살이고 언.니. 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지 오빠가 유나는 내동생...이라고 누구한테 소개 했다간 큰코 다친다
"나는 동생아니야 나는 언니야..."하면서 목에는 핏대를 새우고 거기다 눈에는 불까지 켠다.
우리식구는 유나의 행태를 익히 아는지라 누가 여섯살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억지러 시인을 해주곤한다 그럴랴치면 유나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고
무차별로 볼에다 이마에다 콧등에 까지 뽀뽀세례를 마구 마구 퍼부어댄다
"나는 언니지 할머니? "
"나는 네살 아니고 여섯살이지?" 하고 동의를 구하면
"그렇고 말고 우리유나는 여섯살이고 언니고 말고"
하고 맞장구를 쳐주곤 해야 그날 일진이 편해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이 안통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일 줄이야...
미국에 가서 시카고는 삼촌이 차를 가지고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어 그렇다 치고..
뉴욕의 제 고모는 사는곳이 뉴저지 포트리 인데다 학교는 맨하탄에 있으니
매일 집앞의 워싱턴브리지를 1불 50을 내고 버스를 타고 건너고 거기서 부턴
전철을 이용해서 학교로 가는것이다.
어쩌다 유나랑 내가 학교에 같이 가는날은 어쩔수없이
다리를 건너려면 타야하는 버스서 부터 문제였다
우리 세식구가 타면서 두사람의 요금만 내면
버스기사가 유나를 가르키면서 몇살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제고모가 포 라고 하면 우리 유나는 금방 알아듣고
"아니야 나는 여섯살이야" 를 연발하면서 손가락 여섯개를 펴들고 자랑을 해댄다
에고 낭패 ...하면서 고모가 사색이 되어가지고서
"쟤가 자기나이를 잘 몰라서 그렇지 네살이다 " 그러면 십중팔구 맥시칸인 아저씨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째려보는것이다
아니 코리안 들이 애기 나이를 속여서 승차비 안내려고 하는거 아닌가???하고
그눈치를 때려잡은 나는 얼른 여권을 펴서 들이민다
봐라 쟤 네살이다 여기 1999년 2월 7일 아닌감" 맞네요 싶어기사가 다시 유나를 쳐다보면
우리유나 아예 손가락 여섯개를 자랑스레 펴들고 앉아있는것이다.
기차를 탈때도 미리 고모가 네살이라고 할랴지면 영어도 기가 막히게 잘알아 듣는다
"고모는 왜글래 나는 여섯살인걸 몰라? 난 언니잖어" 라고 목에 힘을 줘가며 눈을 흘려댄다
"왜 글래는 뭐가 왜글래야 요 쪼끄만 언니야"제 고모도 눈을 같이 흘겨댄다.
기차나 버스는 또 그렇다 치고...문제는 뷔페식당 같은 곳에 가면 진짜 난감해 진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베비몇살이냐 ???" 그것이 중요한이유는
미국의 식당에선 네살까지의 아이들은 음식값을 내지않고 프리로 통과하는것이다.
다섯살부터는 어른 요금의 몇%가 정해져 있어서 요금을 내야하는데
우리유나는 네살이라서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카운터의 직원이
턱으로 유나를 가르키고 몇살이냐고 물을라 치면
고모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랑스레 손가락부터 펴들고
" 아이엠 씩스"를 외쳐 버린다
"으이구 웬쑤야 네살이잔어 네살 "하고 욱박지를랴치면
"나는 네살아니야 여섯살언닌데 왜글래" 를 외치며 울어버린다
"아니 없는돈에 왜 나이까지 부풀려가면 돈물어 주는거야"
하고 제 고모는 붉으락 푸르락아주 머리를 쥐어 뜯는다.
"쥐방울 만한게 곧 죽어도 여섯살이래네? 아예 돈을 퍼다 버려라 버려 ..."
"엄마 얘는 누굴 닮아서 저래?"
"누굴닮기는 너 닮았잖어?"
"설마 내가 어려서 유나처럼 저랬을랴구?"
"아냐 유나 같지는 않구 쬐끔 더했지 아마?
"히히히 그랬어 나 디게 똑똑했나부네?"
"그게 똑똑이 아니라 햇똑똑이란거다 "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금방 호호 하하 웃으며 아무도 없는데서
유나는 진짜 여섯살이고 언니라고 부추겨준다 그래야 하루가 편안 하니까..
그런데 이런 유나한테도 안먹히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고모나 할머닌 유나한테 밥이지만 시카고의 삼촌은 이게 보통 만만이 아니다
뉴욕에서 몇번가서 식사를한 "사이공그릴"이란 월남 레스토랑 이야기를 했더니
하루는 일찍퇴근하고 귀국하기전 월남음식점에 가자고 다운타운까지 갔는데
하필이며 그날이 쉬는날이라 가까이에 있던 뷔페식당에 가게 되었다.
제 삼촌이 우리를 가르키며
" 베비는 네살"이라고 말하는 찰라 이미 언제부턴가 여섯개의 손가락을 펴들고 있던 유나가
" 노.노.노.노. 아이엠 씩스"를 외치고 말았다
삼촌이 "노 굳 " 하면서 "유아 포 이얼" 하니까
"예아 아이엠 포 " 하고 수그러 들어버리는게 아니가?
이건뭐 외국인이 보면 음식값 안낼려고 되지도 않는 쇼 하는것 같아서
항상휴대하고 다니는 여권을 펴 보이며 난감한 자리를 모면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미국에 온지 석달...
매일같이접하는 영어때문인지 유나는 자연스레 영어를 알아듣고 혀를 굴려가며 얘기를 한다
그런 유나를 보고 고모는 그런다 유나가 혀를 굴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혀가 말렸대나??
에구 그눔의 아이 엠 씩스 땜에 구박도 엄청 많이 받은 우리 이쁜이 내일은 또 어디가서
고사리같은 손가락 여섯개를 펴들고 아이 엠 식스를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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