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월
뉴욕에 온지 벌써 두달...
딸이 다니는 메네스는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이 쉴틈없이 짜여져 있는데다
연주다 레슨이다 매일같이 집을 비우는 관계로 유나와 나는 가까운 동네를 산책하거나
이웃에 있는 수퍼를 가기도 하고 아니면 하루종일 tv를 보면서 소일할때가 많다
그럴때는 유나가 훨씬말을 잘 알아듣고는 내게 물어볼때가 많다
"할머니 피포가 뭐야?" 내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엉? 뭐? 피뽀? 그게뭐야 ? "
"아~~~비버? 그건 물속에 사는 쥐처럼 생긴건데 어쩌구..."
"아니 그런거 아니야 그거 말구 그럼 피� "
"에이 그런말 없어 피ㅁ이 뭐야 난 잘모르겠는걸 고모오면 물어보자 "
"아니 그게 아니고 빨리 와봐봐 여기 피� 나오잖어 이것봐~~~~"
세상에나 우리 유나는 뉴스를 보고서 나에게 물었던 것이다.
"아 그건 피벌 아니고 피플이네 사람들
사람들을 피플이라고 하는거야"
"아냐 피플 아냐 피퍼올이야"
"할머니 나 따라 해봐 "
"피 "
"피"
"풔~ ㄹ "
"플"
"아니 플 아니야 "
"나따라해봐 풔 얼 "
"펄"
"펄 아니야 "
"그럼 뻘? "
"아니야 피� 그래 피플 맞잖어 "
"아니야 할머니 바보 피버얼이야"
"그래 피버얼 "
"아냐 피버얼 아니야"
"에이 몰라 피플이다 피플 ... "
"아니야 아니야 할머니 바보 엉엉엉 .... "
나보고 우째라고????? 혀가 안돌아 가는데... 맨날 이런식이다.
하루는 투니버스를 틀어놓고 보던 유나가 프린세스가 뭐냐고 물었다
"프린세스? 그건 공주님이란 영어말이야 " 그랬더니
담부턴 자기보고 프린세스라고 불러달라고 하면서 꼭 언.니.라는걸 붙여달랜다
"오냐 알알다 프린세스 씨스털 " 했더니 좋아서 죽는다
그담엔 어디서 들었는지
"굳이나 굳걸 "그런걸 첨가해서
" 프린세스 씨스털 굳걸"이라고 불르래나 원?
하루가 다르게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유나는 뷰리플은 아에 노래로 부를 정도다'
처음엔" 하이"도 못하던 주제에 이젠 예사보통 "익스큐스미"다
내가 어쩌다 뷰티플 이라고 발음 할라치면 나를 붙들어 앉혀놓고
자기 입모양 쳐다보라며 가르키지를 않나 원 참 나!!
뷰리플은
비유~~~리뻐하면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걸 내게 가르키려 든다
우리딸은 그걸보고 대굴대굴 굴르면서 유나 똑똑하다고 진짜 버러[터]발음이라고 ...
잘한다고 "굳걸 굳걸" 하면
고모 왜 "굳쟙 안해? " 이정도다
에휴 벼락 방망이 같으니라고....
이제는 한수 더떠서 유나야 하고 부르면 흥! 하고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안거니와
그 길고도 긴 이름
[프린세스 시스털 굳걸 비유~~리뻐 에인절]을 허구헌날 내게 교육 시키는거였다
지가 시키는대로 아무리 따라해도 이미 혀가 굳어버린 내가
옛날 배운 영국식 발음으로 했다간
그날 나는 아주 초죽음이 되게 시달려야 한다.
열번 백번 자기 입을 보고 따라 하래도 제대로 발음을 못하면...
이건 내가 속이 상해야 하는데
우리유나는 자기가 분하고 원통해서
할머니는 왜 그것도 못하냐며
엉엉엉 소리치며 통곡을 하니 진짜 죽을 맛이다
이제는 유나가 만화영화를 볼땐 같이 앉아서 보지만
어쩌다 건방지구로 여기 저기 보다가 뉴스라도 나오면
이건 뭐야 저건뭐야 하고 하도 물으니
슬그머니 주방으로 도망가서 모른척 해버리는게 상수였다
어느날 9층에 사는 진이란 학생이 놀러왔다
"너 이름 뭐니? " 하고 물으니까
"아옘 프린세스 씨스털 굳걸 비유~리뻐 에인절" 하는거였다
"에고 너 진짜 공주뼝이다 공주뼝!!!"
"이름이 디게 길어서 못부르겠는걸 " 하니까
그럼 "굳걸"은 빼줄께 하는거였다.
"에고 고모가 그러길래 설마 설마 했는데 너 진짜 벼락방망이 맞구나...
상태가 워낙 심각한걸 약간 치료 받아야 될것 같은데?"
"아 맞아 맞아 나는 간호사 언니니까 내가 오빠 치료해주께" 하면서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진이 오빠 엉덩이를 막 찔러대는게 아닌가?
"에구 프린세스 시스털 굳걸 비유~~~~~리뻐 에인절 땜에 사람 죽겠다!!! "
해서 진짜 우리들은 뒤로 벌렁 나가 떨어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유나야 고모가 우리 유나 이름중에 딱 한가지만 빼고 부르면 안될까?"
"그게 뭔데?"
"너 있잔아 너는 good girl 이라메? "
"엉"
"그럼 네가 국거리면 고모는 찌게girl할까?"
"헤헤헤 웃긴다 고모가 찌개걸이래 헤헤헤 "
"그러니까 국거리는 너무 이상하니까 그것만 빼자"
"알아쪄 빼주께 "
"우와~~~~~~~진짜 진짜 우리 유나 비유~~리뻘이네 "
하하하 호호호
좁아터진 스튜디오 가 오늘 하루도 유나덕분에 웃음꽃이 활짝편다
아이 러브 유나 뷰리플 에인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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