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원이 만세 2
집안에 아기가 있으니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빨리 가고
,또 아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
이런 조카가 생긴게 큰 축복이라고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그런데 난 아직 철딱서니 없는 고모라서 가끔은 아기보는 데 짜증도 내곤했다.
엄마는 그런 정열이 어디서 나오는지 왼종일 안고 다니거나 업고 다니면서도
지칠줄은 모르는 것이,
꼭 ‘지치지도 않아요!’ 라는 카피의 에너자이져 건전지 같았다.
나는 준원이가 헤헤 웃을 때는 안아주고 놀아주다가
캥캥거리면서 짜증을 부리거나 눈을 잡아 뺄듯이 비비면서 잠투정을 하면
얼른 눕혀놓던지 보행기에 태워버렸다.
준원이는 착한 아기라서 아주 가끔씩만 잠투정을 부리는데
그도 그럴것이 모든 식구들이 다 제 비위를 맞춰주니
딱히 투정 부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준원이가 잠이 오기 시작하면 눈이 게슴츠레 해지면서
눈을 껌뻑껌뻑 하기 시작하다가는 이내 ‘나,잠이 와요’ 하는 신호로
킹킹 거리면서 두 손으로 제 눈을 마구 헤집으면서 비비기 시작했다.
그럼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면서 우유병을 물려주면 스르르 잠이 들어 버린다.
그러나 잠 들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발딱 일어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한 것 처럼
잠이 이미 들었어도 끝까지 에프터 서비스를 해줘야만 하는데,
손으로 가볍게 가슴께를 규칙적으로 두드려주면서 끊임없이 자장가를 불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노래 부를 힘이 없어졌을 때 살며시 일어나는데
아기 벼게를 가져다가 가슴께에 끝만 살짝 얹어서 가벼운 무게감을 주어야만 했다.
그때 준원이는 주로 짱구베게를 베고 자고 엄마가 여분으로 준비한 곡식을 넣은 베게는
가슴에 올려두는 목적으로 사용하곤 했다..
베게를 올려두는 것은
혹시라도 나쁜 꿈을 꾸었을 때 화들짝 놀라더라도 지긋이 가슴을 누르는 힘을 느끼면,
그것이 엄마 손이라고 착각을 하고는 도로 잠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하루는 내가 준원이를 재우는데 이미 잠투정 받아주는데 기운을 다 빼서
자장가 불러 주다보니 내가 잠이 와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깨지 말고 푹 자라,
제발 제발 깨지 말고 아침까지 푹 자거라~” 엄마가 불러주는 가사랑은 많이 달랐다.
한 손으로 우유병 받쳐들고 한 손으로는 가슴 두드려주고…
아기 편하게 해주려다 보니 내 다리가 저리고 쥐가 날 지경이었다.
엄마나 언니가 재우면 세시간쯤 푹 자고 깨는데,
내가 재우면 토끼잠을 자고 홀랑 깨서 우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온 가족이 다 모였을 때 내가 말했다.
”내가 말이지,위대한 발명을 했는데,들어 볼테야?”
모두들 의아해 하는 얼굴들이었다.
“표정 관리좀 하지..난 뭐 발명 못하나?”
준원이는 토끼잠을 자고 나서는 말똥말똥 해져서 식탁 옆에서
보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준원이를 가리키면서 내가 말했다.
“내가 아까 준원이 낮잠 재우면서 생각해 낸건데 말이지..이거 기발하다구.
나 발명특허 낼거야….
그니깐 내 말은….아기 잠 재우는 기계! 딴따라 라~~~”
식구들은 말 없이 수저를 다시 들더니 도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 안 들어볼거야? 이거 진짜 기발한데…
나 떼부자 되면 어디론가 증발할거다!”
내가 어찌나 자신감 있어했는지 식구들은 불쌍하니 들어준다는 식으로 말해보라 했다.
“그니깐 말이지,아주 간단해. 건전지로 작동을 하는 기계인데….”
“네가 만들겠다고?”
오빠가 벌써 딴지를 걸고 들어왔다.
“음…꼭 내가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 아기용품회사에 내 아이디어를 팔까 생각 중야..”
모두들 웃음을 참는 눈치가 보였다.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과연 내가 살아야만 하는것일까?
“어쨌거나…
아기베게에 높이를 조정할 수 있는 로봇 팔 같은 걸 양쪽에 두개 장치하는데,
한 팔엔 좀 커다란 빨래집게를 달아서
그 집게 안에 우유병을 넣어서 고정 시킬 수 있어야 해…그리고…”
“푸하하하..빨래집게에 우유병? 계속해봐라.”
“다른 쪽엔 솜을 잔뜩 넣은 푹신한 장갑을 달아서
건전지로 아래위로 움직이게 하는거야.
그 손이 아기의 가슴을 두드릴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정하면 되는거지…어때?”
“………………………………푸하하하하하” 다들 데굴데굴 굴렀다.
준원이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두들 웃으니까 저도 좋은지
보행기 판을 두드리면서 따라 웃었다.
왜 다들 내만 비웃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