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4월 7일
나날이 말 배우기에 속도가 늘어나는 귀여운 우리 왕자님
우리 식구 모두는 시간만 나면 준원이를 데리고 말장난을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말을 따라서 하는 준원이가 신통한 나머지
온갖 쓰잘데기 없는 말로 준원이 공부를 시키기가 일수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섯식구가 살다가 모처럼 학교가 방학을 하면
고모랑 삼촌이 귀국을 하게되고
불어난 식구수 만큼 준원이의 말공부는 늘어 나게 말이다.
우선 우리 식구 모두는 준원이의 소속을 분명히 하는말을 반복적으로 가르키면
귀여운 준원이는 앙징맞은 목소리로 복창을 해댄다
"아유..이쁜 준원이 왕자님은 누구 아들???"
말 끝나기가 무섭게 고모가 찔러댄다
"준원아 준원아 아빠 아들 해야지 엉??"
"엉.아빠아들"
"그리고 또 누구아들???"
"엄마아들 해야지 아유 착한 우리이쁜이 똑똑하기도 하지"
그럼 또 옆에서 삼촌이 한마디 거든다
"아유 이쁜놈 우리 준원이 또 누구아들??"
그러면 준원이는 고개를 처들고 천정을 보면서 생각을 한다
"옳지 옳지 우리 준원이 또 누구 아들이지? "재촉을하면
"어...하부지아들.."
에고 에고 잘한다 옳지 옳지 잘한다
고모랑 삼촌은 방구석을 딩굴어 가면서 웃어제킨다
"옳치..참 잘했어요 그다음엔 또 누구 아들?"
"음,,함미아들"
에고 웃긴다
마자 마자... 함미 아들 아이고 왕똑똑이 우리 준원이
깔깔깔 웃어제키며 온식구들은 또 준원이를 다구친다
"아이고 하부지 아들.함미아들.아빠아들 .엄마아들..이제 또 누구아들???"
"어.얌춘아들... 오모아들..."
어린 준원이 생각으로는 모든 대답엔 우리 식구들 모두가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걸로 알고있는게 너무나 기특하기만 하다
이렇게 온 집안 식구를 돌아가면서 호명이 끝나며 준원이를 둥기 둥기 목마 테우고
응접실 한바퀴 서울구경까지 시켜준다
깔깔깔 하하하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우리가족
언제나 우리에게 준원이는 웃음이고 행복이고 또한 크나큰 행복의 원천이다
둘째랑 막내는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해서인지 유난히 조카인 준원이에게 목을맨다
준원이가 "얌춘아들" "오모아들 "이라고하면 너무 좋은 나머지 애기를 깨물어 뜯고 물고 빨고
귀여워 한다는게 언제나 이빨자국이나 멍자국이 나게 마련이다
하기사...평생 노총각으로 늙어 죽기가 소원인 둘째놈은
공짜로 아들 하나 얻으니 얼마나 좋은가?
준원이가 얌춘 아들이라고 할때마다
그래 그래 준원아 삼촌 아들하자 라고 좋아 못산다
그래서 제엄마 아빠는 가만 있는데도
삼촌과 고모는 이쁜 준원이 는 제아들이라고 서로 싸워 대는걸 보면 진짜 가관이고 볼만하다
이렇게 이쁘게 이쁘게 귀염둥이로 크는 준원이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바로 강아지..
우리는 어디선가 이쁜 강아지를 얻어오던가 사오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사방 팔방에다 광고를 했다
마침 우연히 들러주신 프란치스꼬 신부님께서 기르고 있던 요크셔테리어가 새끼를 낳으면
선물로 한마리를 주시 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고 얼마후 신부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드디어 강아지가 4 마리 태어났으니 제일 먼저 와서 맘에 드는 걸로 골라가라고..
신부님의 반가운 전화를 받고 젖뗄 무렵을 기다려서 신천동 성당으로 강아지를 데릴러 갔더니
신부님 어머님께서 제일 크고 잘생긴 숫 놈으로 골라 내 품에 앉겨 주셨다.
포대기에 갖난애기 싸듯이 안고 집에 오니 준원이는 너무 좋는 나머지
아주 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맨날 장난감만 가지고 놀다가 멍멍 짖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강아지를 보니
준원이 눈에도 그렇게 예뻐 보였나 보다.
늦게 까지 우유를 먹던 준원이는 제 우유병 꼭지를 얼른 강아지 한테 물려 주기도 하고
숫가락으로 밥을 떠 먹이기도 하고..
하여간 온갖 신경을 다 써가며 강아지를 애지 중지 예뻐 하는거였다
하지만 강아지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이건 오줌 똥 눌시간을 주길하나
잠 잘 시간을 주길하나?
하루 종일 준원이는 강아지를 품에 앉고 뽀뽀도하고 쓰다듬고 ...
그냥 두었다간 주물러 터트릴 지경이었다
그럭저럭 한달이 지나자 강아지도 우리 집에 점점 적응을 하고 조금씩 살이 붙고
행동도 재빨라 지는게 준원이와는 아주 절친한 친구가 되버렸다
근데 한가지 ...
이놈이 똥 오줌을 못가리는게 큰 골치 였다
어디든지 돌아 다니면서 오줌을 찔끔 찔끔 갈겨 데는데
바닥이 대리석인 우리집은 강아지 오줌에 미끄러져
준원이가 뒤로 나가 자빠지는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강아지 땜에 귀한손주 뇌진탕 걸리겠다고 ...
걱정에 ..
야단에 ..
한탄에.. 조금씩 강아지를 미워하시기 시작했다
눈치 코치 모르는 강아지는 우리 식구들이 외출했다 돌아 오면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낑낑낑 거리며
발걸음 움직일때 마다 오줌을 갈겨 대는 것이다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
이거야 말로 노랫말이지 정말 꼬리를 질질 끌면서
넓은 응접실을 이리저리 치달아 가면서 오줌을 설.설.설.설.
끝없이 흘리고 다니니 온식구가 강아지 오줌 노이로제에 빠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한수 더떠 준원이가 좀 안아 줄랴치면 강아지는 뒤로 벌렁 누워서
허공을 긁어대며 예의 그 오줌을 쉴새없이 흘려댄다
준원이 재울려고 이불을 펼라치면
강아지는 번개같이 이불위로 달려들어 오줌부터 갈기고
가는곳 마다 오는사람 마다
꼬리치며 반갑다고 찔찔찔...
에효...맙소사...
우리는 식구 모두는 어느순간 부터 강아지 이름을 번개로 부르고 있었다
오줌도 번개같이
똥도 번개 같이
사고도 번개같이
우리의 번개는 정말로 번개같은 속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대고 있었다.
금방 청소 하고 나면 어느틈에 실례해논 번개오줌에 미끄러진 준원이는
뒤통수에 커다란 혹을 하루에도 몇개씩이나 달게 만든다
그렇게 번개는 서서히 재롱반 말썽반으로 우리 가족에게 합류하고 이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드디어 일어난 사건으로 준원이는 성당에서 일약 스타가 되버리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도 기특하고 신통도 하지
준원이는 성당에 가는 날만은 새벽아침에 일어나 꼭 나를 따라 성당에를 간다.
천국의계단 만큼이나 높고 가파르기로 유명한 언덕배기 계단을 준원이를 업고 안고
어쨋던 이쁜 준원이를 자랑하고픈 마음에 나는 힘든 줄도 모르고 땀을 뻘뻘흘리면서 가는것이다
미사가 다 끝나고 뿔뿔이 헤어지기전 성가대 식구들과 마당에서 담소를 나눈다
마침 마르띠나가 이쁜 준원이 왔다고 귀여워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는 슬쩍 자랑 하고픈 마음에
"말띠나...준원이보고 물어봐 누구 손준가 " 하고 말했다
옳다구나 말띠나가 물었다
"아유 이쁜 준원이 누구 손주야?"
사람들이 죽 둘러서서 이쁘다고 난리들을 치니까 신바람이난 준원이는 할머니 눈치
보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망설임 없이 큰 소리로 대답을 해댄다
"하부지 손주 또 함미 손주"
"어머 우리 준원이는 똑똑 하기도 하지 어쩌면 요렇게 말도 잘할꼬?"
엄마들은 돌려가며 안아보고 뽀뽀도 하고 야단이다
그런데 아뿔사!!!!
그걸로 그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그다음 에도 계속되는 준원이 대답
"또 아빠 손주 또 엄마손주 "
그 소리를 들은 엄마들은 깔깔대며 형님손주 똑똑 하다고 난리들을 친다.
"옳치 옳치 또 누구 손주? "
대답을 유도하는 엄마들 앞에서
영문 모르는 준원이는 계속 계속 어깨를 으쓱대며 읊어댄다
"또 얌춘손주 또 오모 손주 ..."
엄마들은 모두들 깔깔 켁켁 눈물 콧물 흘려가며 뒤로 다 넘어간다.
거기서 그만 뒀으면 또 얼마나 좋았을꼬?
드디어 누구도 상상 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준원이의 번개같은 한마디 !!!
" 또~ ,번개 손주!"
맙소사 ! 이 무슨 변고인고?
"번개? 번개가 뭐야?"
놀란 엄마들은 동시에 나를 쳐다 본다
나는 속절없이 바른대로 말할수 밖에
"번개 ? 어 ~~ 번개가 뭐냐하면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야!"
"아이구 세상에나 무신 이런 일이 하하하 호호호 정말 웃으워 죽갔네 "
준원이의 번개손주란 말한마디 때문에 상당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말띠나야 말로 진짜로 번개처럼 성당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줌까지 싸질 않는가?
모두들 명물 손주 때문에 팬티 다 젖었다고 나보고 새로 하나씩 사달라고 협박 하질않나
그후로 부터 우리 준원이에게 붙은 명예롭지 못한 별명
"그이름 하여 번개손주!"
번개로 인해 번개같은 순간에 붙여진 번개 손주!
할아버지는 그러신다
" 하이고 ! 어쩌다 내 손주가 강아지 손주가 되었는고? 하신다
참 동심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천사와 같은 순수함 자체이다
준원이는 아직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다르다는걸 모르지만
같이 살고 있으니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게 틀림없다.
오늘도 귀염둥이 준원이는 제동생 번개랑 딩굴며 긴긴 하루해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