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4일 월요일..
윌밍턴 성당 시니어
모임인 요셉회의
성지순례 겸 단풍관광으로
뉴저지 세인트폴 수도원을 방문하고
랍스터로 점심까지
거하게 먹고
사제관이 있는 센터에 도착하여 은총의 하루에
감사하며 귀가 인사를 나눈 것이 어스름
해지기 시작한 오후 6시..
나는 딸 부부가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관계로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사시는 교우분의 차를 동승하여
귀가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오후 6시가 지나자 도시는
어둠이 짙게 깔렸고
도로는 가로등이 있는 곳 보다 없는 곳이 더 많았다.
그나마 상가 밀집 지역은
가로등이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허허벌판..
한 치 앞도 분간 못할 어두움은 어쩌다 교행 하는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윈 세상에..
미국 같은 부자나라가
가로등에 이리 인색하다니..
서울의 구석구석 밝은 가로등이 얼마나 그립던지..
올해 82세되신.
대학교수처럼 고상한 품격의
형제님께서 운전하시는 차에 동승하게 되었는데
부인께서는 나보다 두 살 위의 언니 되시는 교양 있고 지혜로우신 참 따뜻한 성품을 가진 잉꼬부부 셨다
하지만..
길눈이 어두워 밤길 운전을 꺼려하신다는 형제님은
당신집과 가까운 곳이지만
우리 집까지 데려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셨으리라
올때부터 네비가 가란길을 계속 자매님이 무시하라며 다른길을 고집할때 마다
어두워 길을 잘못 들 때마다
뒷자리에 앉은 나는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내내. 좌불안석..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것이..
서울만 같았으면 당연히
남의 신세 지지 않고
콜택시라도 불러 탔을 텐데
시골구석 델라웨어
외진 골짝에서 택시를 어찌 부르는지..
영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발.
무사히 우리 집까지
갈수만 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을 거의 다 왔을 무렵..
밤길이라 나는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안되었지만..
두어 번 우리 집을 다녀간 적이 있는 부인께서 방금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길을 지나쳤다고..
나중에 보니 7미터 정도 지나
우측단에 정차... 자매님이 저앞에 신호등에서 유턴하라고 지시를 하자 그럼 니가 하던가..하시며 역정을 내시더니 말릴틈도 없이 급하게 U턴 핸들을 우악스럽게 꺾는 찰라 눈 깜짝할 사이에
1차선에서 직진하던 차와
충돌 해 버린거다.
당시에는 받힌 줄도 몰랐고
갑작스레 꺾는 핸들만 눈에 들어왔는데
벼락 치는 소리에 깜짝 기절
했는지 1분도 안 되는 순간인 것 같았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
꿈결 같은데 차가 누워있는 것 같고 운전석과 내가 탄 뒷좌석엔 하얀 커튼이 쳐있고 머리가 혼동이 오는 게 내가 누워 있는 건지 앉아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게
그 찰나의 순간에 정신이 나갔었는지 이게 뭔 일인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멍 하니 앉아 있는 내게
형제님이 뒤돌아 보시며 사고 났는데 안 다쳤느냐고 물으시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나는 아무 데도 다친 곳이 없다고..
빨리 내리자고..
나는 핸드백까지 챙겨서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다.
형제님은 운전석 문이 찌그러져 열리지않자 조수석의 자매님을 밖으로 밀어내고 두분이 엎어지듯 한덩어리가 되어 내렸고
조수석에 탔던 자매님도 우선 보기에는 다친데 없이 말짱했다.
세상에 밖에 나와보니
우리 차는 1차선에 가로누워 운전석이 박살 났고 1차선 달리던 벤은 본닛이 하늘로 올라가고 운전석 유리가 다 깨지고..
운전자는 젊은 미국여성인데 20분이 경과하도록 차에서 내리지를 못했다.
사고차량은 9인승 벤이었고
우리 차는 승용차였는데
대형 사고였음에도
세사람다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은 것만도 감사 감사 하다며
세 명 다 하나도 아픈데 없다고 없다고 애써 부인했다.
사고가 나자
폴리스카가 6 대
119 소방차 같은 것
엠블란스
교통정리하는 경찰
사고조사하는 경찰
사고차 토잉카 등등..
사고 마무리 될 때까지
세 사람은 서로 다독여가며
깜깜한 도로에서 한 시간여 서 있어도 아픈 줄도 모르겠고
그저 죽지 않고 목숨 붙어 있는 것만 다행이다 싶었다.
차 두대는 토잉카가 싣고 가고 도로 정비가 끝나자
경찰차가 우리를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나는 일단 형제님 댁으로 가서
아이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앤디를 따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오면서 보니 사고 난 곳에서 5분 거리에 우리 집이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에어백 터지는 대형사고에 얼마나 놀랬는지 밤새도록 잠도 오지 않고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왼쪽 옆구리가 결리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할 만큼..
어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했는데 이게 웬일?
사지가 쑤시고 결리고 아프고
앉고 서려면 비명이 막 나오는 게 교통사고 후유증이란 게 이런 걸 말하는구나 싶었다.
남의 차를 얻어 탄 죄 때문에
아파도 아프단 소릴 못하는
내 불쌍한 처지.
그리고.. 내가 얻어 탄 차가
사고가 났는데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그 부분도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두 분께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냐는 내 말에 오히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아무 걱정 말고 몸이나 편안하게 나으라는 말씀만 하신다
이제..
사고 이후 2주일째.
계단 내려갈 때마다 옆구리를 움켜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조금씩 덜하다.
눕고 일어날 때마다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는데
그것도 지금은 좀 덜해졌다.
아직까지 숨을 깊게 들이마실 때 기침 할 때가 죽음이다.
차차 이런 것도 나아 지겼지..
성당에 가면 사고소식을 들은 자매님들이 왜 병원 안 가냐고 성화들이다.
X레이도 찍고 MRI도 찍어
사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교통사고는 장기치료가 필요하다고 성화를 대신다.
사고 난 후 두 분을 만났을 때 사고차는 폐차처분 하고
소나타를 새로 구입하셨다면서
사고로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파스까지
사다 주셨다.
살다 살다..
에어백까지 터지고 폐차처분까지 할 정도로 대형사고에 옆구리 금 가는 것 정도의 사고만 당 한 것이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날..
뉴튼 수도원을 오가면서
나를 그 아름다운 수도원까지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계속 바친 것 때문에 하느님께서 정녕 우리를 죽음에서 구해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늘 감사기도를 바칠 것이다.
오늘도 성당을 오가며
감사의 마음으로 바치는 묵주기도는..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시는 모든 신부님들을 위해서
나를 사랑해 주시는
수녀님들을 위해서
요한 씨를 위해서
그리고 투병 중인
세실리아 자매님을 위해서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인들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주님의 은총과 특별한 사랑 속에
복 된 생활 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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