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요란한 소리가 한적한 동네의 정적을 깬다.
무슨 일인가 바깥을 내다보니 길 건너 마주 보이는 4남매집에 나무를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정민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는 건너편 집은 의외로 친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키가 큰 미국인 혼혈인 아빠와 필리핀엄마 사이의 4남매는 바람만 세게 불어도 날아갈듯한 가녀린 몸매가 안쓰러울 정도로 날씬이 들이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방이 부족했는지 작년봄에는 주차장을 용도변경하여 방으로 꾸미고 뒷 빈터에 거라지를 증축하더니 오늘은
뒤편 정원의 아름드리나무를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네..
샴버그 올랜도로드 주택가는 건축된 지 70년 가까이 되는 단지라서 개인집 치고는 평수가 넓어 300~400평 넓이의 앞뒤 정원에 70여 년 자란 거목들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나무들도 70 여 성상을 오래 버티기가
버거운지 우리 집의 나무들도 한그루는 비바람에 꺾여 뿌리만 남았고 정원의 또 한그루는 잎을 피워내지 못하는 걸 보니 고사목인 듯하다.
언젠가는 나무 자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보통의 나무 한그루를 잘라내는데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경비가 $2000서부터 시작한다 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현장을 목격하니 2천 불은 줘야 하지 않나 싶게 인부들도 많고 차량 2대에 사다리차까지 동원되고 한 사람이 크레인 위에 매달려 나무를 묶어 잘라내는 모습이 위험도가 높은 직업이구나 싶었다.
잘라낸 가지는 벽난로에 사용할 화목으로 쓸 수 있도록 적당히 자르고 잔잔한 나뭇가지와 나뭇잎은 전부 수거해 가는 걸 우리 집 현관에서 구경하고 있노라니 인부 한 사람이 우리 집 키 큰 나무를 가리키며 인사를 건넨다 혹시 니네 집도 작업할 거 있냐고.. 나는 아니라고 황급히 손을 내 저었지만 머지않아 고사목을 잘라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70여 년 버티면서 지붕높이의 3배가량의 키를 뽐내며 푸르른 잎새와 짙은 초록의 향기를 자랑하던 거목들도
더러는 새 가지에 잎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가는 것이 나무들도 사람과
마찬 가지로 늙어간다는 사실이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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