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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살고있는 델라웨어 이야기

김치거리 사러 필라델피아로 고고씽~

2024.4.12일 금요일.

김치거리 사러
필라델피아로 고고씽~

오늘, 내일까지 모든 일을
잘 마무리해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텐데..
줄리안이 매일이다 시피
김치 1포기씩 죽여내니
떠나기 전 김치 담는 게 급선무다.

2월 4일 델라웨어 도착 2주 후
줄리안 미용실 가느라
필라델피아 갔을 때
배추 50파운드와 제주도 월동 무 6개를 넣고  담은 김치가 얼마나 맛있게 익었는지 아삭아삭한 김칫무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이고 끼니때마다
김치를 곁들이는 줄리안은
여자친구 케시디에게 할머니가 만든 김치를 꼭 맛 보여 주고 싶어한다.

아껴 먹어서 아직은 작은 통으로
한통 남아 있지만
잘해봐야 내년 봄쯤에나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딸네 집...
줄리안이 좋아하는 김치
맛있게 담아놓는 것이 숙제다.

다행스럽게도 금요일은
하이스쿨 학교수업이 일찍 끝나
3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었고
부리나케 커피 1잔을 끓여 담은 딸은
되돌아서 필라델피아를 향해 떠났다.
왕복 3시간 거리지만
돌아오는 때는 주말 퇴근
트래픽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으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20분 만에 장보기를 마치고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하이웨이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해는 넘어가고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길을 달려 8시 30분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갑상선 저하증으로
극심한 피로감으로 고생하는 딸이
새벽 6시면 집을 출발 st.mark's하이스쿨에 출근해서
한나절 학생들 가르치고
오후 4시부터는
씨썰 칼리지로 직행
출근해서 또다시 대학생들을
가르치자니 귀가하는 시간이
평균 잡아 밤 9시..
한시도 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기진맥진한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깝다.

12일은 필라델피아로 장을 보러 간다고  칼리지의 학생들 레슨을
뒤로 미루어 언젠가는 메이크업을
해 주어야 하지만 엄마랑 장을 볼 수 있어 천만다행이라고 하는..

딸을 위해 어떤 도움도 되어주지 못하는 건 고사하고
하루가 다르게 걷잡을 수 없이
건강이 무너지는 게  눈에 보여
오히려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늙고 쇠약해진 나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원망스럽다.

그래도 힘없는 손으로
쭈물쭈물 만든 음식이 아직도
그리 맛있다니 떠나기 전
부지런히 김치며 밑반찬
한 가지라도 만들어 놓고
가야겠단 생각에
왕복 5시간 장거리
김치거리 쇼핑으로 피곤한 몸을
뜨거운 차 한잔으로 녹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