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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 우리가족

Birthday Surprise 2.

2023.11.12.


추기경새 홍관조의 방문.

날이 추워 남쪽으로 이소 한 줄 알았던 홍관조가 오늘 그 반가운 모습을 나타냈다.

멋진 투구를 쓰고
눈부신 선홍색의 깃털은
마치도 群鷄一鶴 인 듯
황홀한 자태를 여 보란 듯 뽐낸다.
올해는 그 예쁜 모습 만나지 못할것으로  체념하고 내년을 기다리던 내게
홍관조를 만나볼수 있다는 것은
생일 아침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며 축복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북아메리카의 로키 산맥 동부에 분포하는 명금류(鳴禽類). 참새목, 되새과에 속한다. 깃털 색이 추기경이 입는 붉은 수단과 비슷해서 카디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늘따라 참새들도 떼 지어 날아들고
검은 눈 방울새 한 마리가 하얀 꽁지털을 까딱이며 참새들 틈을 조심조심 비집고 든다.


다람쥐 다섯 마리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노년의 삶이 이 정도로 평화로우면 정녕 축복받은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감사로운 생각이 든다.


새벽잠 깨어 해돋이를 보고 돌아온 지라  모두들 낮잠 한 마당씩 자고 해 저물녘
웬일인지 주방에 출입금지령이 내렸다고 유리가 주방 앞을 막아선다.

조금 후 이제 와도 된다며
내 눈을 가리고 껴안듯이 안고
식탁 앞으로 가서 자리에 앉혔다.

눈을 뜨고 보니
7개의 촛불을 켠 생일케이크와
정성 들여 그린 생일카드~



그제 밤늦게까지 지하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손녀유리
오늘에야 궁금증이 해소되었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 생일카드를 그리고 있었음에도
늦게까지 학교 숙제 하려니..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으니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ㅉ.ㅉ.ㅉ.
그 날제비 같이 빠르던 눈치코치는
다 어디로 가버렸는겨 시방..

한국 나이로 79세
내년이면 80 노인으로 불릴 뻔 한 처지구만 올해부터 시작되는
滿 나이로 계산하니 고맙게도 한 살을 깎아먹은 78세가 되는 생일날 일세.

이제 일곱 개의 촛불처럼  
일곱 살로 시작해서 앞으로
100년은 더 사셔야 한다는
아들의 말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지금부터 100살을 살게 되면
내 아들은 156살이 되는데
이거야 말로 세상이 완전
거꾸로 돌아가는 거지..

다른 때 같았으면
고마움으로
기특하고 대견함으로
효자효녀 아이들 때문에
눈물 콧물 마구 흘렸을 텐데
오늘은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난다.

백 살까지 건강하게 가 아니라
지금부터 백 살까지 살란 말이
나도 몰래 내 마음에
쏙 들었나 부지?


올해 귀국했을 때는 몸이 계속 아파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에 일명 長壽사진이라고 불리는 영정사진 너무 늙어 초라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게 싫어 한 나이라도 젊을 때 준비하자는 생각에 거금 들여
삼 남매에게 주려고 준비해 왔건만
참한 모습으로 찍어 온 사진을 보고도
쓰다 달다 일언반구 반응이 아예 없다.

내가 혹시..
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닐까?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영정사진 만드느라 아이들 신경 쓸까 싶어
걱정 덜어줄 좋은 일 하고도
괜스레 눈치가 보인다.
늙으면 구구로 가만히 앉아  차려주는 밥이나 먹어야 하는 건가?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