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월 8일.
내 팔자는 사흘을 쉬면 손톱밑에 가시가 돋나 봐..
담낭수술로 내리 나흘을
2인실에서 빈둥빈둥 쉬며 몸 조리하다 퇴원하고 보니 너무나 심심하다.
수술 후 이틀을 진통제로 살다시피 하다 보니 구역질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입원 사흘째부터는 견딜만하니 드디어 9월 1일 아침 회진을 들른 집도의 최호중 교수님께서 수술결과가 양호하니 집에 가서 편히 푹 쉬고 몸조리해서 11일에 내원하라며 퇴원 허락이 떨어졌다.
발걸음도 가볍게 퇴원해서
아무도 반겨 주는 이 없는 빈 집에 쉬는 것도 고역.. 뭔가 힘 안 드는 일거리를 찾다 보니
맞아~
된장 떨어지기 전에 메주를 쑤는 거야
생각난 김에 쿠팡에서 우리 메주콩 5킬로 구입
퇴원 이틀째 메주 쑤기 돌입했다..
이때까진 원더 그랜마~~
깨끗이 씻은 메주콩을 약불에
올려 불 만 켜놓으면
제절로 삶아지는 콩
넘지 말라고 된장 한국자를 넣어
8 시간을 삶으니 검붉다 못해 벽돌색으로 변해 2배로 늘어난
푹 ~~~ 삶아진 메주콩..
두 번에 나누어 큰 비닐봉지에 넣고
등산화를 신고 싱크대에 기대어 꾹꾹 밟아 반찬통에 비닐을 깔고 일천정성 다해 메주 만들기 1시간여
드디어 내 맘에 쏙~ 드는
메주 6 덩이가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일단 만든 메주는..
무거운 것 들면 안 된다는 간호사님의 조언에 따라 한 장씩 한 장씩
오븐레인지 속에 나란히 줄 세워
오븐 문짝 5센티 열어 놓고
150도에 5시간...
컨백션오븐처럼 공기순환이 안 되는 직화오븐이라 하마터면 죽을힘 다해 만든 메주 구워 먹을 뻔 직전에
확인해 보기를 천만다행..
겉이 바삭해진 메주를 꺼내놓고 고민에 빠졌다.
잘 걷지도 못하는데 전기방석도
이사 후 오리무중 이구만
이 일을 어쩌나 싶었는데
맞아 맞아 우리 집에 건조기가 있잖아~~
싱크대 상단 벽장에 쳐 박혀있던 건조기를 내려 메주를 넣고
50도에 맞춰 72시간 건조하다 보니 구수한 메주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검붉은 색으로 단단하게 변한 메주를
이번에는 박스에 이틀 재워 속전속결 시험 삼아 장을 담아 보았다.
한국 재래종 메주콩 5킬로로 쑨
메주 6 덩이
생수 5병 반 10리터
소금 2킬로그램
여름에는 30 일이면 된장을 가를수 있다니 그 말을 믿고 담아 본 된장 담기..
이 꼴을 본 아우님들..
겨우겨우 간병해서 퇴원시켜 놓았더니 숨어서 이런 짓 하다 싱크대 밑에 쓰러져 죽는 수도 있다더라..
해 싸면서 형님 미워 형님 미워 를 입에 달고 산다.
언제는 나 보고 원더우먼 이라며
닮고 싶은 사람 1위 라더니
이제는 닮기 싫다고 아우성치고 있으니 이 일은 또 어쩌지???
그나저나
죽을힘 다해 만들어 본 한 여름된장
제발 덕분 맛있게만 익어 주거라 하며
하루 종일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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